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첫 날을 여러분의 기도와 성원 덕택에 잘 마친 후,
맛 없는 저녁먹고 호텔로 일찍 돌아 왔습니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창조과학에 관해선 일단 이 선에서 마무리하고 싶어서 입니다.
(‘다시는 하지 말자’가  아닙니다.
창조과학은 계속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을테니,
또 다른 기회가 많이 있겠지요)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제가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또 여러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었던 것은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뭐, ‘아닌건  아니다’라는 단순한 내용입니다.

이런 이유로 애초부터(신완식 목사님께 정말 감사!)
저는 창조/진화 논쟁은 하지 않겠다고 거절한 것입니다.
그전에 창조과학이 과연  ‘진정한 과학을 추구하느냐’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미 조폐국내 위조지폐 감식단의
훈련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위조지폐를 가리는 훈련 과정 동안,
감식단에게 매일 매일 진짜 지폐만을 계속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가짜 찾아내는데는 진짜를 보여주는 방법 밖엔 없다는 것이죠.

실제 이 이야기는
기독교내 이단들에 관한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즉, 그사람의 결론은
정통 교단들이 진짜를 보여주면,
신자들이 이리 저리 쏠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 교훈을 염두에 두고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저 역시 과학의 정의가 무엇이고,
과학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자
나름대로 노력 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창조과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조언들을 주셨더군요.
그런데 그 분들 그렇게 못합니다.
제가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일까요?

한 예를 들어 모리스님께서 (그런데 님의 닉 네임이
이미 작고한 미국 창조과학계의 1세대 책임자였던
Henry Morris와 같은 건 우연인가요?)
“창조과학하는 사람들도 결과에 대해 열린마음을 가지고서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기를” 부탁하셨는데,
이 얼마나 좋은 의견입니까?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설’이라는 게 뭡니까?
‘이러 이러 할 것이다’라는 전제입니다.
이 말 속엔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후렴구가 반드시 따라 옵니다.
그런데 창조과학자는 그 어떤 경우에도 가설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ㅇㅇ를 만드셨을 것이다’란 가설과 이 가설 뒤에
필연적으로 내제해 있는 ‘어쩜 아닐 수도 있다’를 상상해 보세요.
이미 이런 가정을 한다는 자체가 창세기를 의심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증거가 되버리는 겁니다.

그들이 누구입니까?
‘창세기 1장은 문자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절대 옳다’라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에 ‘ㅇㅇ할 것이다’는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겁니다.
하물며 ‘ㅇㅇ가 아닐 수도 있다’는 두말할 나위가 없구요.
그런 분들에게 가설을 세우고 결과에 대해 열린마음으로
실험을 하라고 부탁하는 건,
그냥 ‘자살하세요’하고 부탁하는 거나 매한가지 입니다.

그들도 자신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과학으로 인정 받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과학을 할 수는 없고-----.’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그냥 우기는 겁니다.
스스로가 친 덫에 빠져 못나옵니다.
그래서 놀 박사도 모순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이구요.

저는 이번 토론이 많은 분들에게
‘진실된 과학 (genuine science)’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에겐 그것으로 이미 충분합니다.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늘어놓은 후,
이제 그만 하겠다는게 어색하긴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제로 너무 늘어지는 것은
저나 다비안 여러분 모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게 제 판단입니다.

균형님을 비롯해 그간 관심을 보여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많이 생각하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정 목사님,
번역글을 <기독교 사상>에 올리는 것은
저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단지 번역 자체가 충실한지의 여부가 계속 걸립니다.

마지막으로
제 글들이 그 주제때문에 항상 딱딱하기만 하였는데,
사과하는 의미로
저에게 일어났던 이야기 하나 해드릴께요.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과학자에겐 연구비 확보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제 분야에선 미 국립보건연구소 (NIH)가 가장 규모가 큰
연구비 제공 기관입니다.
규모가 크면서도 연구비 따기는 가장 힘든 곳에 속합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부시가 전쟁하는 바람에 예산이 깎여
더 난리들이죠. (그 전엔 전체 지원자의 10%는 받았는데,
근래엔 7% 선이니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제가 처음으로 NIH에 연구비 신청을 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연구계획서를 쓰고 기한 날짜에 맞춰 보낸 후
아내가 저에게 같이 기도를 시작하자고 권유하는 겁니다.
물론 ‘연구비를 받게 해주세요’하는 기도지요.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우리가 기도하여 제가 연구비를 받는 것은 좋은데
누군가 한 명은 그 댓가를 감당해야 하는 겁니다.
제가 나중에 하나님께 감사드리더라도,
감사를 받으시는 하나님께서도 참 거시기 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아내에게 그랬죠.
“우리 이번 만은 범 세계적인 기도를 드려보자.”
그래서 저희 부부는 그 후 어언 4개월 동안
“하나님 꼭 필요한  프로젝트들이 연구비를
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4개월 후 결과가 나왔는데 저는 연구비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과연 그 때 하나님께서는 저희의 기도에
응답을 하신 걸까요, 안 하신 걸까요?

여러분의 가차없는 의견 제시 바랍니다.
컴퓨터 자판을 사정없이 두들기시는 여러분,
잘~~ 생각하셔야 됩니다. (은근한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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