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6

기독교를 말한다.(세계 교회의 역사)

 

 

1054

 

콘스탄틴은 330년 로마제국의 수도를 로마에서 비잔티움으로 옮겼다. 두 대륙을 잇는 지정학적

거점도시로서 콘스탄티노플은 콘스탄틴에 의해서 기독교적 색채가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로마의

수도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을 양 축으로 한 기독교는 869년 콘스탄티노플에서

열린 마지막 에큐메니칼 종교회의를 기점으로 그 사이가 벌어지다가, 결국 1054년에 로마의 교황과

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가 서로 상대측을 파문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분리된다. 로마 카톨릭과 정교회가

이렇게 분리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사정이 실제로 있었던 것일까? 그들 사이에 어떤 신앙 형식이나

신학의 차이가 있는지 중요한 요소들만 몇 대목 추려보자.

 

우선 이들 양측의 공통된 견해는 다음과 같다. 이들은 325년부터 787년 사이에 개최된

세계종교회의(공의회, Konzil)의 교리들을 받아들이고, 교회의 전통을 성경과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며,

동정녀 마리아를 믿고 성화와 성유물을 경배한다. 성례전에서도 일곱 가지를 함께 받아들이며,

화체설을 믿고, 죽은 자와 산 자를 위한 미사를 드리며, 사제의 교권을 절대시하고 있다. 그 이외에도

미사 형식 같은 것들이 거의 유사하다.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로마 카톨릭은 성령이 성부와 성자에게서 유출된다고 하지만, 정교회는

성부에게서만 유출된다고 주장한다. 로마 카톨릭은 로마의 교황이 세계적인 권위와 무오성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정교회는 이를 반대한다. 동정녀 마리아의 무죄성을 로마 카톨릭은 인정하고 그녀의

승천설까지 주장하지만 정교회는 부정한다. 로마 카톨릭은 사제의 결혼을 불허하지만 정교회는

하급 교직자들의 경우에 한해서일지라도 결혼을 허락한다. 성만찬 문제에서 로마 카톨릭은 평신도들에게

떡만 배분하지만 정교회는 떡과 포도주를 함께 준다. 이런 차이점 중에서 특별히 신학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화상(畵像)문제와 성령론이다.

 

교회당 안에 화상을 설치하느냐 마느냐의 논란이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의 황제, 교황, 감독, 수도사들

사이에 8-9세기 동안 가열차게 전개되어, 결국 로마 카톨릭은 화상숭배를 거절하게 되었고 정교회는

상당 부분 받아들이게 되었다.

 

다음은 성령이 성부에게서만 유출되는가, 아니면 성자에게서도 역시 유출되는가 하는 문제다. 325

니케아 회의에서 처음 결정된 신조에는 우리가 성령을 믿습니다.”라고 되어 있다가 후에 우리는

성부에게서 나신 성령을 믿습니다.”로 변경되어 모든 교회들이 받아들이는 명제가 되었다. 589년 톨레도에서

열린 3차 세계종교회의에서는 니케아신조 라틴어판에 처음으로 필리오크베’(그리고 성자에게서)라는

구절을 삽입하게 되었다. 서방교회에서는 전반적으로 받아들인 반면에 동방교회에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함으로써 양측 교회는 이 신학적 문구를 두고 오랜 세월에 걸쳐 반목하게 되었다. 참고적으로 개신교는

이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로마 카톨릭의 입장에 서 있다.

 

1054년 어간의 분열 역사는 여러 정치, 사회, 신학적 배경을 고려해야만 설명될 수 있지만 다층다기한

여러 정황 가운데서도 결정적으로 작동한 요인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곧 기독교의 교권화라는

 것이다. 교회가 로마제국의 존재 기반이라 할 힘의 논리를 받아들임으로써 신앙의 본질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온갖 방법을 강구하고 확대재생산하려다 결국 극단적 행동까지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 만약 기독교가 이러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지 않고, 온전히 봉사하는 공동체로서,

 즉 소외된 자를 위해 봉사하며 수난 받는 공동체로 남아 있었다면 종파 분열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1517

 

1517103195개 조항의 신학 명제가 기록된 일종의 대자보가 비텐베르크 성당 출입문 상단에

나붙었다. 이 대자보 내용이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 덕분으로 삽시간에 독일 전역에 인쇄

배포되었으며, 그 반향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이 대자보의 작성자는 비텐베르크 성당의

사제이며 교수인 마틴 루터 박사였다. 종교개혁의 씨앗이 된 95개 항목의 대자보는 원래 교황청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그래서 그것에 반하는 교회를 새롭게 건설해야겠다는 뜻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다. 신학자로서 자신의 교회에 신학적 문제를 제기하고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자는

제안이었을 뿐이다.

 

루터가 제기한 논제들은 핵심적으로 두 가지 문제에 집중된다. 하나는 면죄부이며, 다른 하나는

교황무오설이다. 로마의 베드로 성당 건축비 마련을 위해서 고안해 낸 면죄부는 연옥에 있는

조상이나 형제들의 영혼을 위해서 면죄부를 구매하면 그 돈이 헌금함에 들어가는 순간 그 영혼이

구원받아 천당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선전했다. 루터는 이를 비성서적이고 비신학적인 주장이라고

공격했다. 교황무오설은 원래 로마 카톨릭의 본질적인 교리는 아니지만 교황권을 강화시키려는

교황들로 인해서 점차 교리화된 내용이다. 루터는 교황이 무오하다는 주장을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교황보다는 주교회의가 더 권위 있는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터, 독일 그리스도인 귀족에게, 참조)

 

로마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의 신학적, 실천적 차이는 로마 카톨릭과 정교회 사이의 그것보다

훨씬 분명하다. 주변적인 몇 가지 사실부터 점검해 보자. 카톨릭 신자들은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의

승천, 무죄성,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그리스도께 사람들의 기도를 전달해주는 분으로 생각하지만,

개신교 신자들은 마리아의 종교적 의미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카톨릭 교회의 사제들은

예외 없이 남성 독신이지만 개신교 성직자들은 거의가 남성 기혼이다. 카톨릭은 일곱 가지 예전을

(영세, 고해, 영성체, 견진, 혼배, 서품, 종부) 실행하는 데 반하여 개신교는 세례와 성찬식 두 가지만

예전으로 취급한다. 로마 카톨릭에서는 신부만이 미사를 집전할 수 있는데 반하여, 만인제사장직을

주장하는 개신교에서는 모든 신자들이 직접 예배(, 가정예배)를 드릴 수 있다. 1962~1965년에 걸쳐

열린 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로 로마 카톨릭은 많은 점에서 전향적으로 개혁되어서 개신교와의 관계

복원에 힘쓰고 있다. 예컨대 적대적으로 대하던 개신교를 나누인 형제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라틴어로 드리던 미사를 자국어로 드릴 수 있게 된 것들이다.

 

적지 않은 개신교 신자들 중에는 아직도 로마 카톨릭을 이단이라거나 우상숭배자들이라고 몰아붙이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깊이 알지 못함의 소치로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같은 기독교 형제로서

카톨릭과 개신교는 아직 요원한 듯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언젠가는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는 당위를

전제한 가운데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대화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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