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6

현대신학의 흐름26

조회 수 4372 추천 수 0 2013.09.25 17:28:30
 
현대신학의 흐름26
 
오늘부터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5장 인간과 신의 상관관계 : 틸리히'를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인물이라서 그런지 다른 신학자들에 비해 분량이 상당히 많습니다.
 
 
1. 경계선상의 삶
 
보통 틸리히의 삶을 본회퍼의 삶과 비교해서 많이 이야기 합니다. 보통은 본회퍼에 호감을
갖습니다. 나치즘에 대항하며 짧은 생을 파란만장하게 마감한 본회퍼에 비해 틸리히는
히틀러의 광기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여 신학자로서 명성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비교적 평안한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나 상당수 사람들이
틸리히를 철학적 신학자나 단순히 문화신학자로 간주하면서, 그의 사상을 매우 철학적인
편향성이 강한 사변적 사상가로 이해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한 마디로 오해라고 말합니다.
 
[그의 정신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치열했으며, 그의 삶과 신학은 언제나
경계선상을 거쳐 왔다
.]
 
이 절에서는 틸리히의 삶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오해라고 했던
부분도 설명해 나가겠습니다.
 
틸리히는 1886820일 독일 베를린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선천적으로 약한 몸을 가지고 태어나 어렸을 적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으며, 조용하고
사색을 좋아하는 목사인 아버지와 쾌활한 어머니의 성격을 물려받았습니다.
1904년 베를린대학에 진학해 신학을 시작했으며, 이 후 튀빙겐 대학, 할레 대학에서 공부를
더 합니다. 그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로는 먼저 셸링인데, 그의 무한과 유한의 변증법적
상호성은 틸리히 평생에 걸친 철학적인 토대를 제공하게 됩니다. 신학자로서 그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은 켈러(M. Kahler)인데, 켈러는 1892소위 역사적 예수와 역사적 성서적 그리스도
라는 책에서 역사를 실증적 역사(Historie)와 실존적 역사(Geschichte)로 구별했던 사람입니다.
당시 역사적 예수에 대한 추구가 대세를 이루던 신학계의 흐름에서 켈러는 "모든 기독교인에게
정말 의미 있게 오는 자는 역사의 예수가 아니라 신앙의 그리스도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틸리히는 켈러를 통해 역사비평학의 한계를 깨닫게 되었고, 실제 자신의 기독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밖에 오토(R. Otto), 니체(F. Nietzsche) 등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비교적 큰 변화 없는 삶을 살던 틸리히에게 두 가지 삶의 전환기가 찾아옵니다. 첫 번째는
1차 세계대전의 참전과 전쟁에서의 경험이었고, 두 번째는 1933년 미국으로의 망명이었습니다.
 
첫 번째 전환기
[1912년 틸리히는 브란덴브루크 지방의 루터교회 교단에서 안수를 받았다. 2년 후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민족주의적 열정을 가진 틸리히는 육군 군목에
지원을 해서
19149월부터 19189월까지 약 4년간 군 생활을 했다.......틸리히는
4년의 전쟁 동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간실존에 깔린 어두움의 심연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
 
틸리히는 프랑스의 한 전투에서 지쳐 죽은 동료들 사이에서 잠들었던 때를 회상합니다.
 
"내가 잠에서 깼을 때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이제 내 사고에서 관념론적 측면은 끝이다!
바로 그 순간 관념론은 파괴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틸리히의 이 고백은 의미심장한 것이다. 틸리히는 전쟁을 통해서 인간 실존의 좌절과
한계
, 공포와 죽음을 깊게 체험했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무화(無化)시키는 비존재의
힘을 느꼈고 자신 내부에 있는 실존적 불안
(anxiety)을 마주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경험은 틸리히의 사상에서 평생 떠날 수 없는 주제가 된다
.]
 
인간의 실존, 무의미, 존재의 용기, 비존재의 위협 등이 틸리히 사상의 기본 범주이며
틸리히가 그렇게 매달린 존재론의 구조, 존재의 깊이와 심연, 비존재의 충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존재의 출현도 그의 평생에 걸친 연구과제였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틸리히가 이렇게 존재와 실존에 대한 관심이 그의 철학적 사색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죽음의 전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철저히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형성되었다는 겁니다.
 
