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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로 신을 움직일 수 있는가. 두 번째

 

앞 선 글에서 신이 오직 자신의 뜻대로 섭리하고 이끈다면 신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인격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 무엇 때문에 인간에게 기도를 하라고 하는가? 그리고 신의 인격성과 섭리는 기도

관련해서 부딪친다고 언급했다. 자신의 뜻만 행하는데, 인격적이라고? 정말로? 그런 자세 좋다.

그래서 오늘은 신의 인격성과 섭리(강제성)가 논리적으로 양립가능한지를 알아보겠다.

 

신학에서 정의하는 신의 인격성은 차치하고,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 목사들의 설교를 통해 수없이

들었던 얘기 좀 오버스럽지만,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행할 때 잔인무도하게 행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충분히 받아들일 때 까지 기다리시며,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때 일을 행하십니다. 그러기

때문에 하나님은 인격적이십니다.” 참 좋은 말이다. 허나 세상 일이 어디 그런가? 신자나 불신자를

막론하고 불행은 마음을 가다듬을 겨를도 없이 태풍처럼 휘몰아친다. 우리에게는 불행처럼 비춰지기도

하는 삶의 모든 사건들과 변화들을 볼 때, 신은 우리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섭리(강제성)만으로 세상을 이끄는 것 같다. 협의는 아니더라도 한 마디 예고만이라도 해 준다면

그나마, 신은 인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그것마저도 찾기 어렵다. 이렇게만 본다면, 신은

전혀 인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폭군과 같은 느낌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어떻게 인격성과 강제성(섭리)

양립할 수 있는가?

 

과연 그런가? 신은 정말로 피조물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자신의 계획만 실현하기 위해 일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라. 그게 그렇지가 않다. 여기에는 착각또는 망각이 작용하고 있다. 신을 신으로

보지 않고, 위대한 왕 정도로 생각하는 착각,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상이 창조주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망각이다. 그는 눈먼 시계공이 아니다. 뜬금없지만 한 가지 간단한 예를 들겠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길을 가고 있다고 가정하고, 이때 앞에서 위험이 다가오고 있어서 비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을 강제로 가로막거나 다른 길로 이끌었다면 어떤가? 또는 철없는 자식에게 회초리를

드는 부모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인격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예를

들었지만 이런 예는 우리의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사례는 강제성과

인격성이 논리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는 우리의 막연한 가정을 쉽게 무너뜨린다. 더 나아가 선한 목적과

의도에서 나온 강제는 오히려 그 인격성을 강화해 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하물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다. 신의 섭리(강제성)와 인격성의 관계가 바로 그렇다는 것이 기독교의

입장이다. 신은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 포괄하는 선한 목적, 의도를 갖고 있다. 어떤가? 쉽게

인정이 되지 않는가? 그것은 나의 글쓰기가 형편없기 때문일 것이다.

 

성서인물들의 예를 더 들어 보겠다. 바울은 신의 섭리가 때로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자기 몸에 있는 가시를 제거해 달라고 세 번씩 기도했지만 그 간구가 이뤄지지 않자. 그는

순순히 받아들였다.(고후12:7~9) 하지만 그 고통 뒤에는 언제나 선한 목적과 뜻이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8:28; 9:11; 9:19) 아브라함, , 하박국을 비롯한 성서의 영웅들 뿐 아니라,

무명의 그리스도인 그리고 현재의 우리까지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어도......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할 수 있지 않은가. 뭐냐, 처음에는 좌향좌로 문제제기

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너무 우향우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도 있겠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신의 섭리를 따르려는, 가장 극적인 자기희생과 헌신을 보여준(물론 보여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예수를 보자. 예수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세 번의 기도를 통해 십자가의 잔을 지나가게 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언제나 마지막에는 아버지의 원대로 하기를 기도한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견딜 수 없는

공포와 전율 속에서도 신의 섭리를 믿고 따르려는 거룩한 기도이다.’ 우리도 그렇게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 기독교의 가르침이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이다. “기도란 자신에게 합당한 것을 청원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 합당한 것을

청원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저자의 말이다.

 

그래야만 기도는 우리가 신을 조종하는 도구가 아니라 신이 우리를 조종하는 도구가 된다. 그래야만

기도가 우리를 자신의 뜻과 의지를 따르려는 자율적 인간이 아니라 신의 뜻과 의지를 따르려는

신율적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기도가 신을 우리처럼 속되게 만드는 계기가 아닌,

우리를 신처럼 거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그래야만 우리가 파멸에 이르지 않고

구원을 얻게 된다.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는 의문이 다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서에 명시적으로 기도하면 응답된다는

구절이 난무한다. 그건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그건 다음 글에서 나눠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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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2]샘터

August 29, 2014

  좋은 감사합니다...

"신에게 합당한 것을 청원하는것..." 

 저는 개인적인 기도생활을 전혀 못하고 있으니 내심 바라기는

 

 우리의 기도와 관계없이 신의뜻이 이루어지는것입니다..^ 

profile

[레벨:21]小木

August 30, 2014

신에게 합당한 것을 청원하는 게 기도라고 했을때,  결국 우리의 삶이 신의 뜻과 반하는 세상 부조리와

투쟁하는 모습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런 눈으로 제 자신을 돌아보니, 표면적 기도행위가

아무리 많았다한들 세상 부조리에 무관심하고 눈감았으니 결론적으로 기도의 삶은 아니었던 것이죠. 그저

기도행위에 스스로 만족했던 것 뿐. 그래서 고민이 더 많아졌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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