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중에 '큰 형님'으로 통하던 형이 한명 있었습니다.
36살 늦깍이에 수능시험을 다시 보시고
저와 같이 대학부 신학과 산소학번으로 입학한
그 형은... 특유의 화통한 성격으로 어린 동기들을
늘 따스하게 챙겨주었죠...

제가 군생활 하며 들은 가장 충격적인 학교 소식은
바로 그 '큰 형님'이 자퇴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슬하에 일남 일녀를 자녀로 두고 있었는데
그중 큰 아들이 성장 장애로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확치는 않지만 아마도 이러한 아들의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할 길이 없어 그와 같은 아쉬운 결정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제대후 다른 동기를 통해 전해들은...
그 형의 말은 제 가슴을 정말 미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돈없어서... 두번이나 신학 포기하는 마음이 너무 힘들다"

우리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부산 장신대에서 공부를 하셨고
그때도 가정 환경으로 포기했던 공부를 결혼후
형수님의 도움으로 다시 시작한 것인데...
또 이번에도 그와 같은 어려움을 겪은 것이지요.

비단 위의 경우 뿐만 아니라 다른 선후배들이 등록금문제로
괴로워하는 종종 모습을 발견하며 가끔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습니다.
교회의 외적 성장과 소모적 행사와 이벤트에는
혈안이 되어있지만 정작 이땅 교회의 미래를 짊어지고갈
신학생들의 절망에는 귀기울이지 않는 현실 때문이지요.

이럴때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카톨릭 신학생들이 무척 부러워지곤 합니다.

군생활이 이제 몇 달 남지 않았을 때 들어온 후임 한명은
인천 가톨릭대를 다니다 온 카톨릭 신학생이었습니다.
그로 부터 전해들은 카톨릭의 신학교육 체제는
실로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우선 카톨릭 신학 후보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지역의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교구에 속한 학교로만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간 위화감은 전혀 없고 따라서 집에서 먼거리에 떨어진
학교에 다니는 어려움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 무엇보다 제게 충격적인 것은 입학 원서를 낼때
다른 군의 학교, 예를 들면 자신의 교구에 속한 신학교가 '가' 군일 경우
'나', '다' 군에 어느 학교가 됐든 원서를 지원하면
무조건! 탈락시킨다더군요. 떨어지면 다른 학교 갈 학생들이 아니라
떨어지더라도! 지원할 학생들만 모집하고

아무리 수능 성적이 높아도 사제의 길에 대한
확실한 소명을 표명하지 못하면 면접에서 무조건
탈락시킨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매 기수마다 인원은 천차 만별이지만 그전에 공부를 잘했건 못했건
'정말 오고 싶은' 학생들만 모이기에 학업분위기가 무척 좋을 뿐만 아니라
엄격한 기숙사 생활과 경건훈련 (1학년 때는 면회, 핸드폰 사용금지랍니다)를
거쳐야하긴 하지만 그에 따른 자부심...
그리고 이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면에서 철저한
도움의 손길들이 전해진다더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신교와 너무 다른 시스템 아닌가요?
지난 시간 한국 카톨릭의 유례없는 흥행(?)은
바로 이와 같은 철저한 지도자 양성의 노력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그들이 숫적으로 부흥했다해서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따라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말 배워야할 것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카톨릭 성직자 대부분은 '안정적 검소' 함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무엇을 먹을지 입을지 걱정할 필요조차 없으며
또 상당한 자부심을 품고 있고 이들에 대한 존경심은
교회밖을 넘어서까지 이르며 이는 개신교 목사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죠?
오늘날 한국교회의 끔찍한 부패는 결국
그릇된 지도자 양성의 결과 아닐까요?

현저하게 사제가 부족한 실정임이에도
그러한 '수요'에 따라가지 않고 철저하게 '가려내어'
신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가톨릭 신학교와 달리
우리는 그야말로 마치 공장의 대량 생산 시스템처럼
매년 '찍어 내듯이'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등록금 고지서를 확인하고 무척놀랐습니다.
3년만에 이렇게 오를 줄이야...
물론 다른 사립대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적은 편이고
등록금 환월율도 개신교 신학대 중에서 가장 높고
전국적으로도 상위권이기에 학교 행정 자체에는 불만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재' 양성보다는 마치 '상품' 생산하듯이
다른 학교의 자본주의적 학교 경영을 저희 학교를 비롯한
여타 무수한 신학생들이 따라간 나머지 벌어진 한국 교회의 비극들을
생각하니 그저 가슴만 답답할 따름입니다.

비록 몇 달간 극도의 물질적 절제로 공부해야 하긴 하지만
저는 어렵게나마 등록금을 마련이라도 했지만
등록일이 하루하루 다가올 수록 초조함만 더하며
시름에 잠길 다른 학우들을 생각하면
그 안타까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 시대... 한국 교회는 천하가 다 인정하는
위기에 처해있으며 변화와 갱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변혁이란 곧 군살을 제거한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렇게 교회의 군살을 제거하기 위해
가장 선행해야할 것은 분명 신학교의 군살을 제거하는 일인 줄 믿습니다.

비록 등록금 수익은 철저하게 낮을 지라도
'정말 오고 싶은 학생들이 모여서 부지런히 경건과 학문에
힘쓸수 있도록 교회의 전적인 지원을 받는 학교'를 꿈꾸는 것,
그래서 우리 학교의 수능점수가 몇점이고 경쟁율이 몇대 몇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선지동산에서 함께 주님의 길을 따라가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자랑스러운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구조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이상주의적인 생각일까요?

2007년을 맞이하여 각 교회들마다 선교단체들마다
'Again 1907'을 입에 올리며 연일 부흥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부흥일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속에서 우리의 눈과 귀로 전해진
지각속에 확인되는 교회의 외적성장이 과연 부흥일까요?
그러기 위해 연이어 이어지는 대형 집회와 이벤트들이
과연 얼마나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수 있으며
부흥을 위한 참다운 통로가 될 수 있을까요?

단언하건데 그러한 행사들을 위해 쏟아붇는 돈이면
이땅에 물질적 어려움으로 피눈물 흘리며 신학의 길을 접는
무수한 이들에 가뭄에 단비 같은 필요로 채워질 수 있을겁니다.
비록 이들에게 나타날 성과는 가깝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카이로스를 소망하며 과감하게 그늘아래
고통받는 교회의 미래를 향해 빛을 비추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요?

물론 저는 엄연히 저희 학교가 자본주의 사회에 속해 있으며
교단의 정책이 관심가져야할 영역이 신학교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저희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지원을 받는 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으며 실무에서 수고하시는 이들의
고충역시 깊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렇지만 이 땅에 진정한 부흥을 위해서라도...
이 선지동산을 뒤덮고 있는 순교자들의 고결한 피를
조금이라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라도 한국 교회... 아니 그렇게 멀리 가지 않더라도
우리 교단의 신학 양성 제도의 새로운 방향을 점검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요구일까요?

어느덧 입춘이 지나 봄은 찾아왔는데
아직도 마음의 겨울속에 시린 영혼을 추스르는 이들의 눈물 때문에...
이렇게... 괜스런 넋두리를 읊어보았습니다.

부디 위 두서없는 글속에 묻어나는 '철없음'을 너그러이 헤아려주시고
이땅의 교회들이 진실로 하나님의 원하시는 부흥을 이루기만을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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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교회의 갱신은... 필연적으로 신학교의 갱신을 요구하지 않을까요?

오늘도 눈물로 헌신하시는 많은 교수님들과 직원들을
진심으로 축복하며... 그들이 고충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땅에 무수한 선지동산들이 올곧은 푸르름을 유지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며 또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