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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 두 편 읽기

조회 수 1191 추천 수 0 2019.02.02 1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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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창작과 비평>이 배달되면 우선 차례를 읽고

다음에는 시를 읽고, 그 다음에는 눈에 띄는 제목의 글을 읽습니다.

시읽기가 어려워요. 특히 젊은 시인들의 시는 어지럽습니다.

제가 시를 잘 몰라서 그런 거겠지요.

2018년 겨울호에도 여러 명의 생존 시인의 시가 실렸습니다.

새로 쓴 시가 게재되는 것이니, 생존 시인일 수밖에 없군요.

그중의 한분이 신경림입니다. 1935년 생이시니 연로하셨네요.

죽음이 손에 잡힐듯이 느껴지는 나이가 되면 세상이 더 예쁘게 보일 겁니다.

두 편의 시를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 다비안들에게 선물로 드립니다.


새떼


오랜 세월 내 몸에 들어와 둥지를 틀었던 것들이

둥지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쏜살같이 하늘로 올라간다.

새떼다.


나도 그것들을 좇아 내 몸에서 빠져나간다.

끼룩끼룩 꾸르르

새떼를 좇아 하늘로 날아오른다.

마을이 멀고 산이 까마득하다.

강도 바다도 먼 세상 꿈속 그림 같다.


머지않아 천둥 번개를 만날 것이다.

천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부리가 찢기고 날개가 부러져

어두운 골짜기 흙 속에 처박힐 것이다.

하지만 그중 몇은


훨훨 하늘로 날아오른다. 다시

새떼가 되어서.

수백수천마리 새떼가 되어.

한때 제 거처였던 나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이제는 한점 이슬로 굴참나무 잎에 매달린 나를 멀리 바라보면서.


다 잊어서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어

찬란한 아침 햇살에 날개들이 더 빛난다.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하늘을 훨훨 나는 솔개가 아름답고

꾸불텅꾸불텅 땅을 기는 굼뱅이가 아름답다

날렵하게 초원을 달리는 사슴이 아름답고

손수레에 매달려 힘겹게 비탈길을 올라가는

늙은이가 아름답다

돋는 해를 향해 활짝 옷을 벗는 나팔꽃이 아름답고

햇빛이 싫어 굴속에 숨죽이는 박쥐가 아름답다


붉은 노을 동무해 지는 해가 아름답다

아직 살아 있어, 오직 살아 있어 아름답다

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서 더 아름답다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레벨:13]쿠키

2019.02.02 11:52:16
*.123.87.233

아휴~ 목사님 멋쟁이셔요~
시를 새해 선물로 주셨으니 그 느낌을 간직하고 선물로 살아가겠습니다.

'다 잊어서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어'
'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서 더 아름답다'
다른 시의 두 연이 서로 공명을 하며

깊은 안식으로 인도합니다.

[레벨:17]홍새로

2019.02.02 12:31:36
*.151.83.22

살아있는 것이 다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모습은
하나님의 현존하심을 알게 된
기독교인의 모습을 보는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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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9.02.02 19:55:58
*.182.156.135

즐거웠거나 쓰라렸던 모든 기억들이 희미해지는 것이

구원에 가까이 이른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신 좀더 확연해지는 게 있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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