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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구약성서와 히브리즘)

 

모세오경

 

전체가 39권으로 짜여져 있는 구약성서는 각권의 성격상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가장 앞부분에 속해 있으며 가장 먼저 정경으로 채택된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한 데 묶어 모세오경이라고도 하고 토라(율법서)라고도 한다. 두 번째 부분은 예언서인데 이스라엘이

출애굽 이후에 가나안을 정복해 가는 과정, 사사시대를 거쳐 왕정시대에 이르는 변화, 남북왕국의

분열과 왕국의 패망, 그리고 포로 귀환에 걸친 일천년 정도의 역사를 제왕과 예언자의 갈등 구조

가운데서 서술한 내용이다. 성문서라 불리는 세 번째 부분은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서, 특히 남왕국의

패망과 포로, 그 귀환에 이르는 혼란한 시기에 생성된 일종의 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모세오경부터

시작하도록 하자.

 

 

빛이 있으라

 

창시기 1~11장의 중심 주제는 창도다. 사실적 역사라기보다는 모든 역사의 근원이 된다해서

()역사(Urgeschichte)라 한다. 이 사건들은 이스라엘 민족사가 시작하기 이전의 보편적 세계이해를

설화식으로 진술하고 있다. 일종의 신학적 해석이며 고백이다.

 

성서 기자들은 왜 빛을 최초의 피조물로 생각했을까? 아직 우주물리학적 지식이 미개했던 고대인들이었지만

직관적으로만 생각해보아도 빛은 모든 생명과 존재의 근원일수밖에 없었다. 빛이 있어야만 식물이 자랄 수

있고 그래야만 인간은 그 식물을 먹고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요즘처럼 전기불이 없던 고대시대에 빛이

없는 밤, 바로 그 밤이 지배하는 어둠의 공간은 모든 현상과 사물이 분별되지 못했다. 그것은 곧 비존재를

뜻한다. 이런 점에서 온 우주에서 빛보다 더 위대한 존재론적 사건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빛을 창조의

첫 사건으로 설정한 성서 기자의 판단은 옳았다.

 

 

너의 고향을 떠나라

 

창세기 12장부터 마지막 50장까지는 이스라엘 족장들 이야기다. 하나님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생지인

갈대아 우르에 살던 아브라함에게 이렇게 명령하신다.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12:1) 이 말씀대로 고향을 등지고 가나안으로 이민 온 아브라함의

파란만장한 삶의 역정이 25장까지 그려져 있다.

 

족장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이 이미 그 때부터 분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향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아브라함의 순종이 바로 그것이다. 족장시대의 마지막도 역시

조상대대로 살던 가나안을 떠나는 장면으로 채워지고 있듯이 그들은 항상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떠나는

민족이었다. 유목민으로서 늘 거처를 옮겨야했던 민족, 항상 디아스포라였던 그들, 어디서나 소수민족이요

난민의 설움을 받아야했던 그들은 그러한 불안정으로 인해서 오히려 하나님만을 신뢰하고 희망했다.

 

 

엑소더스

 

모세오경의 두 번째 성서는 출애굽기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4백 년 동안 터 잡고 살던 이집트 땅을

또 다시 떠나야 했다. 모세를 대표로하여 히브리민족은 이집트를 떠나겠다고 하고, 바로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열 가지 재앙 끝에 바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모세와 그 백성을 떠나보낸다. 그들은 홍해를

마른땅처럼 건넜고, 추격해오던 바로의 군사들은 홍해바다에 수장되었다.

 

홍해를 건넌 다음에 모세의 누이 미리암이 다른 여자들과 함께 소고를 들고 춤추며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너희는 여호와를 찬송하라.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

(15:21) 여기에 바로 이스라엘의 정형화된 신앙이 잘 표현되어 있다.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기마병들도

하나님의 능력 앞에서는 어린 아이보다 훨씬 무능력했다는 것이 성서 기자들의 역사 경험이며 해석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런 신앙으로 주변의 강력한 제국들 사이에서 생존의 터를 잡아갈 수 있었다.

 

 

만나와 메추라기

 

출애굽 이후 홍해를 무사히 건넌 이스라엘 백성은 권태로운 광야생활에 접어든다. 지리적 환경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호전적인 이방민족들의 위협으로 인해 농사는커녕 사실 목축도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그 많은

백성들이 광야에서 버틴다는 것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었다. 물과 음식은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인데 이것이 광야에서는 보장되지 않았다. 성서는 이런 인간생존 문제를 하나님이 해결시켜

주셨다고 증언한다.

 

하나님은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기도 했고, 아침저녁으로 만나와 메추라기를 공급하셨다. 특히 만나와

메추라기 사건은 특별하다. 이를 추정해 보건데, 아마도 계절풍에 따라서 철새 떼가 그들 진영으로

몰려들었거나(참조:바클레이 성서주석), 혹은 이미 40년 동안 광야에서 살았던 모세가 그런 먹거리가

많은 장소를 익히 잘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성서기자는 광야의 혹독한 시련기간 동안에도 하나님에 의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존이

보장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님이 인간의 생존을 책임진다는 사실은 이 부분에서만이 아니라

, 구약성서 전체를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면 그 이외에 모든 것을 하나님이 허락하신다고 하셨으며(6:33), 초대교회 모든

신자들도 그런 생존조건을 염려하지 않다.

 

 

참고)

인간으로 하여금 생존을 염려하지 말고 살아가라고 강권하는 성서의 주제는 오늘 현대인들도 귀담아들어야

할 구원론적 진술이다. 어떤 경우라도 생존보장을 확신살 수만 있다면 생산과 소비의 악순환 속에 갇혀있는

현대인들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패턴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는 어떻게

세계경영에 참여하거나 첨단의 경쟁력을 제고하는가에 있지 않고,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이해를 바꿔나가는

데 있다. 자기 가족을 위해 오직 하루치의 만나만을 거두어 가라는 명령을 불신하고 그 다음 날 것까지 쌓아둔

경우에 그 만나가 썩었다는 만나사건은 인간사회가 어떠한 생존에 터에 기초한 사회구조를 꾸려가야 할지

그 비전을 적절하게 제시해 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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