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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울을 좋아하는 이유...

조회 수 1066 추천 수 0 2018.08.08 06: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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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正反合>

 

구약의 야웨와 엘에서 이야기를 뜬금없이 시작해 볼까? (틀린 내용이 있다면 까일 각오도 되어 있다.)

 

야웨는 유목 전통의 전쟁신이라면 엘은 농경 전통의 신이다. 야웨는 단수로 표현된다면 엘은 엘로힘이라는 형태로 복수로 표현되기도 한다. (재밌는 사실은 엘과 아셰라의 아들이 바알이다.)

 

구약성서는 야웨와 엘의 대결로 보인다. 창조 기사를 보아도 창조주의 이름이 1장은 엘로힘으로, 2장은 야웨로 나온다. (내가 볼 때 창조 기사로는 1장이 인간의 존재론적 기원에 대한 설명에 집중한다면, 2장은 왠지 창조 이야기는 후딱 처리하고 결국 선악과 이야기에 집중하는 어떤 다른 목적성이 느껴진다. 1장은 사람을 창조할 때 남자와 여자로 창조했다고 나오지만, 2장은 남자의 갈빗대로 여자를 창조했다고 나온다. 야웨 신을 섬기는 집단의 남성 우월주의와 사회 통제적 규범적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 하나님의 아들들이 땅의 아들들과 결혼했다는 이야기,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벌 이야기 등등도 다 야웨와 엘의 대결 구도를 넌지시 그리는 느낌이다. 그런데 큰 그림에서 보면 결국 구약은 야웨의 승리를 그리고 있다.

 

엘이 농경민들의 소박하고 풍부한 신을 표현하고 있다면, 야웨는 유대의 종교 엘리트들의 배타적인 민족신을 표현하고 있다. 승자인 야웨 집단은 구약에서는 항상 정의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금의 기독교도 그런 맥락에서 정체성을 찾고 있다. 그래서 문제다.)

 

시편을 보면 야웨께 징징대는 시편 기자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은 의로운 자들이고 저 악인들을 벌해달라는 탄원이 대부분이다. 읽다보면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면서 구약에는 불순종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 메들리가 나온다. 순종하면 복 받고 불순종하면 벌을 받는 전형적인 신명기 사관이다. (욥기는 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신정론적인 이야기를 꺼내지만 안타깝게도 신명기적 결론으로 용두사미적 결말을 보여준다.)

 

다른 예언서에서도 그런 조짐을 보이긴 하지만, 요나서는 유대의 배타적 선민의식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 담긴 작품이다.

 

결국 구약에서는 배타적 민족신 야웨에서 우주적이고 보편적인 신으로, 복종하면 복주고 거역하면 벌주는 정형화된 틀의 신에서 그 틀을 넘어서는 신으로의 신적 이해의 진화를 읽어내야 한다.

 

그 맥은 그렇게 예수로 이어진다. 예수는 야웨를 넘어선, 우리 존재의 근원에 잇닿은 보편적 아버지로서의 신을 이야기 한다. 그렇지만 그를 따르던 초기 공동체의 문제는 예수의 뜻과는 달리(?) 반유대주의적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약성서, 특히 복음서에는 반유대주의적 표현들이 널려 있다.

 

글이 길어졌지만 내가 바울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바울에 이르러서야 반유대주의까지도 극복이 되면서 그리스도교가 보편적인 세계 종교가 될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지금 로마서를 읽고 있지만 바울은 10장 근처에서 자신의 동족인 유대인들의 구원에 대한 애끊는 심정을 이야기 한다. 또한 사도행전에서는 동족들에게 자신은 바리새파 중의 바리새파이고 가말리엘 문하에서 배운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또한 예루살렘 교회가 기근에 들었을 때 이방 교회들의 연보를 모아서 전달한 적도 있다.나는 왠지 모르지만 대학시절부터 복음서보다도 바울의 서신들을 더 좋아했다. 바울에게서 어떤 正反合 을 느꼈기 때문일까?)

 

바울은 어떤 우주적이고 보편적인 종교적 원체험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 원체험을 그리스도교적으로 해석해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유대교적 편협성과 더불어, 또한 유대 기독교적 편협성까지도 극복해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지금의 기독교는, 특히 개신교는 유대교적 민족적 배타성에서 헤어나올 생각조차도 없을 것일까?

 


[레벨:8]복서겸파이터

2018.08.08 11:24:02
*.175.120.34

요새 카렌 암스트롱의 신의 역사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내용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네요!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레벨:8]복서겸파이터

2018.08.08 11:43:41
*.175.120.34

선생님의 글을 몇개 보니 지금 제가 고민하는 부분들에 많은 해답을 주시고 있는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저도 우연히 여기 다비아 사이트를 알게 되어 정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냉담자에서 정통 신학을 믿는 사람으로 다시 바뀌게 되어 정목사님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사이버상으로나마 좋은 가르침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접 뵐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구요!

[레벨:28]첫날처럼

2018.08.08 13:07:29
*.168.51.35

반갑습니다 선생님~ 저는 종교라는 것은 어떤 "원체험"(누미노제)에 대한 문화적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교 전통도 유대교를 넘어, 유대 그리스도를 넘어 원체험을 표현하기 위해서 진화해온 소중한 종교 문화적 자산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또한 성서를 어떤 정적인 진리의 확정태로 보는 것도 썩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진리 속으로 들어가려면 야웨 중심적 사고에서도 벗어나고, 성서도 넘어서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스도교 유일주의와 배타주의는 예전에 야웨 집단이 저지른 실수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그리스도교에 드러나는 종교적 상징들과 신화들의 함의를 제대로 해석하고 내면화하는 것이 진리 속으로 제대로 가는 길이 되겠죠 

[레벨:8]복서겸파이터

2018.08.08 16:05:54
*.175.120.34

아. 상당히 융의 사상을 깊이 이해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너무 어려서 융을 접해서 아직 융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아직 그러한 체험은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융이 말했듯이 그런 누미노제를 체험하는 것이 유쾌한 일만은 아니잖아요? 본인의 전부를 걸어야하는 그러한 일이 저에게 일어나는 것을 제가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신학을 통해 신앙의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걷고 싶습니다. ㅎㅎ 앞으로도 좋은 가르침 부탁드리겠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8.08.08 22:42:39
*.182.156.177

꼼꼼히 잘 읽었습니다.

글 내용과 형식에서 힘이 느껴지는군요.

다만 이런 짧은 글에 담기에는 내용이 너무 거시담론으로 흘러서

디테일에서의 비약이 눈에 들어옵니다.

제가 보기에 신학 전문서적을 읽더라도 일반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종교학적인 접근보다는

조직신학이나 성서신학적인 접근이 여러가지 점에서 도움이 될 겁니다.

어쨌든지 첫날처럼 님의 독서와 사유 체계가 분명해서 좋습니다.

[레벨:28]첫날처럼

2018.08.08 22:55:56
*.166.155.46

제가 생각해도 느낌으로만 쓴 글이라서 전문성이 담보 되지는 못한 글 되어 버렸습니다. 평소에 생각해 오던 것을 한번 표현해 보겠다는 의욕만 너무 앞섰습니다. 다만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큰 맥락은 제대로 표현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즉, 유대교에서 유대 기독교 그리고 바울의 이방 기독교로 이어지는 종교 진화의 과정 말이죠.

[레벨:15]신학공부

2018.08.09 23:34:06
*.53.212.22

제가 바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저와 헤어 스타일이 비슷해서입니다.

대구샘터교회 교우들께서는 무슨 뜻인지 잘 아실 겁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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