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6

서울샘터교회 5년을 돌아보며....

조회 수 4318 추천 수 0 2013.12.01 22:31:44

 

<서울샘터교회 5년을 돌아보며 Version3.1>

 

서울의 밤,

여느 주택가에라도 예외없이 촘촘히 들어선 붉은 십자가들!

그 지리멸렬한 틈바구니에 우리는 5년전 또 하나의 십자가를 보태었습니다.

 

저마다의 바램과 기대가 실린 '노숙자들의 종말론적 예배공동체'라는 이 생소한 배는

심하게 흔들려가며, 이런저런 짐들을 버려가며, 물살에 아예 몸을 맡겨가며

애써 중심을 잡아야했습니다.

 

십일조 없는 교회를 찾아 왔으나, 예배처소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려야 했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교회를 기대했으나, 민주적 운영에 대한 방식과 시각의 차이도 컸습니다.

 

쉼 없이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더 이상 못버티고 찾아온 이 낯선 교회에서

어쩌면 안식을 누리는 것 같았지만, 느슨한 유대감은 늘 뭔가 빠진 듯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과거로의 회귀가 될까 두려워 선뜻 새로운 대안을 찾기에 주저했지요.

 

광신적 주술적 신앙에 환멸을 느끼고

물어물어 여기까지 와서 건강한 신학과 정통적 영성을 맛보려했으나,

그 딱딱한 지루함과 차가움이 힘들어 언저리를 맴돌았던 이들은 왜 없었겠습니까.

 

설교다운 설교, 영혼이 공명한다고 고백하던 예전예배도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타성이 붙어가며 그 촉수가 무뎌지기도 했지요.

 

개혁과 진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내

한국교회 앞에 보란듯이 모범적 교회의 모델을 제시할 꿈을 꾼 이들은 왜 또 없었겠습니까.

그렇게 함께 시작했으나 이 자리에 남은 이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지금 우리에게 안정적 교회운영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숙제입니다.

 
오래 정든 곳을 차마 떨치고 나설 만큼 합리적 이해와 정의로움을 따랐던 우리였지만,
이해와 관계가 기대를 벗어날라치면 언제라도 떠나버릴 수 있는,

정들기 힘든, 못내 아쉬운 우리였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이 교회를 통해 바라본 소망들이 또는 그 소망을 향해가는 길들이

같은 듯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교회가 가는 길목 마디마다

다양하지만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해왔으며,

5년 전의 시작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흔들리지 않고 고백하며 감사했습니다.

 

또한 하늘 아래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다며 냉소를 지어버릴 수도 있었으나,

처음 마음이 변치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새로운 것인지를 새겨봅니다.

 

우리는 기대에 실망하고 현실에 고개를 숙인 것이 아니라

계속 단련해왔고 기다가, 쉬다가, 서다가, 앉다가, 이제 걷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

'서울샘터'라는 이름으로 모인 교회가 없지 않고, 있습니다.

10년후, 5년후 이 교회는 있을까요?

아니, 있어야할 교회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요?

남은 사람들은 과연 지금 이 자리의 여러분들일까요?

서울샘터교회는 여전히 영적 노숙자들의 예배공동체일까요?

물론 이 교회가 시작되었던 그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야겠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보다 역동적인 예배공동체로서의 가능성을 찾아야한다는

서울샘터교회 창립의 변의 한 대목을 기억하고 다음 걸음을 내디뎌야하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여전히 더 매력적이고 강력한 시대정신으로 활동하는 바알들을 영민하게 분별해가며

수구적 근본주의가 정통이 된 한국교회에 대한 패배주의, 냉소주의와도 투쟁해가며

스스로가 목적이 되지 않게
그리고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기는 바리새인의 의가 자라지 않게

자신을 경계해가면서도 위로부터의 평안을 누리는 수행의 걸음은 혼자 가기 얼마나 아득한지요.

 

내 안의 그리스도는 때때로 희미하지만,

성도들 안의 그리스도는 언제나 뚜렷합니다.

