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과 무신론
그렇다면 기독교와 진화론은 영원히 이별해야 하는 운명일까요? 이들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대부분의 창조론자들은 진화론과 기독교가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헉슬리와 열띤 논쟁을 벌였던 윌버포스 주교는 “자연도태의 원리는 절대로 신의 말씀과 양립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법률학자 필립 존슨도 “종교의 초자연주의와 과학의 자연주의 간에 이루어진 일시적인 타협이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으나 그것은 모순된 생각을 강제로 조정한 것이기에 오랫동안 유지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유명한 종교 기고가인 낸시 피어시 역시 “하나님이나 자연선택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둘 다 가질 수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들은 진화론이 무신론과 다름없어 보인다고 비판합니다. 자연발생적으로 유기체가 생성되고 소멸되는데 신이 끼어들 자리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진화론은 자연주의적인 이론이기 때문에 신이 존재하는 증거를 찾아내지는 않습니다. 《심판대 위의 다윈》을 쓴 법학교수 필립 존슨은 “진화론의 요점은 자연이 스스로를 창조할 수 있으므로 초자연적 창조주가 필요 없음을 보이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종교철학자 앨빈 플란팅가는 “식견 있는 사람들은 주의 깊게 신앙심을 갖고 성서를 연구해보면 성경을 통해 전달되는 주님의 말씀은 진화론의 증거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며, 실상 지구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해하는 한 이러한 주장은 병적이고 불합리하고 무책임하며, 어리석은 것으로 배격할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하나님의 창조를 믿으면서 진화론을 지지하는 독실한 기독교인들 역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목사 베이든 포웰 새빌리언(Baden Powell Savilian)은 “자연도태의 법칙에 따른 《종의 기원》이라는 다윈의 이 훌륭한 책은 초기 자연주의자들에 의해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온 원리를 확고한 토대 위에서 입증해 보이고 있으며, 《자연적 원인들에 의한 새로운 종의 출현》이란 책은 자연의 자생적 진화력이라는 장엄한 원리 쪽으로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라며 진화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옥스퍼드대학의 신학자 오브리 무어 역시 “진화론은 적의 모습으로 나타나 친구의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종교계의 교양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진화론을 연구하는 학자들 가운데서도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있습니다. 《자연도태의 유전학적 이론》(1930)의 저자인 영국의 통계학자 로널드 피셔(Ronald Fisher)와 《유전학과 종의 기원》(1937)의 저자 테오도시오스 도브잔스키(Theodosius Dobzhansky)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모두 ‘다윈 이래 10명의 위대한 진화론자’의 명단의 상위 랭커로서 학자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진화론이 하나님을 믿는데 아무런 방해물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진화론이 무신론과 같다는 견해를 반박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진화론이라는 학문과 신의 존재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진화론은 다른 모든 자연과학들과 마찬가지로 형이상학적이고 초자연적인 힘에 대해 설명하지 않을 뿐입니다. 따라서 진화론이 맞더라도 신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진화론이 무신론이라는 주장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 단순한 자연법칙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신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열렬한 진화론자이면서 동시에 기독교인인 마이클 루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다윈주의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신론이다! 여기에는 반론이 있다. 과학자로서, 자연주의자로서 우리는 경험적인 법칙의 지배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법칙을 초월하는 실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그러한 실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 열렬한 다윈주의자라 할 수 있는 방법론적 자연주의자는 과학을 하기 위해 법칙 외에 어떠한 것도 수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법칙을 초월해 어떤 것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진화론과 하나님의 설계

따라서 하나님이 세상을 설계했다는 믿음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다윈주의자들은 진화론이 하나님의 설계에 대한 믿음을 더 강하게 해 준다고 말합니다. 베이든 포웰(Powell)은 진화론이 주장하는 섬세한 자연적 원리들이 그 원리를 만든 설계자에 대한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고 말합니다. “기계로 짠 천이 손으로 짠 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지성을 증거하고 있듯이, 질서 있게 작용하는 물리적인 원인의 긴 연쇄에 따라 진화된 세계는 그 구조에 있어서 점진적 행동의 표시를 찾아볼 수 없는 세계보다 더 우월한 최고 지성을 증거 하는 것이다.” 마이클 루스도 《다윈주의자가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시계는 시계공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눈 역시 눈을 만든 자, 즉 눈의 설계자를 요구한다. 이것을 ‘신’, 즉 기독교인들의 하나님이라고 부른다. 이는 눈과 그 밖의 유기체의 특성들이 훌륭한 솜씨와 능력을 지닌 설계자를 증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다윈은 자연신학자들이 흔히 드는 실례인 손이나 눈의 생김새가 자연도태로 인하여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형성되거나 진화되었다고 주장한다. 손이나 눈은 쓸모없는 신체부위가 아니라 어떤 목적이나 기능을 지니고 있다. … 따라서 설계의 비유가 페일리의 《자연신학》의 특징이듯이 그것은 다윈의 《종의 기원》의 특징이기도 한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진화론이 하나님을 받아들이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기독교와 창조론은 화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것만 가지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조금 성급합니다. 아직 창조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창조과학에 대해서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조과학의 주장과 근거에 대해서 꼼꼼하게 살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계속>다음 회는 창조과학에 대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