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관련링크 :  

1-invokavit.jpg

 

  이제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준비하는 6주 반 동안의 기간인데

2010년에는 2월 17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되고 4월 4일이 부활주일입니다.

독일의 교회력에는 사순절 기간에 있는 여섯 번의 주일에 각각 이름을 붙였는데

이 각각의 이름에 따라 특별히 20세기 최고의 종교화가 조르쥬 루오(Georges Rouault)의 그림과 함께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이 기간동안 연재를 하고 싶은데요,

루오는 준비가 되어있으나 제가 준비가 되지않은 관계로 멈칫할 수도 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루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공감을 주는 화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평생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추구하는 영성을 그림으로써 표현하였습니다.

대개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으로는 인물과 사물을 표현함에 있어서

강렬한 테두리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것은 그의 굳건한 내면을 나타내는 것이며,

화가 수업 전에 스테인드 글라스 작업을 하였던 것의 영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선 시대 화가들의 사실적인 표현의 성화에서도 우리가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렘브란트의 경우는 '보이지않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렸다면

루오의 그림에서는 '보이지않는 현실'을 표현하려는 그의 화풍으로 또다른 풍성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사실과 추상의 차이가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위의 그림 <그리스도의 머리>는  정면이 아닌 측면의 그리스도를 그린 독특함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멀리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하고 고뇌하는 그의 옆모습인데

구렛나루인 듯, 턱인 듯한 힘찬 선이 움푹 들어간 눈과 광대뼈의 연약하고 지친 표정을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그가 머리에 두른 띠는 그 시대의 의상의 일부로써 한 평범한 남자의 모습을 말하지만 

그의 긴 뒷목선과 깊게 감은 눈, 무겁게 다문 입에서 구별된 숭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예루살렘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설정이 아니라 옆으로 돌아선 그 화면은

그리스도의  심층적인 고뇌를 보게 합니다.

 

  그림의 상단에 떠있는 '붉은 것'을 보십시오.

처음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성자들의 머리 주변에서 빛나는 후광입니다.

후광을 정면에서 그릴 때 성자들의 머리을 둥글게 감싸도록 하지만

그 후광은 사실 입체적인 것입니다.

만일 루오가 그린 저 '붉은 것'이 후광이라면 후광을 평면화시킨 다음에

측면시각화 한  것이라서 상당히 재미있는 표현이며, 이 그림에서 큰 매력입니다.

그러나 후광으로만 보기에는 압축된 강렬함과

그리스도가 오히려 그 아래에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비중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출애굽의 이스라엘인들에게

여호와의 임재로 일컬어지는 구름기둥과 불기둥의 복합적인 형태감입니다.

저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

 

  끝으로 그리스도의 머리에 늘 함께 하였을 '붉은 것'이

하나님 나라의 압축된 표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는 저 '붉은 것' 자체이시기도 하며,

루오가 붉은 기호로 나타내고 싶었던 하나님 나라의 압축에서 풀려나온 

계시, 그 자체라고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붉은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쪽으로 진행이 되었네요.

 

  사순절 첫째 주일의 이름은 'Invokavit(인보카비트, 그가 내게 간구하리니)' 이며

시편 91:15 의 말씀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루오의 이 그리스도의 옆모습에서 그의 중간자의 자리, 대속자의 자리,

간구자의 자리가 느껴지십니까....?

 

  첫째 주일에 함께 하실 음악은 북스테후데의

'고통받는 예수의 몸(Membra Jesu Nostri, Cantate BuxWV 75)' 7개의 악장 중

1악장 '발(Ad pedes)' 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o8jYQzqMvq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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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은 약손, 네 배는 똥배... 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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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98]정용섭

2010.02.15 22:40:37
*.120.170.243

유니스 님,
위 글, 그림, 음악을 통해서
많은 걸 배우고 느꼈습니다.
재의 수요일이 모레군요.
그날부터 사순절이 시작된다는 거지요.
금년의 사순절은 웬지 비장하기는 하지만
기쁜 절기로 다가올 것 같군요.
고난의 기쁨이라!
올려주신 동영상을 보니
수도원에 가서 한달 정도 생활했으면 하는 생각이
뜨겁게 솟구치는군요.
그런데
그림에 대한 설명은
다른 데서 참고한 거에요,
아니면 그냥 혼자서 생각한 거에요.
잘 배웠습니다.
아, 이제 나도 그림 보는 눈이 조금 밝아질 것 같습니다.
좋은 사순절을 맞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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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2.16 12:00:19
*.104.195.194