 

나의 시간 속에서는 하나님이 보이지 않을 때도 많지만,

교회와 역사 속에서 우리와 세계를 이끄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교우 여러분, 서울샘터교회의 역사 안에서 이 수행의 공동체로 함께 걸어가기 원합니다.


profile

[레벨:33]우디

December 01, 2013

운영위원회에서 서울샘터교회5주년을 돌아보는 글을 써내기로하고
소풍에서 수련회에서 운영위에서 교우들의 생각들을 모으고 5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정리해서
3주간 교정의 시간을 가진후 위의 내용을 낭독하기로 했습니다.
 
참석자들 뿐 아니라 먼 곳에서 마음으로 축하해주신 다비안들께도
5주년을 돌아보는 우리의 마음을 알리고자 다비아 사랑채에도 올렸습니다.

profile

[레벨:15]soranara

December 01, 2013

수행의 공동체로 걸어가기 원합니다....저두요....

profile

[레벨:26]비가오는날

December 01, 2013

오늘은 수행을 많이한 날로 기억되겠지요.ㅎㅎ

profile

[레벨:26]은빛그림자

December 01, 2013

우리 서울 샘터 교인들 모두가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오늘 되게 울컥하더라고요.ㅎㅎㅎ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요.
앞으로도 우리 교인들 모두 잘 해보아요.^^

profile

[레벨:18]天命

December 02, 2013

 

본회퍼가 우리 수행자들에게

 

 

A Christian community either lives by the intercessory prayers

of its members for one another, or the community will be destroyed.

I can no longer condemn or hate other Christians for whom I pray,

no matter how much trouble they cause me. In intercessory prayer

the face that may have been strange and intolerable to me

is transformed into the face of one for whom Christ died,

the face of a pardoned sinner.


 

종말론적 메시아 공동체는 그것을 구성하는 수행원들 간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를 함으로써
생명을 이어가거나, 그것이 없어 깨어지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내가 다른 수행원들을 위해 기도를 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비난하거나 미워할 수는 없다.
아무리 저들이 나를 괴롭힐지라도 말이다.
중보기도를 하는 가운데
나에게 낮설거나 감내가 안되던 얼굴이
그리스도께서 저를 위해 죽으신 자의
얼굴로,
곧 용서받은 죄인의 얼굴로 변형되기 때문이다.

 

 

That is a blessed discovery for the Christian who is beginning to offer

intercessory prayer for others. As far as we are concerned, there is no

dislike, no personal tension, no disunity or strife that cannot be overcome

by intercessory prayer. Intercessory prayer is the purifying bath into which
the individual and the community must enter every day.


 

그것이 바로 다른 수행자들을 위해 중보기도를 시작한 수행자들이 발견하게 되는 복이다.
우리가 아는 한 중보기도에 의해 극복될 수 없는
수행자 서로 간의
싫어함이나 긴장이나 분열이나 분쟁은 없다.

중보기도는 수행자 개인이나 종말의 공동체나
마땅히 매일 몸을 담가야 하는 정화의 욕조이다.


 

 — Dietrich Bonhoeffer



http://www.biblegateway.com/blog/2013/05/dietrich-bonhoeffer-on-the-power-of-intercessory-prayer/


 
추기:  아, 미소와 화랑이가 우리 앞에 나와서 부르던 그 노래, 나도 배워서 부르고 싶다 !

profile

[레벨:33]우디

December 02, 2013

 본 회퍼의 가르침에 덕을 많이 보는군요.
꼭지글 하단의 "내 안의 그리스도는 때때로 희미하지만, 성도들 안의 그리스도는 언제나 뚜렷합니다."라는 부분도
제가 몇년 전 읽은 책에서 저자가 본회퍼를 인용했던 부분을 떠올린 것입니다.
교우들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합니다.

profile

[레벨:21]小木

December 02, 2013

피부에 와 닿고 교회의 일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엄중하다는 사실이 새삼
깨달아지는 글이었습니다. 두 분과 어제의 모든 행사에 유형무형으로 참여한 모든 교우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profile

[레벨:18]주원아빠

December 02, 2013

대구샘터교회, 말씀샘교회, 다비안 그리고 오랜만에 나오신 반가운 교우님들,
그리고 지난 시간 샘터가족으로 함께 해오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모습으로 5주년 행사를 위해 애쓰신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히 김용성 집사님 가정은 네 식구 모두 참여하셔서 행사를 빛내주셨네요.