"나의 사상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념들을 역사의 해석에 적용하는 것이다.
1
차 대전으로부터 돌아와 발견한 역사적 실체 때문에 역사는 나의 신학과 철학의 중심
문제가 되었다
: 이들은 혼란한 독일과 유럽; 승리의 부르주아지와 19세기적 삶의 방식의 종언;
루터파 교회와 프롤레타리아 사이의 분열; 전통적 기독교의 초월적 메시지와 혁명적 운동들의
내재적인 희망 사이의 괴리들이다
."
 
이 부분은 개인과 역사라는 구조가 만드는 상황의 관계를 깊게 고민한 부분이며 아울러
'존재''역사'는 틸리히에게서 평생 떠나지 않는 주제였다고 합니다.
 
[틸리히에게 존재론이 그의 사상을 펼쳐나가는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세계관과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한 인식은 철저히 역사적이다
. 그의 존재론은
정적이지 않고 실존적이고 역동적인 성격을 가진다
. 틸리히에게 진리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이 아니고
, 시간 속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모든 진리에 대한 지식도
자신의 상황 안에서 결단과 역사적 행위의 특징을 가진다
.]
 
틸리히에게서는 진리가 역사성을 가지기 때문에 그의 신학에는 절대적, 유일회적,
보편적 성격의 진리 개념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역사 속의 진리는 항상
유한하며 시간에 열려져 있고 새롭게 실체화가 되는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라는군요.
아무튼 저자의 강조점은 틸리히의 신학이 절대 사변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두 번째 전환기
[두 번째 전환의 계기는 1933년 나치당국에 의한 탄압에서 시작되었다. 나치 당국은
나치 이념을 비판한 틸리히의
사회주의적 결단(The Socialist Decision)을 문제
삼아 틸리히를 프랑크푸르트대학의 교수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
 
193311447세의 틸리히는 미국으로 건너가 유니온신학교에서 제2의 학문적
생을 시작합니다. 미국에서 첫 15년간은 거의 무명의 신학자였다고 합니다. 언어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국가와 유럽을 떠난, 47년 일하고 사고했던 세계와의 결별, 내가 사용해 온 자신의
언어의 상실
,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문명에서의 새로운 경험, 이 모든 것은 가장 먼저
표현의 변화로 나타났고
, 상당한 정도로 나의 사고의 변화로 귀결되었다....... 영어의
정신은 독일의 고전 철학의 신비적 모호함으로 덮인 내 사고의 많은 모호함을 명확하게
만들도록 요청했다
. 세속적 영역뿐 아니라 종교적 영역에서도 나타난 앵글로-색슨 문화의
이론과 실제의 상호의존은 체계를 위한 체계를 즐겼던 추상적인 관념론의 매력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해 주었다
."
 
여기서 틸리히는 많은 목회자들이 더 이상 동시대와 교류할 수 없는 언어와 개념을
사용해서 설교하는 것을 비판했다고 합니다. 잘못된 언어와 개념으로 인해 교인들의
대화성 상실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한국교회도 교인들의 사용언어가
일반 사회언어와 괴리가 매우 심각한 상태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가끔씩
코미디 프로에서 패러디 할 정도이니까요.
 
여하튼 틸리히는 1948년 설교집 흔들리는 터전(The Shaking of Foundation)
베스트셀러가 되고, 3년 뒤 1951조직신학1권을 출판한 후 미국 지성계와
대중 모두에서 유명한 인사가 되었습니다. 틸리히는 1955년 유인온신학교에서
은퇴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영예로운 석좌교수가 되었고, 1962년 하버드에서 은퇴한
후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로 19651022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강연활동을 합니다.
 
[틸리히의 생은 여러 면에서 경계선상에 자리한 삶이었다. 어릴 적 엄격한 아버지와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어머니 사이의 경계선에서 성장했고
, 전쟁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고
, 19세기 마지막과 20세기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경계선상, 전쟁 이후에는
종교사회주의 운동에 헌신한 대학교수와 노동자와의 경계선상에 있었고
,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구대륙과 신대륙의 문화의 차이
, 신학과 철학 사이의 경계, 이성과 계시의 경계,
종교와 문화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의 삶은 사상적으로 경계선상에서 이 둘을
종합하려는 시도로 나타났다
.]
 
