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 <열린 토론실>입니다. 다비안들의 부담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채>와는 달리, 보다 진지하고 깊이있는 이야기나 주제를 나누고 싶은 분들을 위한 게시판입니다. 가급적 예의를 갖추시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토론과 대화는 다비안을 비롯한 여러 네티즌들의 온라인 상에서의 자유로운 것이기에 그 방향과 정체성이 반드시 다비아와 일치하지는 않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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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학(예전학)과 교회사를 세상의 학문이라느니,쓸데없는 학문이라느니 하면서 폄하하는 어느 근본주의자를 어느 포털사이트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는 성서공부는 열심히 하면서 성서못지 않게 중요한 전례학과 교회사공부는 하지 않는 한국개신교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사례일 것이다. 심지어는 어느 장로교 전도사는 전례교육을 무가치한 것처럼 떠벌리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물론 성서공부도 중요하지만, 전례학과 교회사 공부도 그리스도교인이 하느님을 어떻게 예배하고 그분이 교회를 통해서 어떻게 일하셨는지 이해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함을 왜 근본주의자들은 모르는 거지요?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감정적이고 극단에 치우치기 십상인 한국인의 정서에,
루터교, 성공회 등 전례와 전통을 중시하는, 극단적이지 않은 교파가 환영받지 못한 것은 당연하며,
의문과 사유, 탐구를 중시하는 비평적 신학 사조가 냉대받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한국의 개신교가 성서 공부에는 열심이지만, 성서 텍스트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성서 역시, 글로 씌어진 텍스트이므로 어느 누구나 읽고 나름의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서를 '정경(Canon)'으로 삼는 그리스도교의 입장에서는,
그 그리스도교의 신앙적, 해석학적 전통의 맥락에서 해석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는 곧, 성서 공부와 함께 교리(기초신학, 조직신학)와 교회사에 대한 공부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한국 개신교회의 어느 교단도, 입교용, 신자 교육용 교리서(catechism)가 없습니다.
아예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장로교야, 아예 전례라는 것을 파괴하고 갈라져 나간 교파이니,
더욱이, 한국의 장로교는 칼뱅적이기보다 오히려,
철저한 파괴주의자였던 츠빙글리 및 청교도에 경도되어 있으니,
게다가, 개신교 근본주의란 지극히 개신교적인 종교 현상이고,
이 특징들 가운데 반전례, 반전통의 적개심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죠.
그러니, 그런 분들과는 논쟁에서 소득이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