이재천 집사님의 댓글과 같이
우리 모두 중보의 기도를 통해 평화를 누리고,
그리스도 예수를 통한 생명을 앙망하며 함께 그 희망의 길을 걸어가는
수행의 도반으로 계속 함께 하기 바랍니다. 

profile

[레벨:38]클라라

December 02, 2013

우디님&김미숙집사님,
제가 어제 두 분의 낭송 듣다가
얼마나 충격 먹었든지,
예산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1시간 40여분 동안
눈도 몬 붙여봤네요.
어지간하면 제가 그 시간에 깜빡 졸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그럴 수가 엄썼어요.
그 원고내용이 무지무지 궁금해서요.
귀 쫑긋 들었다고는 하나 분위기상 다 기억 몬하게 되잖아요?
우디님, 고맙습니다. 
아, 글구 우디님 글솜씨 진짜 진짜 짱이네요.^^

정목사님,
5년 동안 폭우, 폭설 전혀 개의치 않으시며
한결같이 서울샘터를 지켜 주신 목사님,
어제 뵈니, 많이 야위어 보여서
"우리 목사님도 많이 연로해지시는구나!"싶었어요.
언제나 청년같으셔야 되는뎅...
목사님, 고맙습니다. 
 
글구..우리 샘터식구들, 김승국 목사님,
진짜 많이 많이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사회적거리 유지 기간 온라인예배 [레벨:24]임마누엘 2020-03-05 43210
공지 말씀예전 - 성경봉독 - 에문. 2023.12.10 file [레벨:33]우디 2018-01-09 45155
공지 서울샘터교회 휘장성화 총정리 file [7] [레벨:33]우디 2014-01-04 84182
공지 교인나눔터 게시판이 생겼습니다. [2] [레벨:10]mm 2012-02-13 196346
공지 2024년 교회력 [1] [레벨:33]우디 2011-11-26 232850
공지 서울샘터 교회 창립의 변 [123] [레벨:100]정용섭 2008-10-24 293871
766 (부고-2) 김승국 목사님 장인상 [11] [레벨:22]샘터 2013-12-19 4561
765 [부고] 양혜선 집사님 모친상 [6] [레벨:26]은빛그림자 2013-12-18 4312
764 1984 [2]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2-12 4015
763 마녀사냥 [1]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2-12 3695
762 현대신학의 흐름30-1 [8] [레벨:21]小木 2013-12-07 4134
» 서울샘터교회 5년을 돌아보며.... [9] [레벨:33]우디 2013-12-01 4318
760 서울샘터교회 5주년 기념성화 해설 [2] [레벨:33]우디 2013-11-30 4019
759 현대신학의 흐름29-3 [5] [레벨:21]小木 2013-11-29 3796
758 아침 기도-디트리히 본회퍼 [1] [레벨:38]클라라 2013-11-24 4821
757 행복과 불행-디트리히 본회퍼 [2] [레벨:38]클라라 2013-11-23 4100
756 현대신학의 흐름29-2 [3] [레벨:21]小木 2013-11-08 4447
755 현대신학의 흐름29-1 [4] [레벨:21]小木 2013-10-31 4262
754 식량 자급률 23% "날개 없는 추락 " [3]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0-31 4060
753 세계교회 협의회 (WCC) [5]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0-31 4450
752 독재 찬양 쏟아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 예배 [3]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0-30 4480
751 주택용 전력 (저압) 전기요금표 < 2013년 1월 14일 기준 > [2] [레벨:26]비가오는날 2013-10-30 5481
750 현대신학의 흐름28 [1] [레벨:21]小木 2013-10-15 4480
749 가을 소풍 후기! file [4] [레벨:26]은빛그림자 2013-10-13 4600
748 희망 & 희망 [3] [레벨:21]小木 2013-10-06 4129
747 현대신학의 흐름27 [1] [레벨:21]小木 2013-10-02 4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