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칭 생략)

내일이 18대 대선 투표일이다.

날씨가 아주 춥다고 한다.

이런 날씨에는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떨어진다.

이번에는 다를지 몰라도

그게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한다.

누가 당선되든지

이미 인생을 많이 살아서

얼마 남지 않은 내 삶이 당장 바뀌는 건 없다.

여전히 교회를 돌보고, 글 쓰고 강의하고,

그리고 내년 3월에는 원당이라는 촌으로 들어간다.

원당으로 들어가면 테니스 하기가

지금보다 어려워질 텐데,

지금부터 그게 좀 걱정이라면 걱정이다.

 

내 두 딸들은 이번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까?

그걸 지금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도

가슴이 답답한 일이 많았으나

그냥 세끼 밥 먹고 잘 살았으니, 잘 살지 않겠는가.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큰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젊은이들의 취업을 비롯해서

인간다움 삶에 대해 진정성을 갖춘 대통령과

그것을 말은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대통령은

어떤 결정적인 사태 앞에서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이다.

 

한 교회의 담임 목사도 마찬가지다.

그 목사의 성경관, 세계관에 따라서

교회의 성격이 달라지며,

거기에 따라서 신자들의 신앙생활도 달라진다.

신자들은 그게 뭔지를 잘 모른다.

그냥 목사가 말하니까 옳다거나

교회의 관행이니까 옳다고 따라갈 뿐이다.

성경 문자주의에 빠진 목사의 설교를

아무 문제의식 없이 따른다.

십일조를 절대적인 율법이나 기복의 수단으로 강요해도

거기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 

나름으로 교회가 재미있게 운영되니까,

그리고 목사의 목회적인 열정이 있으니 다 통용된다.

그런 방식으로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서

당장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런 방식으로 교회가 운영되는 게

교회 성장이라는 점에서는 훨씬 효율성이 높기도 하다.  

또한 그런 공동체 안에서도 성령은 고유한 방식으로 활동하시니까

각각 신자들의 영혼이 살아 숨쉬게 될 것이다.  

다만 그런 방식의 신앙 패러다임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신앙적인 퇴행에 떨어진다는 건 분명하다.

그게 오늘 한국교회의 현주소가 아니겠는가.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슬로건을 자랑스러워하고,

성속이원론, 개교회 이기주의, 기복주의, 교회 분열과 싸움,

도덕주의, 친미사대주의, 사회적 마이너티를 향한 독선...

내가 목사가 아니라면 교회를 다니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박근혜가 성경 문자주의에 빠진 목사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이번 세 차례 후보 토론을 거치면서 더 분명해졌다. 

앞으로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등의 정상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협상을 벌여야 할 대통령으로서

그 역할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안타깝지만 아쉬움이 많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를 선택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한계이며,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다.  

지금 대한민국 교회를 쥐고 흔드는 한기총이

바로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의 한계이며, 운명인 것과 같다.

 

내일 우리 집은 두 딸을 포함해서 4명이 투표한다.

딸들이 다른 건 내 말을 듣지 않지만

정치 문제에서만은 기특하게도 말을 잘 듣는다.  

최선이 없는 경우에는 차선을 선택하고,

최악과 차악이 있을 경우에는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게

역사의 진보를 내다보는 사람의 마땅한 태도가 아니겠는가.

모두 투표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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