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5월25일에 ‘천안함에 대한 궁금증’이라는 제목으로 여기에 글을 올렸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라는 합조단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요지의 글이었다.(http://dabia.net/xe/current/388112) 그 당시에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대목이 있다. 합조단이 증거로 내놓은 어뢰 추진체에 적인 ‘1번’이라는 청색 글씨다. 나는 티브이 화면으로 그 글씨를 처음 보았을 때 추진체에 기계로 새겨진 글씨가 녹이 슬어 잘 보이지 않으니까 그것을 확인해 주느라고 합조단이 직접 표시해 놓은 것으로 생각했다. 1천2백 톤급의 초계정을 한방에 반 토막을 낼 정도의 위력을 지난 어뢰 추진체에 그토록 선명한 유성 매직 글씨가 남아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런데 그 글씨가 바로 북한군의 것이라고 한다. 페인트가 완전히 녹아버리고 녹이 슬 정도의 상황에서 페인트보다 녹는 온도가 훨씬 낮은 유성 매직이 생생하게 살아남았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합조단의 발표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지금 계속해서 이의가 제기하고 있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사 결과에 서로 모순되는 내용이 많다. 침몰 좌표도 엇갈리고 있다. 버지니아 대학교 물리학과 이승헌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천안함 흡착물 분석 결과는 어뢰 폭발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리고 1번 글씨와 외부부식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0606174747&section=05) 최근에는 당시 사고 지역에서 1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한국과 미국 해군이 대잠수함 연합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미국 AP 통신에 의해서 발표되기도 했다. 그 상황에서 북한군 잠수함이 공해를 돌아 백령도 근해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어뢰를 쏘아 단 한방에 명중시키고 다시 공해로 돌아서 북으로 돌아갔다는 말이 된다. 북한 잠수함은 귀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북한을 향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을 물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을 책임자로 적시한 것이다. 국방부와 통일부 등은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당장 취할 것처럼 기자들에게 발표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실행된 것들이 별로 없다. 천만 다행이긴 한데, 뭔가 언짢은 기분이다. 심리전은 유보되었고, 한미 연합 훈련도 유보되었다. 안보리 제재 건도 별로 진도가 나지 않는다. 중국을 설득하지도 못했고, 러시아는 직접 조사단이 한국에 와서 조사를 했고 지금 발표를 앞두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에 못지않게 서슬 퍼렇던 미국도 한발 빼는 모양새다.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자신들은 옆에서 도와주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다가 한국은 완전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지 모르겠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려면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합조단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누군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조사단장을 비롯해서 일부는 알려졌지만 전체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제적인 조사단이라고 하지만 외국에서 온 분들이 군수산업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양심껏 조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조사의 주체도 민간이 아니라 군이라고 한다. 모든 정보를 군에서 장악하고 있다. 군에서 제공하는 자료만으로 모든 걸 충분하게 조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의 학자들이 침묵하고 있지만 결국은 모든 사실이 밝혀지지 않겠는가.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합조단의 발표대로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해서 침몰시켰다고 진짜 믿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깊은 뜻이 있는 건지, 그게 궁금하다. 국방 장관을 비롯하여 군수뇌부도 그렇게 확신하는 것일까? 그들의 행동에는 그런 확신이 없어 보여서 하는 말이다. 위에서 짚었듯이 당장 전쟁을 불사할 것처럼 보인 그 기세가 시간이 갈수록 숙지고 있다. 조사결과에 대해서 분출되고 있는 의혹은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도 못한다. 돌려막기 식의 이런 대처에는 한계가 있다. 혹시 이명박 대통령이 군 수뇌부에게 기만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또는 6.2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이렇게 들이밀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사고가 났을 때 나는 미제사건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았다. 그래야만 적당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다. 원칙적으로만 말하면, 진실이 드러나지 않겠는가. 나는 아직도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그럴만한 호전성이 다분하지만,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 더구나 한국과 미국 해군의 연합 훈련이 이뤄지고 있는 그 현장에서 그런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은 화약을 들고 불에 뛰어드는 꼴이 아니겠는가. 천안함이 이명박 정권의 결정적인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정권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운명과 연관된 것이라는 사실이다.(2010년 6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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