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반기련)이 반기독교 광고문을 버스에 실었어요.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문구입니다. 하지만 이 일은 버스 회사에 항의하는 기독교인들 때문에 '4일 천하'로 막을 내렸습니다.
 

 전 과거에 반기련에서 활동한적이 있었고 지금은 참여하지는 않지만 항상 나 스스로를 안티기독교인(안티종교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얼마전에 친구(이인,오마이뉴스기자)가 저에게 안티기독교에 관해 몇가지 질문한적이 있는데요.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해서 올려봅니다.  


-예전에 안티 기독교 활동을 했는데, 한 이유가 있다면?

한국기독교의 일부 행태가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할 때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죠. 교회에서 교회의 규칙만을 배워 행하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이 한 가지 논리에 세뇌당한 사람들의 모습이나 마약중독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껴졌거든요.

초창기에 안티기독교는 한국사회에서 많은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말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상식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만큼이나 한국기독교인들의 행태가 상식에서 벗어나 있었죠. 종교란 사람의 필요에 따라 생겨난 것이잖아요. 필요한 사람도 있고 불필요한 사람도 있어요. 불필요한 사람 대부분은 다른 것에서 만족을 얻고 있죠.


-안티 기독교에서 어떠한 활동을 했나요?

안티기독교는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한 것들을 한다고 규정하여 말하기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안티기독교도 기독교처럼 여러 분파가 있었고, 그 분파들 사이에 분쟁이 기독교의 이단논쟁이나 사탄악마를 정죄하는 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심각하였으며, 시대별로 태도를 달리했기 때문이죠. 안티기독교 안에서도 수많은 분쟁이 있었고 그 분쟁 뒤에는 반드시 또 다른 모임이나 단체가 생성되었는데, 기독교인들의 이단논쟁, 교파분열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초창기라 할 수 있는 대략 십년 전의 안티기독교는 양식 있는 지성인들이 모여서 한국기독교의 문제점을 상식선에서 비판하며 건전한 다른 대안을 찾는 모임이 분명했어요. 그러나 몇 년이 지난 뒤, 한국기독교에 많은 피해를 당해 상처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감정적으로 한국기독교를 비난하게 되었죠.

차차 기독교를 이 세상과 인간에게 오직 해만 끼치기 때문에 반드시 박멸해야만 하는 사회악으로 규정하게 되었고, 이 사실에 대한 어떤 다른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어요. 세월이 지나 한국기독교는 끊임없이 반성하고 달라지는데, 한국기독교뿐 아니라 인간의 종교심, 감성, 사랑하는 마음까지도 이 세상에 절대 존재에서는 안되는 절대 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어떠한 다른 의견도 허용하지 않는 안티기독교의 모습이 도리어 상식선에서 벗어나게 되었기 때문에 많은 공격과 내부분열이 있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배타적이 되어버린 것이죠.  


-기독교인들나 안티기독교인들은 왜 상식선 넘기를 서슴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해볼 때, 상식이라는 것은 지극히 상대적이 아닐까 싶어요.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는 지극히 상식 이하의 황당한 말과 행동이 또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는 누구나 지켜야할 절대 진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길이라면 다른 사람의 상식이나 사회의 도덕 법률 따위가 중요하겠습니까? 그 길을 찾은 사람은 오직 그 길만 가면 됩니다. 빛이 있는 동안 그 빛만을 따라 걸으면 되는 것입니다. 어떤 상식적인 비판이나 논리적인 설명도 어떤 고난이나 역경도, 뭇 사람들의 비난과 질책도, 그 의지를 꺾지 못할 것입니다.

 

-안티기독교 생활도 했고 교회도 다니고 있는데, 돌아보면 어떤가요?

사람의 모습을 보다보면 항상 제 삶의 모습이 교차되곤 해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지금 무엇을 할까, 나는 왜 사는 것인가... 사람이 가는 길은 언제나 외롭고 쓸쓸합니다. 나를 이해해주는 이가 적고 신뢰하는 이 더욱 적습니다. 어쩌면 철저히 나 혼자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고 나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엇이 옳다고 믿거나 주장하지 않아요. 저는 단지 이 세상에 살아 숨 쉬고 있다가 오직 죽을 뿐이에요. 저는 제 발길 닿는 대로 가는데, 그곳이 산이거나 들이거나 교회이거나 시민단체이거나 마약소굴이거나 아무 상관이 없어요. 제가 만나는 것은 무슨 주의나 사상이 아니라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사람 모습이며 사람의 삶이고 그 의지라는 거죠.

사람은 태어나서 살아가고 죽는데, 그 와중에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것이죠. 기독교인으로서 살아가든 안티기독교인으로서 살아가든 그 선택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하여 싸우고 쟁취하고 눈물 흘리고 상처받으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에요.

사람은 이렇게 살아가고 이렇게 죽어 가는데 그 삶의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모르며 관심도 없어요. 제 관심사는 오직 저에 관한 것이에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뿐이죠.


-앞으로 한국 교회는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한국 기독교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지만 그 한국기독교를 포함하고 있는 한국사회는 더욱 빨리 달라지고 있어요. 사회가 진보하면 지켜야 할 것이 많은 기독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단체로 낙인찍힐 수도 있으나 또 어찌 보면 생각의 자유, 표현의 다름을 인정하는 진보의 또 다른 면으로서 한국사회가 한국기독교를 품어주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