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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글에서 기도란 내게 합당한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 합당한 것을 구하는 것

이라는 아퀴나스의 말로 결론을 냈었다. 아무리 위대한 신학자의 말이라 해도 성경의 권위만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기도에 관련된 성경의 몇 구절을 살펴보겠다. 비록 전체 구절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기도에 관한 성경이 말하는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기도 응답에 대해 가장 노골적? 으로 표현한 구절은 아마도 마태복음76절일 것이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 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이 구절은 일반적인 시각으로 읽어도 우리가 기도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것처럼

교훈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좋은 구절인가?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욕망과 절망, 운명과

죽음, 죄책과 정죄 같은 실존적 불안 속에서 예수의 이 말은 더할 나위 없는 위로를 준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성서의 문자주의는 기도 뿐 아니라 다른 많은 것에서도 큰 오해 낳고, 오류를 일으킨다.

이 구절도 마찬 가지다. 학자들에 의하면 예수는 결코 그런 뜻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설명하면 이렇다.

 

마태복음 76절의 가르침은 선행되는 전제가 있다. 예수는 그 전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마태복음

6장의 가르침을 설파했다. 6장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공중의 새가 농사하지 않아도 굶지 않고, 들의

백합화가 길쌈하지 않아도 아름답고, 우리가 구하기 전에 우리에게 있어야 할 모든 것을 신이 이미

알고 있다.’ 특히, 마지막 말은 두 번이나 반복해서 가르친다. 그러면서 6장의 결론을 이렇게 낸다.

그러니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염려하지 말고, 먼저 신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 이것을 전제로 하고 마태복음 76절을 보면 그 의도가 좀 더 명확해진다. 우리가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먹고 마시고 입을 것이 아니라, “신의 나라와 그의 의라는 것을 뜻한다.

정말 그런가? 의문이 든 다면 631절에 예수가 뭐라 했는지 보라. 먹고 마시는 것은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방인이라는 표현이 상당히 순화된 표현이라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면 이교도

이단이라는 표현을 넣으면 느낌이 다를 것이다. 이렇게 얘기한 예수가 바로 다음 장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구하라 말했을리 만무하다.

 

머리 좋은 사람은 이렇게 반문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우리가 구하고 찾는 것을 주신다는 뜻일 수도 있지 않느냐 633절에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 하시리라하지 않았느냐저자의 표현으로 답하겠다.

, 물질적 풍요에 대한 우리의 가련한 바람은 이토록 끈질깁니다!!” 예수가 말한 신이 더해 줄

모든 것이란 신이 보기에우리에게 있어야할 모든 것이지 우리가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모든 것은 아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신은 오직 그의 섭리에 따라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좋은 모든 것을

더해 준다는 뜻이 된다.

 

한 구절을 더 보자. 마태복음 711절 역시 우리가 잘 아는 구절이다.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주목해야

할 부분이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부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것도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것이 아니라 신이 생각하는 좋은 것이다.

 

그렇다면 신이 먹고 마시고 입을 것, 곧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물질적 풍요에 대한 기도는 전혀

안 들어 준다는 말이냐? 반문할 수 있다. 그런 말은 아니다. 우리는 그런 대답을 이미 알고 있다.

적절한 때에 기억이 안 나서 문제지 주일 예배 설교에서 자주 들었다. 어떤 사람이 구하는 물질적

풍요가 신이 보기에그에게 궁극적으로 좋다면, 그래서 그것이 신의 섭리 안에 예정되었다면,

그에게 차고 넘치게 부어줄 것이다. 설사 그가 구하고 찾고 두드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만일 해롭다면, 그래서 신의 섭리 안에 있지 않다면, 그가 아무리 찾고 두드려도 주시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의 섭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신은 우리의 모든 기도에 언제나 귀를 기울이고 우리 삶에 항상 참여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선을 이루는, 신의 섭리에 합당한 기도만 들어주고 합당하지 않은 기도는

들어주지 않는다. 때론 인간의 기도 때문에 마음을 바꾸는 것처럼 기록된 성경구절도 있지만,

그런 경우마저도 모든 것이 신의 섭리 안에서만 이뤄진다는 것이 기독교의 가르침이다.

 

결론이 심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욕망으로 기도하려는 마음을 가급적 죽이고,

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기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세계는 인간의 욕망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가늠할 수 없는 신의 거대한 섭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도행위에

안주하지 않고, 기도처럼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기복을 구하는 기도는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다. 그로인해 파생되는 상처들이 신앙생활에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봤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기도에 관한 마지막 글을 올리도록 하겠다.

 

추석 명절에 주님의 평화가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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