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 덕에 글을 올리는 재미가 있네요.
오늘부터는 진화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 회는 이야기의 프롤로그입니다.


문자주의, 진화론자를 심판하다



두 번의 대결

1860년, 옥스퍼드의 주교이며, 상원의원이고, 영국교회의 수장인 사무엘 윌버포스와 형태학과 고생물학자로서 런던 광산학교의 교수인 토머스 헨리 헉슬리는 진화론을 주제로 한바탕 설전을 벌입니다. 

 “내 옆에 앉아서 나를 비난하려고 하는 헉슬리 교수에게 인간이 원숭이의 자손이라는 그의 신념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원숭이가 조상이라면 그의 조부 쪽입니까, 아니면 조모 쪽입니까?”
엄숙한 목소리의 장황한 연설을 통해 그는 다윈의 견해가 성서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헉슬리 교수는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청중들은 그에게 대답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래서 그는 평소처럼 예리하고 경멸적인 어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오직 과학을 위해서입니다. 내가 듣기론 내가 존경하는 의뢰인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주교가 그 논쟁에 끼어든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이야기한 후에 창조의 문제로 들어갔다.
“당신은 진화가 창조주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신이 당신을 지으셨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 자신이 원래 이 황금색 필통보다도 작은 물질의 덩어리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끝으로 그는 원숭이의 자손이라는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내가 그러한 조상을 두었다는 것에 대해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편견과 거짓을 위해 자신의 교양과 달변을 악용하는 사람을 조상으로 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싸움은 미국의 생물학 교과서에 진화론이 진지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불붙습니다. 창조론자들의 압력으로 알칸소 주가 창조과학을 가르칠 것을 요구하는 새로운 법을 통과시키자 1981년, 미국시민 자유연합이 이에 반발하여 소송을 제기합니다. 결국 법정에서 창조과학에 대한 공방이 시작됩니다. 고소인들이 내세운 전문가는 캐나다의 과학자이며 종교철학자인 루스 교수였습니다.

Q: 창조론자들의 문헌을 상세히 검토해본 루스 박사님께서는 창조과학이 지금 막 설명해주신 과학의 표준과 특성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해 어떤 전문가적인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A: 네, 제 생각으로는 창조과학은 과학을 다른 연구 분야와 구별 짓는 특성들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Q: 왜 그런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A: 무엇보다도 창조과학은 창조자의 초자연적인 작용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창조과학의 이론에 따르면, 창조주는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하여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Q: 창조과학이 검증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창조과학은 검증 가능하지도 가설적이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창조과학을 다른 학문과 확연하게 구분짓는 특성은 그것이 제시하는 모든 답변이 절대적으로 확실하다는 데 있습니다. 그것이 다루는 문제들(인간, 생명, 지구 그리고 우주의 기원)이 얼마나 방대한 것인가를 고려해본다면 그 확실성이란 것이 계시적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반증적인 증거가 있다고 해도 창조과학은 결코 자신의 이론이 위증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는 이론의 특성인 가설성에 반대되는 것이며 검증을 조롱하는 것입니다.
Q: 창조과학이 과학의 방법론을 따르고 있다고 보십니까?
A: 창조과학은 슬프게도 이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창조과학의 논증을 전개하기 위해 사용된 명백한 거짓의 속임수와 왜곡의 무수한 사례들을 발견했습니다.
Q: 루스 박사님, 창조과학이 과학인지에 대해 전문가로서 확실한 의견이 있습니까?
A: 네.
Q: 어떤 것입니까?
A: 내 견해로는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닙니다.
Q: 그러면 그것이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A: 종교철학을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나는 창조과학은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창조론 VS 진화론
다윈이 1859년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후, 창조론과 진화론은 줄기차게 대립해 왔습니다. 특히 1900년 헉슬리와 사무엘 윌버포스의 논쟁과 1981년 루스 교수의 논쟁은 창조론과 진화론이 극적으로 대립한 장면이었습니다. 150년 동안이나 뜨거운 감자로 종교계와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진화론과 창조론의 핵심적인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진화론은 말 그대로 진화를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생존한 것이든 멸종한 것이든 모든 유기체는 장시간에 걸쳐 완만하게 진행되는 자연의 과정을 통해 오래전에 생존했던 원초적인 형태에서 진화된 것1)입니다.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자연도태입니다. 다윈에 따르면 모든 유기체는 생존경쟁을 거치면서 각각의 존재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유용한 각종의 변이가 수없이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생겨납니다. 다윈은 “우리는 조금이라도 유해한 변이는 철저하게 멸종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이같이 유리한 변이의 보존과 유해한 변이의 폐기를 자연도태라고 부른다.”라고 말합니다.


진화론은 다윈의 이론과 멘델의 유전학 그리고 최근의 분자생물학과 고생물학에 힘입어 꾸준히 발전하였습니다. 특히, 1989년의 다프네 메이저 섬에 있는 피리새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는 진화론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연구자들은 메이저 섬 주위에 모여 있는 일천여개의 섬에 서식하는 모든 새들의 개체수를 세었고, 그 혈통을 추적해서 새들이 가뭄과 홍수로부터 받는 영향을 관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메이저 섬에 가뭄이 들어 대부분의 피리새가 죽었을 때, 그 와중에 살아남은 피리새들이 다른 피리새들보다 더 크고 강한 부리를 갖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분명 더 큰 씨앗을 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가뭄이 지나가고 비가 많이 와서 먹이가 많아지자 부리가 다시 작아졌습니다. 이 연구는 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도태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최근의 진화론에 대한 연구는 미생물의 세계에까지 진출해 인상적인 증거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창조론자들은 하나님이 태초에 창조를 끝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세상은 태초에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계획대로 설계되었습니다. 따라서 창조 이후에 진화니 도태니 하는 구질구질한 작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리 스트로벨은 《창조 설계의 비밀》에서 “세상이 6000년 전 어떤 존재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설계 가설의 설명력은 다른 모든 이론을 능가한다.”고 말합니다.

창조론자들은 화석기록에서 수천 만 년 동안 사라졌다가 나타난 실러캔스, 울레미 소나무, 네오필리나 등의 생물들을 예로 들면서 진화론이 틀렸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실러캔스는 8000만 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1938년 전혀 진화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공룡들의 시대와 더불어 살아왔던 그린 철갑상어가 여전히 그대로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발견들에 고무된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을 겨냥해 비꼬듯이 말합니다. “주목해야할 점은 2억5천만년이라는 광대한 기간 (각종 조류와 포유류들이 돌연변이로 만들어지고, 대륙들이 이동하며, 소행성이 충돌하고, 고래의 팔다리가 없어져 다시 물로 돌아갔던 길고 긴 기간) 동안 어떻게 그 모습이 조금도 변화되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의문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2)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