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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세계교회의 역사)

조회 수 3291 추천 수 0 2014.11.18 11:26:24

세계 교회의 역사

 

이번 4장에서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성격을 해석해가면서 2천년의 세계교회사를 듬성듬성

검토해보려고 한다. 미리 세계교회사를 압축해서 정의하자면 교권과 왕권의 영합, 투쟁, 분열이다.

이런 선택의 옳고 그름의 판단은 차치하고, 분명한 점은 이런 과정을 통해 한편으로는 교회가

유럽 세계에서 당당히 문화사적 현실로 자리를 잡았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한 부분에서

기독교의 본질을 훼손시켜 왔다는 것이다.

 

 

오순절 성령강림

 

사도행전 21절에서 3절의 내용을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이라고 한다. 참고적으로,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이 오순절에 처음으로 성령이 임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잘못이다. 이날

제자들이 특별한 영적 경험을 했다는 것이지 성령이 인간 세상에 처음으로 임했다는 뜻은 아니다.

창조이전부터 성령은 하나님의 존재양식이다.

 

두 달도 채 안 되는 시기에 너무나 큰일들을 경험한 제자들의 정신적 상황을 추정해 보라. 자신들의

선생인 예수가 저주스러운 십자가 처형을 당했고, 이런 저런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죽었다고 생각한

예수가 자기들에게 다시 나타났으니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자신들의 모든 세계관, 인생관, 상식이

완전히 허물어지는 사건들이었다. 더군다나 부활의 예수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겨를도 없이 그는

이 세상에서 또 다시 하나님의 생명 세계(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그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벅찬 사건들이며 그들의 이해 범주를 뛰어넘는

현상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매우 혼란한 상태에서 이 예수 공동체를 계속 꾸려나가야 할지 아니면

모든 것을 접어두고 제 갈 길로 가야 할지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만 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그들이

 함께 모여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는 중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강력한 능력에 휩싸이게 되었으며

혼란했던 마음들이 일거에 사라졌고 불확실했던 사실들이 확연해졌다. 그들이 집단적으로 영적인

충만감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 에너지, 이 다이나믹이 꺼져가던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거침없이 전파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2천년의 장구한 기독교 역사가 돛을 달게 되었다.

 

또한 성령의 임재를 체험한 제자들이 성령의 지시에 따라 여러 다른 언어(방언)로 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게 하나의 엄밀하고 객관적 사실일까? 아니면 그 당시의 열광적 상황 가운데서

일어났던 어떤 큰 감동이 오랜 시간 전승되면서 이렇게 각색된 것일까? 우리는 무엇이 실제로

일어났는지는 정확하게 알 도리가 없다. 최소한으로나마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그 당시

예루살렘에서는 예수의 제자들에 의해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강한 충격으로 선포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예루살렘 사람들이 기독교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고, 그 이상 우리가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오순절 사건은 기독교가 예루살렘에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힘을 제공했다. 거기에

사도바울의 합류로 기독교회가 급속도로 확장된다. 유대의 율법주의자들과 로마의 폭군들에

의해 쉴새 없이 수난을 받았지만 거칠 것 없이 로마 체제 안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되었을

뿐 만 아니라 그렇게 길지 않은 기간 안에 로마의 중심 종교로 발전하게 되었다.

 

 

313

 

기독교 초기에는 어떤 사회적 세력을 형성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로마정권은 기독교를 그런대로

정당하게, 정확하게는 무관심하게 대했다. 그들의 통치 이념에 따라 팍스 로마나를 깨뜨리지만

않는다면 종교나 민족습관 등은 대체적으로 수용하고 관용하는 것이 로마의 원칙이었다. 그런데

기독교가 유대교의 교세를 뛰어넘는 시기가 되었을 때 오히려 로마는 본격적으로 기독교 박해에

 발 벗고 나선다. 네로를 시작으로 기원후 300년경까지 약 250년 간 박해가 때론 집중적으로 때론

산발적으로 지속된다.

