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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십자가와 부활)

조회 수 3342 추천 수 0 2014.11.07 10:22:45

기독교를 말한다.(십자가와 부활)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2천년 동안 악의 대명사처럼 불린 가룟 유다가 제사장과 장로들의 무장한 사병들을 이끌고

겟세마네 동산으로 밤안개처럼 찾아왔다. 예수에게 입맞춤을 신호로 무리들이 예수를 체포한다.

이에 당황한 제자 중 한 사람이 호신용 칼을 휘둘러 사병 중 한 사람의 귀를 잘라냈다. 이를

본 예수는 그 유명한 말씀을 하셨다.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26:52) 이 후 예수는 체포당하고 제자들은 흩어진다. 이 장면묘사에서 우리는

세계 질서를 읽어낼 수 있는 독법을 본다. 칼을 쓰는 자와 칼을 칼집에 꽂는 자의 상반된

생존 구조를 읽을 수 있다.

 

예수는 진리 문제를 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원하기만 했다면,

어느 정도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예수에게서 민족해방과 민중해방의 메시야적 희망을 보고

찾아온 이들이 노도처럼 흘러넘칠 때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피의 혁명을 불러일으킬

기회도 주어졌을 것이다. 예수가 그런 유혹을 받지는 않았을까? 칼을 통한 혁명을 일으켜

예루살렘 성전을 접수하고 그 길로 가이사랴까지 내달아 로마 총독 관저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유대의 명실상부한 자유와 해방의 날이 오리라고 말이다. 그러나 예수는 네 칼을 도로

네 칼집에 꽂으라고 말씀하신다. 칼을 통해 해결하려는 사람은 그 칼을 통해서 망하리라.

 

 

손 씻는 빌라도

 

불법으로 체포당한 예수는 그 즉시로 가야바 대제사장 관저로 호송되어 철야심문을 당하고

날이 새자 산헤드린 공회에서 정식으로 종교재판을 받는다. 이들의 심문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당신이 그리스도인가?” 둘째는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인가?”이다. 예수는 이에 대해서

딱 맞아 떨어지는 답변을 하지는 않는다. 첫 번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지라도 너희가 믿지

아니할 것이요, 내가 물어도 너희가 대답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그러나 이제부터는 인자가

하나님의 권능의 우편에 앉아 있으리라”(22:67~69)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한다.

너희들이 내가 그라고 말하고 있느니라”(22:70) 예수를 심문한 대제사장과 산헤드린 공회는

 예수에게 결국 신성모독죄를 언도하고, 총독 빌라도에게 넘겨 사법적으로 처리하고자 한다.

 

산헤드린으로부터 이첩 받은 예수 사건에 대해서 빌라도는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공회의 고발장에

적시된 예수의 죄목은 빌라도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단 마지막 한 가지 유대 백성을 미혹하게

하고 소동을 일으켰다는 죄목은 보기에 따라서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기득권층이 가장 원하는 바는 현상유지이기 때문에 그것에 역행하는 행위는 여지없이 배척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혁명가들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그것에 근거해서 혁명 분위기를 조작해

나가지만, 예수는 레닌이나 모택동처럼 어떤 사회과학적인 프로그램을 감행한 적이 없다. 열려진

하나님 나라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상층부 사람들에게는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위험인물이라고,

하층부 사람들에게는 혁명을 꿈꾸는 자들- 지나치게 종교적인 자라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고발 건으로 인해서 빌라도가 적지 않게 혼란스러워한 것은 분명하다. 헤롯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이상한 꿈을 꾼 아내의 특별한 요청도 있었다. 빌라도는 결국 물을 가져다가 공개적으로 손을

씻으면서 자신이 예수의 죽음과 상관이 없다고 선언한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예수는 빌라도에

의해 최종적으로 십자가형을 선고 받았다.

 

예수에 대한 사형선고는 유대 종교를 대표하는 산헤드린과 로마 정치를 대표하는 총독이 합작해

낸 작품이다. 종교적 광기와 정치적 권모술수가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종교인이라면 종교인답게, 정치인이라면 정치인답게 자신들의 합리적

논리에 근거해서 행동해야 할텐데 역사는 그렇게 흘러오지 못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서 비열한

것은 산헤드린과 총독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산헤드린이 예수를 자신들의

종교적 권위에 도전한 인물로 판단했다면 유대의 사형법대로 돌로 때려 죽여야 했는데 그들은

교묘하게 빌라도의 정치적 힘에 기대보려 했다. 빌라도 역시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기왕에

자신이 사형선고를 내려야만 했다면 끝까지 자신의 정치적, 사법적 정당성을 붙잡고 있어야 했는데

그는 손 씻는 몸짓으로 자신의 불가피성을 비굴하게 합리화 했다. 악은 그렇게 좀스럽다.

 

 

 

 

네 칼을 도로 네 칼집에 꽂으라”(각주)

 

칼에 의해 체포당한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가 칼의 역사를 심심치 않게 자행해 왔다는 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아이러니다. 정통교회의 가르침과 약간만 다른 말을 해도 종교 재판에 처했다. 이단으로

몰아 출교시키거나 심지어는 일벌백계 식으로 죽였다. 타종교인들, 점성술사들, 자유주의적 과학자들과

인문주의자들, 집시들에게도 가혹한 박해를 가했다. 예수의 뒤를 따르는 우리는 이를 역사적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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