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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 종교권력

조회 수 4600 추천 수 0 2013.07.16 18:11:36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이며 성공회 사제인 김은규 교수의 <구약 속의 종교권력>을 읽고 있는데, 역시나
스펙타클한 재미가 있네요. 이 교수님이 구약성서에서의 종교권력을 색출? 하기 위해 쓴 방법은
프랑스 현대철학자인 '푸코'의 이론입니다.

'푸코는 1950-70년대 유럽 사회를 휩쓸던 마르크스의 이론, 곧 지배(자본가)와 피지배(노동자)의 계급관계로
권력을 보던 방식을 거부하고, 누가 지식을 갖고 있느냐에 관심을 가졌다.'

오늘 읽은 부분 중 재밌는 부분이 있어서 올려 봅니다.

푸코는 권력이 지배와 복종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처벌의 권리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며, 이것이 있기에 권력이
정당성을 갖는다고 한다. 구약에서도 하느님이 '법과 계약과 제재' 그리고 '처벌과 심판'을 주도하는 가장 핵심이다.
구약학자들은 신명기 역사서에서 하느님에 대한 복종은 축복이며, 불복종은 저주와 심판이라는 공식으로 단순히
'권선징악'으로 설명해 왔는데, 여기에 종교 권력이 숨어 있었음은 설명하지 못했다. 바로 신권 권력이 하느님을
앞에 내세워 계약과 제재와 처벌을 주도해가며 백성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은 본질적으로 법률적인 매커니즘으로서, 제한하고, 방해하고, 거부하고, 금지하고 그리고 검열하는 법을 제정하여, '금지'를
통한 힘을 갖는다. 구약에서도 신권 권력은 하느님의 금지 명령과 율법을 수없이 반복시키면서 이를 어기면 곧바로
질병, 재해,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백성들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하여, 권력을 유지해 나갔다.

권력이 사람의 몸을 직접 통제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한다. 감옥, 군대, 학교, 병원, 행정기관 등
구약도 몸을 통제하는데, 몸의 노출, 종교적 행위, 피부병, 월경, 정액, 섹스까지도 통제한다. 성을 억압하고
성적 욕망을 억누르고, 자위행위, 동성연애 등에 대해 통제와 간섭을 한다. 그러므로 레위기에서 하느님의
명령으로 선포되는 성에 대한 규제들을 도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를 통제하는 사회 정치적인 의미로 확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을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것보다 감시 하에 두는 것이 더 능률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규율적 권력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찰과 검사를 도구로 사용한다.(예, 중앙에서 통제하는 교도소 건물 구조 =  페놉티콘panopticon)
푸코는 이처럼 중앙을 통제하는 페놉티콘과 기독교의 전지전능한 신 사이에 유사성을 간파하였으며......구약에서 하느님은
전지전능하여 모든 인간의 머리털 숫자도 헤아리며, 그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관찰자로 나온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항상 하느님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 존재가 된다.

하느님은 단순한 관찰자요 감시자로 그치지 않고, 즉시 심판과 처벌을 하여 두려운 존재가 되었고, 인간은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약에서 지배권력이 '감시하는 하느님을 신화, 이야기, 기적, 시, 율법, 역사 등 다양한 표현을 통해 수시로 보여줌으로써,
백성(민중)들은 시시처처에서 꼼짝 못하고, 통제와 감시를 받는다는 의식이 뇌리에 박혔다.


정목사님께서 구약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아닌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 책의 시각으로 보면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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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비가오는날

July 17, 2013

흥미롭군요.
종교권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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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8]天命

July 17, 2013

세속의 이교 역사에서는 늘 그러했겠지만,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이스라엘에서도 종교권력 체계가 이루어졌다니.
왕과 제사장, 예언자 그룹이 서로 결속을 하여 그들의 세상 지배체제를 견고케 하기 위해 종교권력을 형성했다는 뜻이고.
한 마디로 야훼 하나님을 이용해 먹었다는 뜻이네요. 
신약시대에도 예수님을 배척했던 체제유지세력인 제사장, 바리새파 사두개파에 의해 이어져 오고...
사실은 오늘날의 기독교에서도 소위 교권주의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횡행하고 있지요.

제가 회심한 지 한 세대에 불과한 짧은 세월 속에서도 이렇게 읽어야 하고 깨달아야 할 것이 많은데,
이런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자들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마음 그지 없습니다.  
요약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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