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3초간의 고민

조회 수 670 추천 수 0 2019.12.27 00:37:43
관련링크 :  
안녕하세요. 모두 건강하시죠?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를 향해 돌진하는 마지막 한주간이네요. 모두 새해에는 정목사님이 말씀하신 '강한 믿음' 보다는 '깊은 믿음' 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시는 한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제가 고민했던 3초를 글로 담았습니다.   


- 3초간의 고민 -                                                                                                         

     길을 가다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났다.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는 관계이다. 어색한 긴장감 속에 겸양한 몸짓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우연히 같은 방향에 차를 세워 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을 향해 같이 걷던 중 갑자기 걸음을 멈추어야만 했다. 시선을 강탈할 만한 눈부신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앞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차가 자기 차라 한다. 지난주에 새로 뽑은 차라 하면서 내 얼굴을 살피는 그분의 모습은 내 반응을 고대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기대에 답을 해야 하는 의무감이 내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반응이라는 것이 너무 과장되어서도 안 되고 너무 평가절하되어서도 안 되기에, 빨리 그 자동차의 사회적 수준을 간파해야 하는 내 마음은 아주 분주해졌다. 곧 그 차는 같은 차종에서도 가장 선택사양이 많은 상급 차종임을 알게 되었다. 조금 과장하면 그 차의 구맷값은 평범한 동네의 작은 단독 주택 한 채 값과 동격인 수준이다. 순간 옆에 서 있던 내 소형차가 불쌍해지기 시작한다. 그 초라함이 내 영혼까지 배고프게 만들려 한다. 의도하지 않았던 관념들이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뇌리를 스쳐 간다. 성공이라는 애매한 단어가 다른 사람에 의해 내 눈앞에서 현실화 되는 중이다. 그 성공을 과시하려는 고가의 실증적 존재가 나를 막 발가벗기려 하지만, 일방적 수용을 강요하는 이 이질적 존재감을 거부하기에 내 저항은 너무 미약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물결 흘러가듯 내 마음을 굴복 시켜 버리면 곤란하다. 우선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이것은 세상이 나를 향해서 하고 싶은 말을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작업이다. 받아들이는 폭이 클수록 나는 세상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가 있다. 여전히 아이 같은 얼굴로 나에게 달콤한 수식어를 갈구하고 있는 그분의 얼굴이 다시 보인다. 내 마음은 다시 분주해진다. 그분은 자신의 성공을 타인을 통해 확인받고 싶어 하지만, 난 경쟁 사회 속 성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짧은 시간에 결론을 내려 그분에게 안겨 드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런 어정쩡한 순간에 옆에 주차된 내 소형차가 또 시야에 들어왔다.  아까 봤을 때 보다 더 천진하게 멀끔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철없는 고철 덩어리… 순간 생명 없는 자동차가 의인화되어 마치 내 자식처럼 느껴지는 터무니없는 감성에 빠져들게 된다. 그동안 세차도 제대로 못 해 주고 타이어는 심하게 닳아 있고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오늘따라 더 궁색해 보인다. 생존을 위해 이곳저곳을 발품 팔아야 했던 나를 날라준 충성스러운 내 소중한 장난감… 갑자기 감정이입이 다발적으로 발생한다. 두 사람과 두 차종 간에 말 없는 4자 대화가 시작된다. 극히 짧은 그 순간, 행복의 조건들이 폭발적으로 내 인식의 범위에서 충돌하다가, 마침내 난 소중한 결과를 얻게 된다.

     ‘차종의 귀천을 떠나자. 저 우쭐대는 승용차도 경솔할 수 없는 사연을 간직한 소중한 결과물일 터이고, 그걸 인정하는 것이 곧 그분의 인생을 인정하는 것이겠지. 그 인생의 아픔을 격려하기 위해 기꺼이 그걸 각인 시켜 드리자! 그 말 한마디가 힘들게 살아온 저분의 삶을 기분 좋게 해 줄 것이야.’

     ‘비교’는 세상이 가지고 있는 가장 매력적인 독소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엔 그 독소가 늘 가득하다. 때론 그 독기는 치명적으로 영혼을 파괴해 버린다. 하지만 그 독소를 해독하는 완벽한 방법은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 평생 못 찾아낼 것이다. 살벌한 경쟁의 구도 속에 갇힌 우리의 인생살이에서 남을 인정한다는 것은 겸손이라는 방법으로 표현되는 가면 같은 웃음일 수도 있다.

     우리에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그것은 자기 스스로 자기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건 일종의 자아도취이며 따라서 자연스레 성취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쉬운 방법을 그대로 타인에게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적용할 수만 있다면 무엇보다 진실한 표현도 된다. 내가 나를 칭찬하듯, 내가 나를 사랑하듯, 그 이기적 자존감을 단지 대상만 바꾸는 심정으로 그냥 속아주면 된다. 이제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애타게 기다리는 그분에게 나의 입장을 빨리 표현해야 한다. 이내 내 소형차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고급 승용차로 전가되어 눈먼 사랑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나의 입에선 탄성이 튀어나온다.

     “야 차 정말 좋네요!”





profile

[레벨:26]캔디

2019.12.27 17:42:45
*.72.247.97

오랫만에 올려주신 글 실감나게 왕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얼마전 목사님 설교 말씀중에

축하받을 일들이 있는것이지

자랑할일은 아니라고 하신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예베슈님께서도 올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가족들과 더불어 행복한 새해 맞으시기를 바랍니다.^^*

profile

[레벨:12]하늘연어

2019.12.28 15:03:06
*.86.237.246

캔디님 잘 계시죠?

