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지금 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태양은 아홉 개의 떠돌이별을 갖고 있다. 흡사 어린아이가 아홉 개의 고무줄 끝에 크고 작은 돌멩이를 묶어서 빙빙 돌리고 있는 것처럼 태양을 중심으로 아홉 개의 행성이 돌고 있다. 가장 안쪽에 있는 별이 수성, 다음이 금성, 그리고 계속해서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다. 태양과 아홉 개의 떠돌이별을 가리켜 태양계라고 하는데 이는 곧 우주의 한 가족인 셈이다.
태양계를 이루고 있는 이런 별들은 태양 에너지 덕분에 유지되고 있다. 태양의 당기는 힘이 각각의 별들을 붙들어두고 있다. 태양만이 빛과 열을 발생시킨다. 지구나 금성 같은 별들은 그 빛과 열을 받아먹고 산다. 태양으로 부터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행성의 운명이 결정된다. 예컨대 수성이나 금성은 태양에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온도가 너무 높아서 아무 생물도 살지 못하는 별이 되고 말았다. 반면에 목성이나 토성, 그리고 아주 멀리 있는 명왕성 등은 태양의 빛을 너무 적게 받기 때문에 온도가 너무 낮은 별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인 1억4천9백6십만 km는 절묘한 것 같다. 지구가 이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서 태양열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탓에 생명체의 보고가 될 수 있었다. 앞으로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지구의 수명이 다한 후에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별을 찾아 나서게 된다면 지구환경과 비슷한 별을 찾아야 할 텐데, 태양계 안에서는 화성이 제일 그럴듯하다고 알려져 왔다.
화성은 태양으로 부터 지구 보다 1.5배가량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당연히 온도는 낮고 모든 물이 극지방에 몰려서 얼어있다고 한다. 1965년7월 미국의 매리나 4호가 처음으로 화성에 접근해서 관측한 후 몇 개의 화성탐사선이 탐사에 나섰다. 탐사선이 보내온 사진에 의하면 화성의 표면은 달 표면 같이 화구가 보이는데, 그 구덩이의 크기가 10km 이상인 것들도 많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화성의 표면에는 옛날에 물이 흘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골짜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능을 가진 생물체가 화성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들을 했다. 공상소설에는 이런 화성인을 해파리처럼 묘사하고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7월4일 오전10시7분(한국시각 5일 오전2시7분) 미국의 무인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Pathfinder)가 화성에 안착했다고 해서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그럴 만도 하다. 작년 12월4일 지구를 출발한 지 만 7개월간 1억9천1백만km를 비행한 패스파인더의 화성안착성공은 1976년 바이킹2호의 성공 이후 21년만의 쾌거이기 때문이다. 20년 전 보다 훨씬 발전된 장비를 실은 이 탐사선은 착륙 6시간30분 만에 첫 사진을 전송함으로써 화성 탐색활동을 시작했다. 거의 사람과 같은 정도의 감각으로 작업할 수 있는 우주선 패스파인더호는 화성표면을 운동하면서 실제로 탐사활동을 벌일 꼬마자동차 소저너와 공동 작업을 펼친다. 지상의 메시지를 패스파인더가 받아서 소저너에게 주면 소저너는 그 메시지에 따라 화성표면을 굴러다니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패스파인더에게 보낸다. 패스파인더는 소저노로 부터 받은 자료를 다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어쨌든지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친 골프공이 동부 맨해튼의 한 그린에 홀인원 한 것으로 비유되는 패스파인더의 화성 안착으로 부터 패스파인더가 해내는 화성에서의 이 모든 작동을 미항공 우주국의 연구소에 앉아서 컴퓨터로 제어한다고 하니 인간의 기술은 가히 하늘을 주름 잡을 만하다.
이번 프로젝트에 의외로 적은(?) 2억2천6백만 달러(한화 2천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엄청난 돈인데, 당장 돈벌이가 되는 일도 아닌 것에 천문학적 재정을 투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존재하거나 과거에 있었을 지도 모를 화성 생명체를 찾아내고 화성의 기후와 지질을 탐사, 화성의 자원을 인류를 위해 활동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만약 현재 어떤 생물체, 예컨대 곰팡이나 진딧물 정도의 미숙한 생명체라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면 최초로 지구 이외의 외계생명체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며, 또한 미래에 인간이 이주하여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생명체의 존재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수억 년이나 수십억 년 전에 어떤 생명체가 살아있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는 있다. 과학자들은 화성이 멸망하게 된 원인을 다각도로 연구해서 지구의 멸망을 미연에 방지해 보려고 할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기를 쓰면서 이런 프로젝트를 실행할 필요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과학자들의 의도대로 2020년대에 유인우주선을 화성에 보낸다고 하자. 그 다음에 달라지는 게 무얼까? 1969년7월20일 최초로 사람이 달에 발을 디뎠지만 그 뒤로는 그만이었다. 이처럼 화성탐사도 역시 인간의 기술진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태양계를 건너 은하계에 깊숙이 들어가 다른 별 까지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지구와 같은 생명체가 번성한, 특히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살아있는 별을 발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걸 확인할 때 마다 지구와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외롭다는 사실을, 그래서 더욱 빛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탐사에 삶을 불태우는 그들에게 마음속으로 부터 존경과 박수를 보내야 한다. 확실한 길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만이 우리의 선택이니까 말이다. <1997.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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