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의 세계

물고기에게 물이 보일까요? 물고기도 아닌 주제에 단정할 수는 없어도, 아마 물고기는 물의 세계 안에 들어가(갇혀) 있기 때문에 물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사태나 현상을 바르게 식별하려면 그 세계(범주)를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점에서 이 지상의 삶(생명)이 무엇인지 알려면 이 세계를 떠나야만 하겠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세계 안에 들어와(피투되어) 있는 우리는 죽기 전에는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밖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사실 바울도 잘 모른다고 했는데 우리야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저 손놓고 기다릴 수는 없겠지요. 동양의 많은 구도자들은 그런 각(覺)을 위해서 한평생 구도정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자기의 모습을 명증하게 포착했을까요? 아니면 남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말았을까요? 그들은 접어두고, 우리 기독교인들은, 특히 교회 지도자들은 성서와 기독교 2천년 역사가 의존해 있는 그 하나님의 나라를 확연하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어떤 분은 이런 생각들을 서구의 관념놀이에 불과하다고, 그래서 아무 영양가 없는 언어유희일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장 배 고픈 사람에게는 그런 사유보다도 밥이 더 절실한 거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이게 리얼리티이니까 말입니다.(200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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