 

기독교 역사에서 질풍노도처럼 몰아치던 피눈물의 박해가 기원후 313년 그 유명한 콘스탄틴 대제가

선포한 밀랑칙령으로 인해서 완전히 종지부를 찍게 된다. 유럽이 종교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모든 정치, 문화, 예술, 사회적 차원에서도 기독교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 그 기초가 바로

콘스탄틴에 의해 세워진 셈이다.

 

최초의 기독교 황제인 콘스탄틴을 기독교 입장에서는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로마의 대정치가였던

그는 상당한 부분에서 기독교를 음지에서 양지로 불러냈다는 점에서 큰 공이 있지만 역사의 결과는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 양면성을 한 번 짚어보자.

 

생전에 정적이었던 막센티우스 황제와의 일전을 앞 둔 에피소드. 그리고 325년 그 유명한 제1

니케아 종교회의를 소집해서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론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 때문에, 콘스탄틴이 순전히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친기독교적인 정책을 세우나갔다고 보면

너무 단순하고 순진한 견해다. 그는 분명히 정치적인 수지 타산을 전제했을 것이다. 황실에서

기독교인이 생길 정도로 상당한 세력으로 커버린 기독교가 다른 어느 누구의 편에 들어서기 전에

자신이 선수를 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정치적 판단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기독교에 호의적인

황제를 위해 충성하지 않을 기독교인과 기독교인 군사들이 어디 있겠는가? 콘스탄틴에 눈에 비친

기독교인들은 정치적으로 다루기에 아주 손쉬운 이들이었다. 예수를 로 인정해 주면 대개의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눈감고 따라 주는 이들이기 때문에......노련한 정치가 콘스탄틴의 정략과

피해의식이 강했던 기독교회의 권력지향성이 결탁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지.

 

다른 한편으로는 교황들이 황제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세속적 힘을 무한히 키워나갔다. 세속 권력에

의해 부와 명예를 손에 넣게 된 기독교는 화려한 교회당, 세련되고 신비스러운 종교의식, 탄탄한

사변신학의 체계를 완성시켰다. 유럽 사회 안에서 자신을 문화적, 역사적 실체로서 자리 잡게 하는 데

성공하게 된 것이다.

 

오늘 우리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기독교의 상황 변화와 역사 국면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걸까?

제국의 맨 밑바닥에서 핍박받던 종교가 겨우 3백년이 채 안돼서 황제 위에 군림하게 된 현실을 마냥

즐거워해야만 하는 걸까?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된 기독교는 로마 정권에 의해 십자가 처형을 당한 갈릴리 예수의 복음과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예수 당시의 로마정권에 비해 콘스탄틴 정권이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같은

이념(팍스 로마나)으로 단순히 기독교만 이용하고 있었을 뿐인데 기독교는 예수를 처형한 그 세력과

하나가 된 것이다. 변혁과 새로움의 복음이 어용종교로 탈바꿈하게 된 셈이다. 이제 로마가 이교도들을

무자비하게 징벌할 때도 교황이 축복해 주고, 군주들이 아무리 방자하게 행동해도 교회의 기득권만

다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종교적으로 허용되었다. 이제 기독교는 예수님 곁에 있었던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이 아니라 로마의 상류층에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교회는 민중들로 하여금 하나님에게

충성하듯이 교황과 황제에게 충성하도록 가르쳤다. 교황들은 유럽의 정치적 풍랑 속에서도 교회와

자신들의 권력을 키워나갔다.

 

포스트 콘스탄틴역사는 정치와 종교가 일치되어 교회의 외형적 세력을 확대시키기는 했지만 정작

복음이 담지하고 있는 혁명과 변혁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중세기를 암흑기라고 일컫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화를 용납하지 않는 시대, 반동의 시대, 피와 땀이 서려 있는 갈릴리의 복음이 대리석으로

만든 로마의 교회당 속에서 형해화(形骸化) 되어가던 라틴신학의 시대가 콘스탄틴 이후 천년 이상을 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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