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자로서, 감리교단 소속 신학교에서 공부한 덕에,
감리교 신학에 대하여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참 궁금합니다.
왜 장로교단 신학교들은 입만 열면 칼뱅주의, 개혁주의를 강조하고,
감리교단 신학교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부분에까지
웨슬리와 웨슬리적 요소들을 끌어다 붙이는 걸까요?
다른 나라 성공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왜 우리나라 성공회 성당들은,
별스럽지도 않은 그리스도교 전통을 두고도,
마치 성공회의 전유물인양 말만 나왔다 하면 성공회, 성공회 하는지,
알레르기가 돋을 지경입니다.

다른 교파들은 어떤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너무나 교파적 자의식이 강하고,
자교파의 정당성을 강변하려 드는 게 아니냐는,
불편한 느낌을 늘 받습니다.
제목에 썼다시피,
교파'주의'라고까지 생각이 듭니다.

또, 무엇보다,
왜 감리교 안에서는 웨슬리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지지 않고,
개혁교회에서는 칼뱅과 개혁주의 신학에 대한
냉철한 시시비비를 논하지 못하는 걸까요?
루터교는 루터를 제대로 도마 위에 올려놓지 않으며,
성공회는 크랜머 이래의 종교개혁가들과 신학자들을,
객관적 대상으로 놓고 비평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중립적이지 않은,
즉, '보편적'이지 않은 신학의 태도가 아니냐는 거지요.
(천주교라고 '가톨릭적'(보편적) 신학을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만서도)

팔이 안으로 굽고,
자기 존재의 당위성을 변증하기 위해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 게 이해는 간다손 쳐도,
참 갑갑합니다.
실제로, 타 교파 신학교에서 공부하며,
신학생들, 심지어 명망있는 교수님들도 지켜보니,
타 교파와 그리스도교 전통에 대하여
너무 무지해서 실망한 적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입만 뗐다 하면 웨슬리, 칼뱅, 성공회,
자기 교파에 대한 자부심도 어느 정도지,
그렇게 떠받들고, 비판도 사실상 봉쇄되어 있으니,
무슨 벼슬도 아니고...

말이 좀 격해서 죄송합니다.
다른 회원님들, 특히,
각 교단 신학교에서 공부하시는 신학생 분들과,
목회자 분들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
써 봤습니다.
본의 아니게 불쾌한 느낌을 드렸다면,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회원님들, 또는 특정한 구체적 개인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