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교와 개척교회

한국에 기독교가 전파된 건 로마 가톨릭 쪽이 먼저였다. 이승훈 씨가 1783년 북경에 갔다가 예수회 선교사들을 만나 가톨릭을 받아들이고 1784년2월에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영세를 받고 3월에 귀국하여 전도하기 시작한 게 가톨릭 한국선교의 출발이다. 이에 비해 개신교는 100년 쯤 뒤인 1885년4월5일 장로교 언더우드 목사와 감리교 아펜셀러 목사가 제물포항을 통해 입국함으로써 전도가 시작됐다. 작년 정부에서 낸 인구센서스에 의하면 95년 현재 로마 가톨릭 교인 수는 2,988,000명이고, 개신교 교인 수는 8,819,000명이다. 전체 인구수와 비율로 따지만 가톨릭은 6.7%이고, 개신교는 19.79%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하면 10,388,000명(23.31%)인 불교 보다 1,419,00명이 많은 편이다. 가톨릭의 선교 2백년, 개신교의 선교 1백년 역사에서 2천년 역사의 불교를 앞지르고, 전체 인구의 26.4%의 신자수를 확보했다는 건 2천년 교회 역사에 전무후무한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신교의 성장은 획기적이다. 7,80년대는 그야말로 교회성장의 황금기였다. 지금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 50개를 추려 내보면 그중에 한국교회가 반수를 차지한다고 하니 놀랄 만하다. 그런대 이런 성장 수치가 80년대 후반부터 완만한 하강곡선을 긋더니 이제는 거의 정체 내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성장을 멈추었다는 건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다. 지나치게 수직 성장한 게 비정상적이었다는 말이다. 한국교회가 고속 성장하던 시기가 아이러니컬하게도 한창 군사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국교회 자체가 갖고 있는 내적 능력만이 아니라 외부적인 우연한 정황이 -예컨대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불균형, 급격한 도시화 등- 잘 맞아떨어져서 비정상적이라 할 만큼 성장한 오늘 한국교회는 자신의 거대한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한국교회는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교회가 거의 막무가내로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이 해외선교와 국내교회개척이다.
한국교회의 발전은 무모할 정도의 용기로 교회를 개척했다는 데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준비가 완전히 갖추어진 상태에서, 즉 재정이나 교인들이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되는 경우 보다는 아무 것도 없는 가운데서, 심지어는 천막에다가 가마니를 깔아놓고, 흡사 피난민 촌 같은 모습으로 개척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목사 가족만으로 시작한 교회들이 어느 사이에 몇 백 명, 몇 천 명의 교인들을 자랑하는 교회로 성장하는 예가 많았다. 이런 과정 속에서 사업가들과 같은 입지전적 인물들도 많이 배출됐다. 60, 70, 80년대에 교회는 호황기를 누렸다. 아무리 보잘 것 없던 교회라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성장을 했다. 그러다 보니 목사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게 돼서, 뜻하지 않게 신학교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게 됐다. 어떤 신학대학원에 들어가려면 일류대학을 졸업해도 최소한 일 이년 동안 입시준비를 해야 할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여전하다.
교회가 맞은 90년대는 전혀 상황이 달랐다. 옛날 같았으면 개척교회가 3,4년 안에 자립하고 괜찮은 경우에는 독립 건물도 소유하게 됐는데, 이제는 5,6년이 지나도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이 말은 더 이상 신자들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여기 저기 개척된 교회는 기성교회의 짐이 되고 말았다. 현재 한국 교회의 삼분의 일 정도가 재정적으로 자립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
교회개척에 재미를 잃은 한국교회는 언제부턴가 해외선교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그리고 동구와 러시아 등으로 선교사들을 내보냈다. 그들을 보낼 정도로 한국교회의 재무구조가 튼튼하다는 말이 된다. 정확한 건 조사를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 성결교회만 하더라도 일 년 해외선교비가 물경 40억 원 정도다. 국내 교회개척에 쏟았던 열심을 해외선교에 쏟고 있다. 국내 교회개척은 아무리 투자해도 본전을 찾기 힘들지만 해외선교는 보기에도 그럴듯하고, 최근 세계화 열풍과도 맞물려 있고, 교단확장이라는 점에서도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여전히 세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교회란 모름지기 사업적인 차원이 아니라 신학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펼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모습을 보면 흡사 재벌기업들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해외선교가 일반 신자들에게 먹혀들어가니까 그런 쪽으로 힘을 몰아가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그럴 때는 아니다.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된다.
첫째는 해외선교의 방법론이다. 한국교회의 힘을 해외에 과시하는 것과 같은 지금의 선교방법은 전혀 하나님의 뜻에 부합되지 않는다. 정 해외선교가 필요하다면 그 나라의 원주민을 데려다가 좋은 교회 일군으로 교육시켜서 자기들 스스로 교회를 이끌어가도록 해야지 과거에 미국선교사들이 우리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자기들의 종교적 업적을 드러내는 기회로 삼는다는 건 잘못이다. 복음이 전파된다는 결과만 좋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신앙을 기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한 그렇게 할 수 없다. 둘째는 해외 보다는 우리가 저질러 놓은 국내 개척교회를 돌보는 일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자기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 국내 교회를 내팽개치고 해외에 나가서 땅을 사서 선교센터와 신학교를 짓는다는 게 웃기는 일이다. 교회개척도 그만하고, 더구나 해외선교를 지양하고 우선 우리 자신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다져나가야 하겠다. ( 9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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