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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말한다.(기독교의 형태와 본질)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공동체로서 교회는 보이지 않는 교회와 보이는 교회로 구분된다. 보이지 않는

교회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영적 교회의 본질을 뜻하며, 보이는 교회는 신자들의 종교 형태를 가리킨다.

교회의 본질은 불변이고 영구하지만, 교회의 형태는 가변적으로 한정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본질적이고

보이지 않는 영적 교회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현실 교회의 형태를 무시할 수 없다.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교회의 형태는 교회의 본질을 드러내며, 교회의 본질은 교회의 형태를 규정한다.”

 

 

예배

 

기독교 신자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참여하는 종교 행위는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다. 기독교 예배는

유대교의 회당 전승과 예수님의 성만찬 전승이 하나로 결집된 종교 의식이다. 예루살렘 성전에 수시로

갈 수 없었던 유대인들은 주로 회당에 모여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랍비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런 전통이

기독교 예배에도 기도, 성경봉독, 설교, 찬송이라는 순서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예수님이 제자들과 나눈

유월절 만찬이 종교의식으로 발전해서 기독교 예배 안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두 요소를 압축하자면

설교와 성찬예식이다. 설교는 들리는 하나님의 말씀이고, 성찬예식은 보이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개신교회의 예배에는 설교가 강조되고 있고, 로마 카톨릭의 미사에는 성찬예식(영성체)이 강조되고 있는데,

사실 이 두 요소가 균형을 이루는 예배 형식이 필요하다. “하나님께 최고의 가치를 드리고 봉사하는 인간의

의식적 행위라는 예배의 어원적 의미로 볼 때 예배는 인간이 생명의 근원인 하나님께 드리는 최상의 존경이며

경외이며 헌신이다.

 

이러한 영적인 예배의 의미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에 빠지게 되는 위험은 예배의 이벤트화다. 일명 수요자

 중심의 예배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틀에 박힌 예배가 아니라 청중들의 시청각을 완전히 사로잡은 후 흡사

잘 훈련된 연기자가 연기하듯 완벽한 연출에 따라서 예배가 극적으로 진행된다. 이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거나 아니면 실제로 그 연극에 연기자로 참여한 것 같은 감흥에 취하게 된다. 교회의

예배가 지나치게 정숙주의에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 경우에서처럼 예배가 무언가 자극적이고 감동적인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에 급급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예배의 위기다. 하나님은 바알종교처럼 화려한

종교 의식이나 열광주의적 엑스타시가 아니라 말씀으로 인간과 만나신다는 것이 성서와 기독교의 전통이다.

 

예배의 본질을 교회 현실과 연결시켜서 두 가지 대목만 짚어보자. 아직 신학적으로 정리가 미진한 일반 신자들에게

예배는 두 가지 점에서 왜곡되었다.

 

첫째, 예배를 일종의 종교적 의무로 생각한다. 십계명의 네 번째 항목인 안식일을 근거로 주일에 세상일을

하지 않고 교회에 나와서 예배드리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안식일 법에

근거하고 있는 율법에 의하면 안식일은 예배(제사)드리는 날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쉬는 날이다. 이런 전통을

이어받은 기독교 교회가 아무리 예수님의 부활을 중심으로 주일을 새롭게 해석하고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주일에 교회에 나와서 예배드리지 않으면 대단히 큰 죄를 범한 것 같이 가르치는 것은 성서 말씀을 왜곡하는

행위다. 그렇다고 주일에 예배드리지 않아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예배 행위는 자신의 신앙생활을 위해서나

공동체의 덕을 위해서나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법적인 의미에서 절대화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둘째, 예배를 복 받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교회에 나와서 드리는 예배도 그렇지만 목사가 자신의 집에 와서

드리는 예배가 복을 불러다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예배의 주술화에 불과하다. 적지 않은 교회에서 봄,

가을로 정기 대심방을 실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소박한 믿음 때문이라 간주

하더라도 이런 경향이 지나치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결론적으로, 예배행위는 하나님과의 일치, 동료 인간들과 일치, 피조물로서의 자리 확인, 죽음에 대한 외경과

부활에 대한 희망이 확인되는 순간들이다. 일주일 동안 상업주의와 생존 경쟁에 물들었던 영혼이 궁극적으로

생명지향성으로 바뀌는 시간이다. 비록 세상에서는 빈부귀천으로 구분되었던 이들이지만 하나님 안에서

모두가 하나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는 종교 의식이다. 예배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 삶의 본질을 기억하고

확인한다. 온갖 욕망으로 들떴던 마음이 생명과 밀착하게 된다. 따라서 예배는 종교적 의무이거나 복 받는

수단이 아니라 궁극적 의미, 존재의 기초, 사랑, 희망, 신뢰, 평화, 정의, 인내, 관용에 개방적으로 참여하는

기독교의 종교의식이다.

 

 

참고) 예배의 주술화

 

예배가 법적으로 이해되거나 복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진 까닭인지 한국교회만큼 자주 예배드리는 교회는

세계 그 어디에도 없다. 예배는 자주 드릴수록 좋다는 식이다. 공적 예배인 주일 공동예배, 주일 찬양예배,

수요일 삼일예배 이외에도 금요일 철야예배, 구역예배, 매일 새벽 기도회도 역시 신자들에게는 예배로

받아들여진다. 2천년의 기독교 역사를 지닌 유럽에서는 주일 공동예배 한 번으로 끝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도 교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일주일에 한 번만 예배로 모인다. 예배는 일주일에

한 번만 드리고 교회당에 나와 기도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나오면 그만인데, 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수 없이 예배를 드리면서 모이기에 힘쓰라는 말씀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이렇게 지나치게

자주 예배드리는 것이 유럽과 북미 기독교인들보다 우리의 믿음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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