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관련링크 :  

2-reminiszere.jpg

 

  사순절 둘째 주일의 이름은 'Reminszere(레미니스제레, 기억하옵소서)' 입니다.

이번에는 그리스도가 직접 소재가 아닌 인간과 세상을 그린 루오의 <피난>으로 골랐습니다.

이 광경은 전쟁의 피난의 모습이기도 하고, 현대판 출애굽의 장면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암울한 분위기이군요.

등장 인물들의 시선 처리가 45도만 더 높아도

소풍 가방을 매고 가는 화목한 가족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상은 땅을 향하는 지친 모습의 군상들입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가장, 젖먹이를 힘겹게 안고가는 아내, 그리고 고만고만한 아이들...

노을진 하늘의 배경에 지고 있는 해를 뒤로 하고 있는데

하늘의 가운데에 있는 한가닥의 검은 줄기가 희망의 부재로 느껴집니다.

 

  실재로 이 땅에서 우리의 삶이 바로 피난의 삶입니다.

자연의 재난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난도 있지만

대부분이 우리의 삶으로부터의 피난입니다.

가난, 질병, 슬픔, 고독, 권태 등의 피하고 싶고 벗어나고 싶은 삶의 현실들로부터 말입니다.

어찌보면 욕망의 실현, 꿈의 실현조차도 피난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자(人子)로 오신 그리스도는 이런 현실을 함께 경험하셨으며

'벗어나고 싶은 현실'에서 '향해야 하는 현실'로의 인도자이십니다.

 

  이 대목에서 마태복음 4: 1-11의 내용이 떠오르는군요.

그리스도께서 성령에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 가신 장면입니다.

마귀가 제시한 세번의 유혹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벗어나고 싶은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어 보이도록 하는 강력한 길입니다.

'완전한 피난의 길'처럼 보이는 유혹이지요.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피난에 마침표를 찍고

'향해야 하는 현실로의 길'을 선포하십니다.

십자가의 길이 순종의 마침이라면

이 본문은 피난의 인도자이신 그리스도가 방향타를 잡는 순종의 시작이며
인간의 처지를 기억하신 것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사순절 둘째 주일의 이름 'Reminiszere, 기억하옵소서'가 인용된 시편 25:6 ,

'여호와여 주의 긍휼하심과 인자하심이 영원부터 있었사오니 주여 이것들을 기억하옵소서.'

에서 시편 기자가 노래한 것처럼

긍휼하신 주의 본성을 기억하시며,

주의 긍휼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루오의 저 그림과 같은 우리의 처지를 기억하옵소서.

주의 긍휼하심으로 우리를 인도하옵소서.

우리도 그러하신 주님을 기억합니다....

  

  둘째 주일과 함께 하실 음악은 북스테후데의

'고통받는 예수의 몸(Membra Jesu Nostri, Cantate BuxWV 75)' 7개의 악장 중

2악장  '무릎(Ad genua)' 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3gg4QTSwJ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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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은 약손, 네 배는 똥배... 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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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7]paul

2010.02.22 13:59:04
*.190.37.76

좋은 그림과 정보 감사합니다.
사순절이 무언지도 잘몰라서 다비아에서 사순절 사순절 하기에 위키에서 잽싸게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사순절의 매 주마다 이렇게 이름이 있고 의미가 있는 줄은 유니스님의 글을 보고 알았습니다.
계속 다음 절기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유니스님 제배가 똥배인지 어떻게 아셨나요? 똥배가진 사람으로써 상당히 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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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2.22 21:44:32
*.251.192.145

paul님, 저도 사순절 기간에 여섯 번의 주일에
이름이 지어진 것은 처음 알았답니다.
라틴어인 것 같습니다.
저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는 도통 검색이 되지않는데
그래도 루오의 그림으로 나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원래의 유래에서 심하게 벗어나지 않기만을 두손 모아.....^^;
부활절까지 동행해주셔요.
흠...똥배...인생의 적이자 동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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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3]우디

2010.02.22 14:17:21
*.15.172.14

루오는 뭔가 한 줄 쭉 긋는것을 좋아하는가 봐요.
사순절 첫째주일 소개한 그림에서도 예수님 머리위에 한줄 그어져 있더니
이번주 그림에서도 한줄이 그어져있네요.

