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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신약성서와 구원의 보편성)

 

 

구약성서의 주제는 하나님의 선택과 그 선택받은 백성들의 의로움이며, 신약성서의 주제는 하나님의

선택에서 벗어나 있던 사람들과 그들의 불의까지 포함하는 하나님의 은총이다. 구약성서는 늘상 옳은가

그른가의 기준에서 하나님의 축복과 심판을 언급하고 있지만 신약성서는 그런 윤리적, 법적 차원이

아니라 은총의 차원에서 움직이는 하나님과 그 나라를 말한다. 따라서 구약성서에 의하면 율법적으로

옳은 사람, 의로운 사람, 정의로운 사람만이 중심이지만, 신약성서에 의하면 율법에서 멀리 있는 사람,

불의한 세리, 창녀 등도 역시 하나님의 사랑이 임해야 할 그 중심이 된다.

 

민족주의적 지평에 머물러 있던 구원 이해가 보편적 지평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 구원론에

근거해서 초대교회는 유대 민족을 뛰어넘어 이방인 세계를 향해서 줄기차게 복음을 전파했다. 이제 이러한

신약성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것이며, 그 구조와 내용이 어떤지 살펴보도록 하자.

 

 

신약성서의 형성과정

 

어떤 이들은 성서 기자들이 하나님의 영감을 받았으니까 처음부터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쓴다는 심정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복음서 기자들의 경우에 그들은 단순히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알려주고 싶어서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예수에 대한 구전들을 자신들의 신학적 경향에

따라서 편집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신을 기록한 바울 같은 이는 자신이 설립한 교회가 이런 저런 문제를 안게 되자

나름대로의 처방을 제시하기 위해서 편지를 썼을 뿐이다. 그 편지들이 후에 성서가 되리라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한 예수에 대한 전승 묶음이나 편지들이 2, 3백 년 동안 초대교회에서 귀중하게

읽혀오다가 결국 전체 기독교회의 성서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게 신약성서다.

 

신약성서, 특히 복음서 형성 과정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기점은, 구약성서에서도 역시 그랬지만,

구전시기다. 예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오랫동안 구전되어온 시기가 있었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구전되면서 간단한 문서로 작성된다.

복음서에서 가장 먼저 기록되었다는 마가복음보다 먼저 형태를 갖추고 있던 문서들도 제법 있었다. 예컨대

예수님의 어록집이나 ‘Q자료같은 것들, 그리고 수난설화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기초 자료와 복음서

기자들의 개인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각각의 복음서가 기록되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네 복음서가 같은 이야기를 중복해서(병행구) 보도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다른 복음서에 없는

자기만의 정보에 근거해서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서 구전되었다는 사실은 복음서의 모든 이야기가 사도들과 성서 기자들의 기억에 근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대목 외에는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충 그

흐름만을 복원시키게 마련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구전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 예수 사건이 원시 공동체가

놓여 있는 삶의 자리에 따라서 새롭게, 혹은 약간씩 다르게 해석되어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핵심적인

요소는 부활 이전의 예수와 부활 이후의 예수에 대한 표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부활 이후에 그리스도로

고백된 예수 표상으로 공생애의 사건들을 되돌아보고 해석함으로써 많은 사건들이 기독론적으로 재구성되었다.

 

초대 교회 2, 3백 년 동안 상당한 분량의 복음서와 서신들이 각기 다르게 평가되고 읽혀지면서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했다. 마르시온의 인스트루멘툼’, 시리아의 타티아노스의 디아테사론’, ‘무라토리 단편

여러 문서들이 지역에 따라 달리 사용되며 점차 취사선택되는 과정을 가치다가 어거스틴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4세기 말엽에 오늘의 신약성서가 정통 교회의 정경으로 확정되었다.

 

397년의 결정은 그 당시로서 최선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교회의 신앙생활을 규정하는 중요한 문서들이

중구난방 식으로 운용되다 보면 겉잡을 수없이 더 많은 위경들이 생산되고 이로 인한 교회 갈등이 격심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잘한 선택이었다. 다만 오늘 그 정경을 읽는 우리가 폐쇄적이거나 문자주의적 자세에서는

벗어나야 하며, 당연한 말이지만 하나님의 영이 정경에만 의존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보다 폭넓은

진리론적 자세로 신약성서를 받아들여야 한다.

 

 

 

참고)

 

신약성서의 형성은 결정적으로 원시 기독교 공동체에 의한 것이다. 이는 곧 예수 스스로는 아무런 책을

남기지 않았으며 사도들에게도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원시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형성된 역사적 산물이

곧 신약성서라는 말이다. 예수님의 부활, 승천 직후에는 예수님에 대한 기억이 나무나 생생했기 때문에

이런 문서 기록의 필요성이 아예 없었지만, 또한 자신들의 생전에 예수님이 재림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림이 지연되고 예수님을 직접 경험한 사도들의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그들이 죽기 시작하자 교회는

자신들의 신앙 경험을 문자로 기록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예수님의 생전에 있던 사건을 순수하게 사실적으로만 보도하기보다는 부활사건 이후에 새롭게

각인된 예수님에 대한 메시야적, 종말론적 신앙으로 새롭게 해석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의

삶의 자리’(Sitz im Leben)가 신약성서의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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