틸리히의 회고입니다.
 
"내 삶에서 내 사고가 발전된 길을 말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내 인격적인 발전과
지적인 발전 전체를 포괄해서 경계라는 개념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 나는
거의 언제나 실존의 대안적 가능성들 사이에 서 있었다
."
 
다음은 2'3의 길'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평안하십시오.

profile

[레벨:18]天命

September 25, 2013

폴 틸리히의 “... 앵글로-색슨 문화의 이론과 실제의 상호의존은 "(논리적) 체계를 위한 체계"를 즐겼던
추상적인 (독일)관념론의 매력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해 주었다.” 는 말을 통해, 추상적인 논리 보다는
체험적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사상에 익숙한 우리에게 독일을 중심으로 한 현대신학이 늘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네요.

 

갑작스럽습니다만, 눈꽃님께 부탁을 드립니다.

폴 틸리히가 나눔터에 올라오니, 지난 여름수련회 때 눈꽃님께서 느티나무 위 정자에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나는 폴 틸리히의 사상에 매료되어 있다.”는 그런 고백이었습니다. 분명하지요, 눈꽃님? 고로 저희가 폴 틸리히를
공부하게 될 때는 그 일정을 미리 연락을 드릴 터이니, 눈꽃님께서도 지금부터라도 미리 준비를 해 두셨다가 그 동안
연구하신 것을 가지고 저희를 좀 지도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가르치는 것이 공부에는 제일 좋은 방법이란 것쯤은
이미 아시고 계실 줄로 믿습니다. ^^^  
평소 샘터를 사랑하고 계셔서 이 나눔터에 자주 들르신다는 말씀을 저는 늘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사회적거리 유지 기간 온라인예배 [레벨:24]임마누엘 2020-03-05 43211
공지 말씀예전 - 성경봉독 - 에문. 2023.12.10 file [레벨:33]우디 2018-01-09 45155
공지 서울샘터교회 휘장성화 총정리 file [7] [레벨:33]우디 2014-01-04 84185
공지 교인나눔터 게시판이 생겼습니다. [2] [레벨:10]mm 2012-02-13 196348
공지 2024년 교회력 [1] [레벨:33]우디 2011-11-26 232853
공지 서울샘터 교회 창립의 변 [123] [레벨:100]정용섭 2008-10-24 293875
766 (부고-2) 김승국 목사님 장인상 [11] [레벨:22]샘터 2013-12-19 4561
765 [부고] 양혜선 집사님 모친상 [6] [레벨:26]은빛그림자 2013-12-18 4312
764 1984 [2]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2-12 4015
763 마녀사냥 [1]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2-12 3697
762 현대신학의 흐름30-1 [8] [레벨:21]小木 2013-12-07 4135
761 서울샘터교회 5년을 돌아보며.... [9] [레벨:33]우디 2013-12-01 4318
760 서울샘터교회 5주년 기념성화 해설 [2] [레벨:33]우디 2013-11-30 4020
759 현대신학의 흐름29-3 [5] [레벨:21]小木 2013-11-29 3797
758 아침 기도-디트리히 본회퍼 [1] [레벨:38]클라라 2013-11-24 4822
757 행복과 불행-디트리히 본회퍼 [2] [레벨:38]클라라 2013-11-23 4101
756 현대신학의 흐름29-2 [3] [레벨:21]小木 2013-11-08 4447
755 현대신학의 흐름29-1 [4] [레벨:21]小木 2013-10-31 4263
754 식량 자급률 23% "날개 없는 추락 " [3]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0-31 4061
753 세계교회 협의회 (WCC) [5]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0-31 4450
752 독재 찬양 쏟아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 예배 [3]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0-30 4481
751 주택용 전력 (저압) 전기요금표 < 2013년 1월 14일 기준 > [2]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0-30 5482
750 현대신학의 흐름28 [1] [레벨:21]小木 2013-10-15 4481
749 가을 소풍 후기! file [4] [레벨:26]은빛그림자 2013-10-13 4600
748 희망 & 희망 [3] [레벨:21]小木 2013-10-06 4130
747 현대신학의 흐름27 [1] [레벨:21]小木 2013-10-02 4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