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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보내드리며...

조회 수 4592 추천 수 0 2014.02.19 12:34:54

 

시시때때로 죽음이 늘 내 앞에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멀리 계신 엄마가 죽음의 문을 열고 들어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리 슬프지 않습니다.

아니, 너무 일찍부터 헤어지는 연습에 익숙해져

고귀한 슬픔의 감정을 잊어버린 걸까요?

 

엄마가 캐나다로 가신 지 이십년 정도 되었네요.

그 곳에 가시기 전까지 엄마는 거의 평생을 생존의 문제로

허덕이는 힘겨운 삶을 사셨습니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어린 시절에는 엄마와 함께 살 수 없는 형편이었고

엄마가 함께 하고자 했을 때는 제가 엄마를 멀리 했구요.

그렇게 캐나다로 떠나시고 엄마는 우리나라에서는 누릴수 없었던

그 나라의 복지 정책으로 편안한 노후 생활을 하셨습니다.

 

엄마 나이가 우리나라 나이로 81세.

백세시대에 이제 조금 사신거죠.

약 1년전부터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고

계속 약을 복용해오다 더 악화되어 큰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는데

이 과정이 모두 돈이 들지 않는 무료인데 비해 그만큼 속도가 없어

병원환자들 사이에 말이 ‘병원에서 기다리다 죽는다 ’ 라고 한다네요.

유전분증 이라는 병명으로 심장과 신장에 단백질이 응고되어

기능이 떨어져 점점 쇠약해지는데 항암주사 맞는 것으로 시작해서

투석을 하는 과정까지가 1년정도 걸렸나 봅니다.

 

지난해 10월에 엄마가 응급실에 실려가서 가족에게 알려야 하는

병원규정 으로 엄마의 병을 알게 되었지만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엄마 살아계실 때 얼굴이라도 보고자 하여 다녀왔구요.

가서 뵈었을 때 생각보다 엄마는 좋아보였고

주변 분들이 엄마에게 더 약해지면 요양원에 가실 수도 있으니

가지고 계신 물건들 정리해서 딸에게 줘서 보내라 하셨지만

엄마는 그리 하지 않으시더라구요.

아마 당신이 곧 나으실 거라 생각하셨겠죠.

 

오래 머물 수 없어 급히 돌아온 뒤에도 몇 번을 응급실에 실려 가셨고

투석 결정이 그제야 떨어져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을 하다가

다시 다섯 번으로 거의 매일을 투석을 받노라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도 얼마 안된 며칠 전 엄마가 투석을 거부하고 편히 가겠노라

결정하셨고 병원에서 엄마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투석거부하고 사흘정도 되었을거 같네요.

 

엄마와 마지막 통화를 하였습니다.

“ 미숙아..엄마..괜찮아..”

있는 힘을 다해 내는 목소리 였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펀안한 모습으로 가셨다 합니다.

 

엄마의 몸은 이미 오래전 어느 대학에 시신기증서약을 해 놓으셨기 때문에

그 곳으로 바로 보내졌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떠나서 이제는 자유로이

그리도 함께 지내지 못했던

자식들 곁에 함께 계시지 않을까요! 

 

제게 위로 보내주신 교우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profile

[레벨:26]은빛그림자

February 19, 2014

마흔이 훌쩍 넘은 이 나이에도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아빠가 세상 떠나시면 어쩌나... 

생각만 해도 너무 슬퍼서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입니다.


담담히 써 내려간 글을 보니

집사님의 "단단함"과 마주 앉아 있는 것 같군요.

안 그래도 염려되던 차에, 소식 감사합니다.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군요.

햇살이 좋습니다.

곧 봄이 오겠죠?


profile

[레벨:38]클라라

February 19, 2014

김집사님, 

소식 듣고도 집사님께 선뜻 연락을 못 드리고, 

오늘까지도 전화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집사님 글에서 제가 되레 위안을 받네요.

그렇지요. 이런 게 삶의 역설인 것 같습니다. 

 

집사님, 저도 십여년 전에 81세의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평소에 병원한번 안가시고 건강하시던 분인데,

보름 입원하시고(원인은 에어컨바람에 의한 무슨증후군.. 면역약한 노인분한테는 치명적/병원소견)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 제가 암투병으로 한참 시들 거릴 때인데,

어머니의 기도는 당신을 먼저 데려가시고 나를 조금이라도 더 살게 해 달라는 거였다네요. 

돌아가시기 전날 밤 어머니께서 그러시더라구요.

너 아프기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기도해 오셨다고요.

"그 기도를 하나님이 이제 들어주실려나보다..

얼마나 감사한 하나님이시냐"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의 기도겠지요.

한 없이 소박하셨던 우리 엄마의 신앙, 사랑..

그런 어머니가 요즘은 더 부쩍 뵙고 싶네요.

 

집사님, 저도 언제 따뜻한 밥상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 때는 제가 집사님 손을 꼭 잡아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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