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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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일기292】 행복은
황태탕 먹으러 갔다. 식당에 들어가는 길에 박아 놓은 맷돌 징검다리를 건너가다가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는다. 맷돌짝을 위아래로 반달처럼 걸쳐 잡고 가운데 자갈 사이에서 올라오는 민들레가 들어가게 사진을 찍으니 근사한 사진이 되었다.
잠깐 사이에 맘에 드는 사진 한장 찍으면서 마음이 행복해졌다. 행복은 늘 단순함 가운데 있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게 아니고 행복은 그것은 발견하는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행복은 여기저기 에 정말 많이 숨어있다.
행복한 삶이란 욕망을 충족시켜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행복한 삶이란 의미를 찾는 삶이다. 맷돌의 윗짝 아래짝을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보이는지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것을 찾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최용우
【여유일기298】 영적 전쟁터에서
세종고속터미널 버스 정차장 앞에 깔끔하게 차려입은 여호와의 증인 남녀가 서서 ‘파수대’를 나누어 준다. 그 옆에는 신천지에서 무료로 나누어 주는 ‘천지일보’라는 신문이 ‘교차로’와 함께 놓여 있다.
동네 골목길에서 아주머니 두 사람이 “우리는 대전 하나님의교회입니다. 이것 보시고 홈페이지에 한 번 들어와 보세요.”하고 종이 한 장을 준다. 그래서 “아! 그 사람 성추행으로 구속되었다고 어제 뉴스에 나온 그 사람을 구세주라고 믿는 데 아닙니까?”라고 했더니 말없이 그냥 갔다. 시청 앞에 어떤 스터디 카페가 있어서 잠깐 들어갔더니 ‘신천지’에서 포섭 목적으로 문을 연 카페였다.
가짜들은 저렇게 분주한데 ‘정통’이라는 기존 교회들은 이 피 튀기는 영적 전쟁터에 그 존재가 없다. 동네에서 가장 큰 교회 앞을 지날 때마다 불이 꺼져 있다. 어쩌냐 우리 정통 기독교... ⓒ최용우
【여유일기302】 전국이 흥청망청
오전에 공주에 갈 일이 있어 다녀왔는데 여기저기 무슨 축제 행사 현수막이 얼마나 많이 걸려있는지 “아이고, 공주도 난리가 아니네... 지역마다 무슨 축제가 이렇게 많아.”
우리 동네만 해도 <면민화합축제>,<코스모스 핑크축제>,<등불축제>를 비롯하여 각종 단체에서 대여섯개 축제로 한달 내내 시끄러웠다. 10월 초에는 <세종축제>와 <세계정원축제>로 40만명이 넘는 인파가 바글거렸다.
아내가 꽃구경 가자고 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10월 연휴 기간에는 전국에서 무슨 축제가 70개나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돈으로 전국이 날마다 흥청망청 축제판을 벌리는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엄중한 이 시기에 이렇게 정신줄 놓고 놀아도 되는 것일까? 이러다가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최용우
【여유일기303-10.30】 겁쟁이와 생쥐
마당 화분 옆에 생쥐가 한 마리 죽어있었다.
“이게 뭐야. 생쥐가 왜 여기 있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며칠 동안 길고양이 ‘겁쟁이’가 창밖 화분 옆에서 집안을 들여다 보며 앉아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어디서 밥을 먹고 다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가끔 우리 집에 온다.
아내는 “우리 집에까지 올 정도면 많이 굶은 거야. 밥을 줄까?” 베란다 문을 열면 겁쟁이가 ‘하악’거리며 공격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 “밥 주려고 하는데... 에잉, 빈정 상해서..”하고 안 준다.
하악거리는 거야 길고양이의 습성이기 때문에 인간들이 이해를 해줘야 하는데... 자기가 왜 밥을 못 얻어먹는지 모르는 겁쟁이가 인간들에게 잘 보이려고 쥐를 잡아다 놓은 것 같다. 고양이가 쥐를 가져다 놓는 것은 먹고 싶은 것도 꾹 참고 갖다 놓는 것이라는데...
【여유일기304-10.31】 삐뚫어진 관점
미디어 금식을 하는 중이라 세상 소식을 끊고 사는 중인데 아는 분에게 전화가 와서 “괜찮아요? 애들은 이태원에 안 갔어요?” 하고 물어서 “왜요? 이태원에 왜요?” 하니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났다고 알려준다.
할 수 없이 인터넷으로 사건 소식을 접한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런데 정부든, 지자체든, 어디든 사고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저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희생양을 만들려고 누군가 뒤에서 ‘밀어 밀어 밀어’라고 외쳤다며 씨씨티브이를 정밀분석해 그 사람들을 찾아내겠다고 한다.
사고를 바라보는 관점이 틀렸다. 국내 언론들은 선정적인 제목질로 신문을 도배한다. 오히려 외신들이 훨씬 사고의 본질에 가까운 정확한 관점으로 보도를 한다. ⓒ최용우
인재든 자연재해든 대참사는 늘 일어나기는 하나
그걸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더 큰 문제겠지요.
마음이 답답한 한 주간이네요.
잔잔하지만 큰 울림이 있는 글,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