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이기적 유전자'의 도킨스가 말했다.

"양자물리학은 아무나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진화론은 아무나 아는양 떠들어댄다. 그것이 진화론의 약점이다"


나도 말하고 싶다.

"심리학은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고, 이미 알았다고 떠드는 학문이다.
그것이 심리학의 피곤함이다."

오도된 상식들이 대중심리학과 연계되어 하나의 유사과학으로서 일반인들에게 '철저히'
잘못 인식되어 있는 사실은 신경과학도로서 분노를 넘어선 참담함을 일으킨다.

갈릴레오 당시 '천구에 관한 학'은 자연신학의 일부였다.
그러나 천체물리학이 전문가들이 손에 넘어간 지금, 어떤 정신나간 인간도 그것이 신학이나 교회에서 다루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판넨베르그같은 자연신학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과학'의 반열에 속하지 않는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나, 칼 융, 자끄 라깡의 정신분석이론들이 문학과 연계된지는 꽤 오래된 얘기이다.  신학의 상담목회학이나 요새 트렌드로 자리잡은 영성수련에 '그들의' 심리학이 상당히 깊게 연루(?)된 것도 '신비주의'의 재발흥과 관련이 깊은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들이 과학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심리학이 50년 이내로 공중분해되어 완벽히 자연과학(신경과학)에 통섭될 때,
어떤 얼빠진 인간도 '정신분석'이나 '무의식'같은 검증되지 않은 용어를 들먹이며
신학을 논하진 않으리라는 것이다. 갈릴레오 당시처럼 밀이다.

티코 브라헤나 지오다노 브루노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신학자들도 저마다 책을 내고 반론하며 안티테제를 형성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에 관한 책을 출판했을 때 루터의 비평은 짤막했다.

"얼토당토 않은 가설들은 쓰는 종이가 아깝다."

그러나 뉴튼을 지나 계몽주의 시대가 지난 후
어떤 신학자나 목사도 지동설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20세기를 들어서며 언어학과 심리학은 이제 자연과학으로 입양될 '마지막 아이들'로 지목되어
대중과 교회 손에서 멀어지고 있다.
목사와 신부들은 '마음'이나 '영혼'을 '뇌'를 같이 말하지 않으면 조롱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깊은 '영성'훈련이 언젠간 뇌를 스캔하는 fMRI로 모두 분석된다 할지라도 구구한 그 전통이 사라질리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직까지 자연신학을 말하는 신부들은 있다. 다만 자연신학이란 것이 신부들이 주도권을 쥐고, 새로운 자연과학적 사실들을 발견해내며 해석까지 하는 중세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변형되어 남았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심리학과 관련있는 영성부분이나 상담목회도 과학사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영성이나 상담목회의 기초가 되는 심리학이 자연과학(신경과학)으로 거의 환원이 이루어지면 신부나 목사들은 다른 텃밭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의사 겸 주술사 겸 상담사 겸 사회복지사가 아닌 새로운 역할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과학사는 그들의 겸업을 분화시키고 있는 연표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환원주의가 우리의 정서를 피폐하게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저녁 노을이 빨간색인 이유가 공기입자들이 적색가시광선 파장에 충돌해 산란되는 현상에서 비롯된 사실을 밝혀냈다하더라도 화가는 여전히 그림을 아름답게 그릴 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온도가 분자들의 평균운동에너지라는 사실이 "따뜻함"과 "포근함"을 연결시키는 우리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최후의 한조각까지 신비로운 것을 없애는 노력을 경주한 뒤, 남은 몇조각 형이상학적 파편들이 우리를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그 파편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우리의 시작은 점점 초라해지는 동시에 우리가 그려온 궤적은 점점 위대해지기 때문이다)


ID가 어떻고, EGO가 어떻고, 구조적 무의식이 어떻고, 영혼이 어떻고 하는 것들은 우리가 상승하기 위한 것들로서 작용하진 않았다. 검증된 적이 없는 그런 개념들이 만든 신비적 경외감은 인간에게 두려움 즉, 알아서는 안되거나 혹은 영원히 모를 것으로 남겨져 있어야 할 어떤 세계를 상정해왔기 때문이다.

"기계에 의한 영혼의 위대한 상승" 이 말은 어느 프랑스 철학자가 영국의 산업혁명 이 후 기계로 대체된 노동생산력에서 떨어져 나간 실업상태의 '인간' 육체노동자들에게 던진 희망의 메시지이다. 단순노동을 기계가 하는 대신, 인간들은 산업이 발전하면서 지식가치적 생산활동이나 창의적 생산활동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과학이 신앙에서도 같은 일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
인간은 신비의 영역을 계속 파헤치고 깎아내야 한다.

도려내야 할 것이 없어지면 없어질 수록, 생채기가 나서 아프면 아플 수록
내가 믿는 하느님과 '사랑'이란 개념은 위대한 상승을 계속 할 것이다.

루터가 하느님을 믿는데에는 지동설이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지 모른다.
예수믿고 천국에 가는데 지구가 태양을 돌던, 태양이 지구를 돌던 그게 대수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천국에는 주소가 없다)


오히려 영혼, 마음 이런 개념들이 천국과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적어도 문자이래 몇천년간 이런 개념들은 사후세계를 다루는 종교적 영역안에 있었으므로
천국에 가는 문제에 있어 지동설보다는 훨씬 연관있어 보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어쩌면 영혼, 마음 이런 개념들은 우리의 마지막 보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진화 결과의 최정점에 있는 뇌(영혼,마음이라고 불리는).
이 마지막 요새로 보이는 곳까지 우리의 지식이 점령했을 때, 교회는 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전혀 다른 개념의 신앙세계가 정립될 수도 있다.
지식과 신앙이 화해하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조화로운 세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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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2006년에는 운좋게 시간강사로 대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구요,
대학 연구소 연구원으로 잠시 재직한 뒤 현재 군 복무 중인 젊은 과학도입니다.

신경과학을 전공하긴 하지만 전공을 안가리고 배움 자체를 좋아하는 천학비재로서
신학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여기는 지인의 소개로 들어왔구요...
현재 교적은 대한성공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무슨 글을 올릴까하다가
제가 속한 학교 학회에서 새내기 과학도라면 많이 겪는
학부생들의 신앙-과학 간의 내적갈등에 관해 조언을 주는...
(지금 다시 읽어보니 일침을 놓는 글이 되고 말았군요^^;)
예전 글을 올려보았습니다.

좋은 가르침과 소통이 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