맨 앞의 힘들어보이는 남자의 눈에서도 눈물인 듯이 굵게 그어진 검은 선에서는
더욱 더 구원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게합니다.
부디 뒤의 해가 지는 해가 아닌 떠오르는 해였으면 하는 바램마저 듭니다.
떠오르는 해가 저 남자의 앞길에 빛을 비추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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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2.22 21:48:39
*.251.192.145

같은 남자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저 그림의 남성에 대한 우디님의 바램이 절실하시군요.
광대뼈를 흐르는 볼 선이 어찌 보니 진짜 눈물같기도 합니다.
지는 해도 떠오르게 하고 모든 것을 역전시키고픈 우디님의 마음...
저도 저 남자와  우리의 인생 길에 빛이 비추기를 바랍니다요~~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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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1]웃겨

2010.02.22 22:30:45
*.153.115.91

질박한 선에서 삶의 질고가 느껴지지만
들여다 볼수록 희망의 부재를 넘어서는
질긴 힘이 스며 나오는 그림입니다.
루오의 그림세계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유니스님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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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2.23 14:09:45
*.104.196.8

그 질긴 힘을 느끼신다면
그 힘은 루오에게서일까요, 웃겨님으로부터일까요?
작품과 감상자의 이런 관계가
한작품이 수많은 감상으로 확장되는 것같습니다.
그 힘을 느끼도록 저도 더 뜯어보아야겠어요...^^

[레벨:9]무지개~

2010.02.23 16:46:26
*.158.123.116

유니스님 덕에
좀 더 특별한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칠판글씨만 베껴 적느라
자신이 무엇을 쓰는지조차 잊어가는 학생이
시청각 자료를 들고 쨘~ 하며 나타나신 선생님을 뵈었을 때의 경험이랄까요,,,
그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아마도 유니스님은
아주아주 세련되고 센스 만점이신 선생님일것 같습니다.
아니, 꼭 그러해야 합니다~~~ㅋㅋ

암튼,
사순절에 대한 이해가
평면에서 입체로 확장되는 느낌이네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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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2.24 11:59:04
*.104.196.8

무지개~님, 저도 사순절을 이렇게 보내는 건 특별합니다.
시청각 자료를 들고 나타난 것 같다는 무지개님의 표현이 더 신선하군요.
숙제처럼 연재를 하겠다고 하고나니
요즘 오며가며 계속 그림 생각입니다.
그림과 글을 준비하면서 저도 풍성해져야하고
읽어주시는 다비안들도 공감을 가질 수 있는 내용들이 계속 되어야하는데 말이지요.
격려의 댓글 감사드려요~
profile

[레벨:23]모래알

2010.02.23 21:35:59
*.56.59.35

유니스 님! 
사순절 동안 그림을 통해서 유니스 님의 깊어가는 영성을 함께 나누게 되니 참 좋습니다.

근데 이건 좀 생뚱맞지만..
그림을 그린 또는 보는 사람이 자동차 안에서 구경하는 사람 같단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자동차 안에서 사진들을 찍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가 싶긴 하지만
가운데 위쪽 까만 "--"가 백밀러 같아 보이고 그림 오른쪽 왼쪽 사이드의 어두운 색감도 그렇고.. ㅎㅎ

주님의 고통에 그리고 이웃들의 고난에 구경꾼 내지는 방관자가 아니면 좋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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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2.24 12:14:23
*.104.196.8

모래알 님, 맞습니다.
저 그림을 저 자신을 포함하여 자기화해서 생각하거나
주님의 시각으로 절대화해버리다보니,
상대화하여 바라보는 마음이 부족해진 거 같네요.
저 자신이 피난하는 삶이라는 식의 생각이 강해서
같은 처지를 돌아보지 못하였다는거지요.
도대체 여기서도 자기몰입이라니.....ㅡㅡ;
모래알님의 말씀대로 주님의 격으신 고난과
이웃의 고통에 함께 하는 마음이 잠자지않기를 바랍니다.
감사드리며...^^

[레벨:11]초신자의 특권

2010.02.26 16:57:39
*.244.165.186

이 시리즈의 풍성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검은 선의 일부가 떠오르는 태양에 의해 붉은 빛으로 바뀌어가는 것이 저에게는
하나님의 마음이 주는 평화로 바뀌어가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바뀌어가는 만큼 사람들의 시선도 올라가지않을까라는 희망도 가져보면서...

붉은 희망의 내용도 태양이 다시 떠오른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믿어의심치않는 것...

유니스님의 그림여행에 참여하는 동승객임을 알리기위해 문외한의 해석을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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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2.26 22:59:52
*.217.40.75

초특님, 오랜 만이십니다.~
사그라들지않는 이 희망의 시선이 감상자에게 있는 만큼
이 그림은 희망의 빛이 있을 것입니다.
어느 한 귀퉁이에서도 그 희망은 찾아내니까요...^^
저 지는 태양도 다시 떠오르게 하는 부활의 시즌이 다가오고 있군요.
동승하신 초특님과 계속 사순절을 걸어가야겠습니다.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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