목사님,  설은 잘 보내셨는지요?
고난의 기쁨...
제 평생 이런 고난이나 기쁨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흉내라도 낼 수 있을지...
그림에 대한 설명은
목사님과 다비아에서 배운 겁니다요.
루오와 전문가들이 본다면 '그게 아니고...' 할 수 있지만
제 눈에 보이는 것이 그렇다고 버티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이번 사순절이 저에게 첫번째로 의미있는 사순절일 것 같습니다.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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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1]이방인

2010.02.16 12:16:54
*.118.129.226

유니스님의 그림 설명으로 인해 루오의 <그리스도>와 더불어 올 수난절을 시작하게되는군요.
유니스님처럼 저 자신에게도 의미깊은 첫번째 사순절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
이번 재의 수요일에는 교회의 모임에도 참여해 보려고 하구요.
유니스님, 오랜만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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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2.17 09:25:43
*.104.193.172

이방인님~
이곳은 벌써 '재의 수요일'이군요.
예전에는 부활주일 전에는 맛있는 거 먹는 거 좀 참아야하는
그런 정도로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먹지않은 것도 아니지만...
고난에 참예치 못하지만 이것을 마음에 계속 두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섯번의 주일마다 이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 여섯번의 주일 이름을 처음 대해보았고
그 기원에 대하여 잘 검색이 되지않더군요.
그래도 이름이 인용된 구절을 최대한 생각하며 연재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저도 포인트 좀 올릴려구요...
이방인님의 생각과 격려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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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3]우디

2010.02.16 14:57:43
*.15.172.14

"루오의 이 그리스도의 옆모습에서 그의 중간자의 자리, 대속자의 자리
 간구자의 자리가 느껴지십니까....?"

--> 신기하게도... 유니스님이 써놓으신 글들을 읽으면서 그림을 보니
      그의 중간자의 자리, 대속자의 자리, 간구자의 자리.. 뭐 그런 것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 그림은 이번주 서울샘터교회 성화 휘장으로 낙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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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2.17 09:27:31
*.104.193.172

우디님, 좀 느껴지시다니 반갑습니다.
우디님의 욕심이 크신 덕분이어요...ㅎㅎ
낙점을 주셨으니 감사드립니다~
profile

[레벨:41]웃겨

2010.02.17 08:10:10
*.152.197.249

와...! 유니스님 그림해설의 경지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미술평론가 뺨치시네요. 아니, 평론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영성까지..
루오의 그림을 유니스님의 해설과 함께 감상하니
한결 가깝게 다가오네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릴 터이니
계속 연재해 주시와요.
profile

[레벨:29]유니스

2010.02.17 10:02:56
*.104.193.172

웃겨님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평론가...영성...은 멀고 먼 이야기입니다요..^^
미술평론가란 모름지기 그림은 영 못그리면서
이렇다저렇다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의미에서는 맞습니다....ㅋㅋ
이제 사순절의 시작이니 부활절까지는 머니까
웃겨님의 계속적인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profile

[레벨:23]김영진

2010.02.21 16:22:33
*.203.200.115

사순절 첫째 주일에 잘 보고, 읽었습니다.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니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기다립니다.
그리고 혹시 다른 사이트에 퍼가도 되는지요?
profile

[레벨:29]유니스

2010.02.21 20:35:38
*.251.192.145

목사님, 글을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포토에세이를 통해 좋은 영향을 받고 있었는데
목사님의 댓글에 잔뜩 고무되고 있습니다...ㅋㅋ
제 글도 드디어 누군가가 퍼가는 글이 될 수도 있는 
좋은 기회이군요.
목사님, 부족한 글이 부끄럽지않은 곳에만 
가지고가신다면 언제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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