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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일기】 민들레 이야기

조회 수 1717 추천 수 0 2023.05.26 10: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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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일기1】 위대한 민들레

“뒷곁에 쌓아놓은 화분을 전부 꺼내 놓으세요.”
마님의 명령에 힘쎈 돌쇠는 지난 가을에 뒷곁에 쌓아 놓았던 화분들을 죄다 마당으로 옮겨 놓았다. 민들레를 심었던 화분에 민들레 뿌리가 그새를 못 참고 비집고 올라오고 있었다.
생명 있는 것들은 위대하다. 내가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깨달은 사실 한 가지는 위대한 것들은 대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난 겨울을 나기 위해 두꺼운 옷을 사고, 난방을 하고, 창문에 뽁뽁이를 붙이고 난리를 쳤지만, 저 민들레는 안으로 생명을 품고 땅 속에서 조용히... 봄을 기다렸을 것이다.
생명이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싹이 나서 자라 꽃이 핀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생명을 잉태하면 언젠가 반드시 때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으음... 돌쇠가 참 똑똑한 생각을 다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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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일기2】 저녁운동과 민들레

내 배가 좋은지 착 달라붙어서 도무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비게 덩어리를 떼어내기 위해 거의 한달 째 매일 5km씩 걷고 있다. 주로 오후에 해 넘어갈 때 쯤 동네 어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닌다. 낮에 일이 있어 운동을 못한 날은 밤에 금강수변공원길을 걷는다.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걷는다. 별로 배에 감춘 것도 없는 사람들이 먼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어쨌든 나는 이번 기회에 내 뱃속에 든 비게덩이들을 다 태워버리고 똥덩어리들도 다 빼버리고 배를 홀쪽하게 만들어버리고 말겠다. 뱃살을 빼는데는 걷기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시청 앞에 ‘민들레공원’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커다란 민들레 포자 조형물이 몇 개 서 있는데 밤에 불이 들어온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밤 운동도 나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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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일기3】 흰민들레

우리 집 화분에서 올해 가장 먼저 ‘흰민들레’가 꽃을 피웠다. 이 민들레로 말할 것 같으면 ‘꽃’ 공부하던 아내가 우리나라 토종 민들레는 ‘흰민들레’라고 하기에 무심코 “흰 민들레 풍기 어머님 집 마당에 많아.” 라고 말했다가 졸지에 고향에 민들레 캐러 내려가야 했었다.
어머님이 생전에 어디에서 옮겨다 심으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향 집 마당에서 한 뿌리 캐다가 화분에 심은 것이 2016년이니까 그게 지금까지 7년 동안이나 죽지 않고 해마다 흰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역시 민들레는 생명력이 강하다.
그런데 서양민들레인 ‘노란 민들레는’ 씨앗이 날아가 아무데서나 발아를 하는데 ‘흰 민들레’는 흰 민들레끼리 수정이 되지 않으면 발아가 안 되기 때문에 번식이 잘 안 된다고 한다. 귀하신 몸이네. 
오늘 점심은 귀하신 잎사귀 따서 쌈 싸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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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일기4】 민들레

무엇이든 사물을 3분만 유심히 바라보면 그 사물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라는 아무개 목사님의 글을 읽고 크게 공감하면서 정말 그런지 사물을 오랫동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우리 집 화분에 뿌리를 박고 해마다 ‘흰’ 꽃을 피우는 흰민들레 포자 하나가 며칠째 그대로 붙어 있다. 다른 씨앗들은 벌써 다 날아갔는데 왜 하나만 그대로 붙어있는지 모르겠다.
“너는 왜 날아가지 않고 그냥 남아 있는 거니?” 한번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민들레 포자가 나에게 말을... 말이 없다. 몇 번을 물어 보아도 꿀먹은 벙어리...가 아니고 꿀먹은 민들레. 
정말 3분만 유심히 바라보면 말을 걸어온다는 게 맞나? 음... 아무개 목사님 말이니 맞을텐데, 아마도 저 민들레는... 말을 못하는 민들레인가 봐. 그냥 나 혼자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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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일기5】 살아나라 살아나라

