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8대 대선 선거일이 8일 남았다.

목사가 세속 정치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니지만

나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목사의 정체성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에 근거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시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이번 선거에 대해서 단상 형식으로 몇 번에 걸쳐서 언급하려고 한다.

너무 심각하게 읽지 말고, 재미로 읽으시기를...

(존칭 생략)

 

어제 대선후보 2차 토론방송을 보았다.

다들 알겠지만 저런 공개된 토론은 보통 담력으로는 잘 하기 힘들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하거나 머리가 좋다고 해도

현장의 상황을 적절하게 따라가면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기는 어렵다.

타고 났거나 많은 훈련을 거친 사람이 아니면

대개는 그 현장에서 버벅거리기 일수다.

세 후보는 나름으로 최선을 다 한 것 같다.

대선 후보 토론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진행 방식이 너무 단조로웠다.

네번째 주제만 각각 3분씩,

양자 합쳐서 6분씩의 자유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모든 주제를 그렇게 진행했어만 한 게 아니었을지.

이런 자유 토론으로 진행하면

말만 잘하거나 아는 게 많은 사람이 유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진정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토론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서로 옥신각신 하는 게 있어야 한다.

단 한번의 묻고 대답하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것으로는 활발한 태론이 불가능하다.

이번 토론 형식은 전혀 준비가 안 된 후보라고 하더라도

선거 캠프에서 준비해준 원고를 그냥 읽어도 될 정도다.

 

이번에도 가장 돋보이는 후보는 이정희였다.

그가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후보를 주로 공격했다.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다.

정희.

사회자는 공격을 대통령의 품격을 손상시키는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듣는 입장에서 따라서 거칠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정희는 박근혜에게 30여년 전에 전두환을 통해서 받은 6억원과

모 건축회사로부터 받은 대저택(?)의 세금을 냈느냐고 따져물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세금을 확실히 내야하고,

고소득층의 세금을 통해서 복지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박근혜는 직접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래도 솔직하게 대답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세금 문제를 처리하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처리하겠으며,

(지난번 말한 것처럼)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으면

그래도 좋은 점수를(동정점수라 하더라도) 받았을지 모른다.

박근혜는 이정희를 향해서 후보 사퇴로(아직 사퇴하지도 않았는데)

결국 국고 보조금만 챙기는 먹튀 할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당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말았다.

 

 

박근혜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해 있는 게 역력해보였다.

웃는 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나머지 두 분은 비교적 얼굴 표정이 편안해보였다.

사실 그런 자리에 나가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피력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나도 교계 모임에서 패널 비슷한 역할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내 기억에 죽을 쑤었다.  

박근혜는  15년 동안 국회의원을 했고,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강력한 경선 후보였고,

지금도 스스로 말하듯이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는 후보인데

왜 그렇게 여유가 없을까?

내가 보기에 두 가지다.

 

1) 전체적으로 전문적인 문제에 대한 식견이

좀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예컨대 그가 주장하는 '줄푸세' 경제 노선이

경제민주화와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 약간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주장이 모순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2) 맞짱 토론 문화에 낯선 것처럼 보였다.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서로 일대일 토론은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토론을 지켜본 나의 눈에 그렇게 비쳤다. 

다음에는 밝은 얼굴 표정과 여유로움을 보여주셨으면 한다.  

 

문재인은 이정희처럼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사회자의 멘트처럼) 품격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정책이 어떻게 박근혜와 다른지,

또 이정희와 다른지를 정확하게 짚었다.

재벌 문제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는 재벌의 개량하겠다는 입장이고,

이정희는 재벌을 해체하겠다는 입장이고,

문재인은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마 지난 참여정부에서 얻은 국정 경험이

국가 문제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토대가 된 게 아닐는지.

다음 3차에는 이정희가 빠지고, ㅎㅎ

박근혜와 문재인 둘이 맞짱 토론으로 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

 

토론을 잘한다고 해서 대통령 역할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토론을 못한다고 해서 대통령 역할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말만 앞서고 삶이 뒷받침이 못되는 사람도 대통령 감은 아니다.  

다만 토론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그 사람의 세계관이나 식견과 품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그런 기준으로 선택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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