비슷한 서직지인데  1년에 한 번쯤은 차 한잔 하십시다...ㅋ


오늘 댓글보니 목사님 설교 삘 제대로 받으셨넹~~^^;;

profile

[레벨:9]예베슈

2020.01.05 01:25:32
*.205.16.35

그 새해가 벌써 5일이나 지났네요. 조금만 더 있으면 바로 2021년이 될 듯한 기세입니다. 캔디님 잘 계시죠?

[레벨:15]시골뜨기

2019.12.27 19:07:11
*.36.1.100

3초간의 고민을

300초 이상의 글로 그려내는

탁월한 솜씨가 진정 부럽습니다!

profile

[레벨:9]예베슈

2020.01.05 01:27:23
*.205.16.35

아 그렇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시골뜨기님 안녕하시죠?

profile

[레벨:97]정용섭

2019.12.27 20:11:22
*.182.156.135

향 좋은 따끈한 아메리카노 마신 것처럼 

이 글을 읽고 나니 기침감기로 처졌던 컨디션이 좋아졌습니다.

복된 성탄 절기와 '해피 뉴 이어'를 바랍니다.


profile

[레벨:9]예베슈

2020.01.05 01:36:07
*.205.16.35

제 글이 목사님께 힐링까지 드렸다니 정말 쑥스럽습니다. ㅎㅎ

지난 7개월 간 한국 정치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정말 때가 도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2020 올 한해에 한민족이 헤쳐나갈 다음번 능선이 높아 보이네요.    

profile

[레벨:12]하늘연어

2019.12.28 14:37:06
*.86.237.246

3초 만에 그런 생각을 다 하시다니..어벤저스급입니다.  나라면 30년은 생각해야 할 듯...ㅎ


10대 후반인 18살이나 19살 즈음에 사과 10개를 주제로 한  '관점전환' 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실존에서는 불가하겠지만 질과 양이 동일한 사과 10개가 두 사람에게 주어졌는데

한 사람은 너무 예쁘고 맛있게 생긴 사과가 아까워서 바라만 보다가

그래도 제 눈에 가장 못생기고 맛없어 보이는 사과부터 먹었고,


다른 이는 같은 생각을 하다가 반대로 그 중에서 제일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사과부터 먹었답니다.

결국 한 사람은 맛없는 사과만 골라 먹은 셈이 되었고, 다른 이는 그와 반대의 경험을 한 셈이 되었다는....


에베슈 님 글을 읽고, 왜 님의 글과는 결이  다른 이 이야기가  떠오르는지...

긍정적 사고를 심어주려던 그 때 그 시절의 말이긴합니다만. 나도 모르겠네욤~ ^^;;

profile

[레벨:9]예베슈

2020.01.05 01:40:06
*.205.16.35

말씀하신 그 이야기, 제가 지난 30여년 동안 부페식당에 갈 때마다 겪는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젊어서는 맛없는 음식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중년에 접어드니 맛있는 것부터 먹게 되더라고요. 현재는 가능한 부페식당은 안가려고 합니다. 살이 쪄서요. ㅎㅎ 

profile

[레벨:40]웃겨

2019.12.28 17:42:28
*.139.82.200

좋은 방법이군요. 

저도 그렇게 훈련해봐야 겠어요.ㅎㅎ

먼 이국 땅에서 연말 잘 보내시구요,

예베슈님의 소형차에게도 새해인사를 전합니다.

해피 뉴이어~!

profile

[레벨:9]예베슈

2020.01.05 01:43:25
*.205.16.35

웃겨님! 잘 지내시죠?

제 소형차가 저더러 보내주신 새해인사에 감사하다고 답해 달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633 말바구니 file [1] [레벨:24]최용우 2020-02-08 398
7632 앞으로 10년 남았습니다 file [12] [레벨:14]흰구름 2020-01-31 1687
7631 2020년 대구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초청> file [레벨:4]솔가든 2020-01-29 250
7630 사랑 [레벨:18]브니엘남 2020-01-27 361
7629 신간안내 <보편적 그리스도: 탈육신 종교의 혐오와 ... file [3] [레벨:14]흰구름 2020-01-23 419
7628 무신불립(無信不立) [1] [레벨:18]브니엘남 2020-01-15 366
7627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자. [2] [레벨:18]브니엘남 2020-01-05 461
7626 응급실 [15] [레벨:97]정용섭 2020-01-01 1142
» 3초간의 고민 [11] [레벨:9]예베슈 2019-12-27 670
7624 월간<들꽃편지>제610호 2019년 12월 22 동지호를 발... file [2] [레벨:24]최용우 2019-12-25 340
7623 내가 신학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 [1] [레벨:13]신학공부 2019-12-13 552
7622 나의 개인적인 성경읽기 방식 [레벨:13]신학공부 2019-12-12 534
7621 신간안내 <기후교회, 왜&어떻게> file [레벨:14]흰구름 2019-12-04 276
7620 신학특강-토기장이의 집 file [4] [레벨:16]카르디아 2019-11-27 561
7619 제가 국회의원이라면 이런 법안을 발의하고 싶습니다 [레벨:13]신학공부 2019-11-27 311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