몇년전 창밖 화분에 심은 ‘흰민들레’가 해마다 흰꽃을 피운다. 원래 우리나라 민들레는 ‘흰민들레’이고, 노란 민들레는 외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민들레 포자가 날아가 옆에 있는 다른 화분에서 자란다. 아내가 지저분하다며 다른 화분의 민들레를 모두 뽑아 한 화분으로 모아 심었다. 그런데 그중에 하나를 조심스럽게 캐는데 뚝!
뿌리가 끊어져 버렸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 몰라 옮겨놓고 물을 흠뻑 주어 심폐소생을 시켰다. 
그리고 ‘살아나라 살아나라 살아나라’ 주문을 외운다.^^ 
“그런다고 살아나나... 싹이 나기 전 양분이 뿌리에 있을 때 옮겨야지 지금 옮기면.... 그래도 민들레는 생명력이 강해서 살아날겨.”
오늘 아침에 보니 쓰러져 있던 꽃대가 일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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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일기6】 돌틈의 민들레

파출소 뒤 콘크리이트 벽 틈새에 민들레가 뿌리를 내리고 꽃 한송이 피웠다. 그 장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저 벽 틈새기에 뿌리내릴 흙이 얼마나 된다고... 정말 대단한 민들레이다.
노아의 대홍수 때 온 천지에 물이 차 오르자 모두들 도망을 갔는데 민들레만은 발이 빠지지 않아 도망을 못 가고 사나운 물결이 목까지 차오르자 두려움에 떨다가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다. 
민들레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은 민들레의 기도를 들어주어 그 씨앗이 바람에 날아가 멀리 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피어나게 해 주었다. 민들레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여 어디에서든 불평하지 않고 하늘을 우러르며 잘 살고 있다.
누가 만든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렇다.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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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일기7】 민들레 관찰

민들레꽃이 피고 지고 씨앗을 날려 보내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꽃대가 올라온 이후 씨앗을 날리기까지 3일 정도 걸린다.
일단 꽃대가 쑥 올라올 때는 ‘총포’라고 하는 꽃받침이 꽃몽우리를 감싸고 올라온다. 꽃송이가 벌어질 때 서양민들레는 총포가 바나나껍질처럼 뒤로 제껴지고, 토종 민들레는 꽃잎을 감싼 모습이다. 
민들레는 꽃잎 하나하나의 끝에 씨방을 달고 있어서 꽃잎 하나가 꽃 한송이라고 볼 수 있다. 꽃이 활짝 피면 나비나 벌이나 바람이 수정을 해준다. 해가 있는 낮에 피었던 꽃이 저녁에는 가운데로 오무려지며 꽃잎을 떨구어낸다. 
다음날 아침 꽃잎속에 있던 ‘관모’가 실처럼 가늘어지고 크게 펴지기 시작하면서 동그란 풍선 모양이 된다. 그리고 바람이 불면 씨를 달고 꽃대를 떠나 멀리 날아간다. ⓒ최용우

오늘은 '민들레'에 관련된 일기만 모아봤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3.05.26 21:37:26
*.137.91.196

최용우 님은 아내의 말을 군소리 없이 수행하시는가 봅니다.

저는 그런 말을 들으면 '화분으로 뭐 하려고 그러는데, ...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고 

늘 꼬리를 단답니다. '알았어요. 시간 날 때 하겠소.' 라고 뒤로 미룹니다.

이제부터라고 꼬리 달지 말고 무조건 돌쇠처럼 순종해볼 생각입니다.

이렇게 마음 먹는다고 평생 습관이 고쳐질라나 모르겠으나

일단 노력은 해봐야지요.

우리집 마당은 한 겨울만 빼고 늘 민들레가 지천이에요.

흰민들레는 드물긴 하더군요.

본인만의 식물도감 한 권 써보세요.


profile

[레벨:30]최용우

2023.05.27 09:05:43
*.203.68.25

크~ 역쉬 목사님은 남자답게 박력있으십니다. 그런 권위가 있어야 하는데...

전 마누라 말 안들으면 밥그릇 뻿겨요.ㅠㅠ 

오래전에 월간<들꽃편지>에 '꽃편지'꼭지가 있어서 꽃한송이와 작은 칼럼을 꽤 오래 연재했었어요.

하도 많이 하니까 소재고갈(?)로 연재를 끝냈지요. 그거만 모아도 식물도감 같은 책 한권 나올지도 몰라요.

Cap 2023-05-27 09-13-18-423.jpg

첨부

[레벨:24]브니엘남

2023.05.27 07:05:26
*.118.81.227

민들레를 한의학에서는 포공영(蒲公英)이라는 약으로 쓰는데 주로 소염제로 씁니다. 

그런데 서양 민들레를 씁니다.

토종이 좋다고 하는데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profile

[레벨:30]최용우

2023.05.27 09:00:12
*.203.68.25

토종이든 왜래종이든 각각 적당한 쓰임새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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