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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스(logos)’-그리스도론과 ‘도(道)’-그리스도론
요한복음 1장 1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여기서 말하는 말씀은 헬라어로 ‘로고스(logos)’이다. ‘로고스(logos)’는 단순한 언어를 넘어서 이성, 원리, 구조, 질서를 뜻하며, 서양 철학에서는 우주를 관통하는 이성적 원리로 여겨졌다. 그래서 서구 기독교는 이 ‘로고스(logos)’를 중심으로 예수님을 이해해왔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이성을 대표하는 분, 신적인 이성의 구현, 질서를 창조하고 다스리는 ‘로고스(logos)’ 그 자체로 묘사되어 왔다.
그런데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예수님은 스스로 자신을 ‘로고스(logos)’라고 부르신 적이 있었을까?” 예수님은 한 번도 스스로 자신을 ‘로고스(logos)’라고 부르신 적이 없으셨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여기서 길이라는 헬라어 단어는 ‘호도스(hodos)’, 즉 길, 도로(道路), 여정이다. 놀랍게도 예수님은 자신을 ‘로고스(logos)’가 아닌 길, 즉 ‘도(道)’라고 하셨다. 예수님은 따르는 대상이며, 살아가는 방식이며, 함께 걷는 ‘도(道)’ 그 자체이시다.
동양학에서 길을 가리키는 ‘도(道)’의 한자는 머리 ‘수(首)’와 쉬엄 쉬엄 갈 ‘착(辶)’의 합자이다. 그러니 ‘도(道)’란 머리로 가는 길이다. 그러므로 ‘도(道)’란 길을 가면서 생각하는 것, 즉 끊임없이 머리 속으로 생각하면서 옳은 길을 찾아서 가는 것이다. 동양학에서는 ‘도(道)’에는 로(路)가 붙거나 덕(德)이 붙는다. 도(道)가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도로(道路)라고 하거나 도덕(道德)이라고 쓰인다.
도(道)는 머리가 가는 길이니 그 길은 가치 있는 길이어야 한다. 가치 있는 길은 사람이 타고난 순수한 본성을 따라가는 것이다. 사람이 하늘로부터 타고난 순수한 본성은 사단(四端), 즉 인의예지(仁義禮智), 곧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마음가짐, 곧 어짊과 의로움과 예의와 지혜이다. 하늘의 본성을 따라가는 길이 도(道)이기도 하고, 그것을 갈고 닦는 것이 도(道)이기도 하다.
덕(德)은 은혜의 뜻을 가지고 있는 글자이다. 이 글자는 갈 행(行)의 왼쪽 부분인 두 인 변(彳: 조금 걸을 척)과 크다는 뜻의 덕(悳)이 합해진 글자이다. 또 덕(悳)은 곧을 직(直)과 마음 심(心)이 합해진 글자이다. 그러므로 덕(德)은 곧은 마음, 곧 정직한 마음을 행하는 것이다. 자기의 마음속에 있는 곧은 마음, 곧 정직한 마음을 밝혀 행하는 것이 덕(德)이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등불과 같은 밝은 양심(良心: 어진 마음), 즉 하늘의 의식이 있다. 이를 행하는 것이 덕(德)이다.
도덕(道德)이라는 글자의 뜻을 파자를 통하여 알고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살펴보자. 도(道)는 형이상학적인 의미로 천부지성(天賦之性: 하늘로부터 받은 성품)을 그대로 지켜나가는 것이고, 대자연이 낳아준 본성인 지선(至善)을 지켜나가는 우주 대자연의 길이다. 그래서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하늘이 명한 것을 따르는 것이 성(性)이라 하고, 성(性)을 따르는 것이 도(道)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도(道)는 천지인 삼극지도(天地人 三極之道: 하늘과 땅과 사람에 대한 도)이다. 이는 도(道)에는 하늘의 도(道)와 땅의 도(道)와 사람의 도(道)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道)는 시간과 공간, 곧 우주(宇宙)에 다 있다. 따라서 도(道)는 시간과 공간, 곧 우주(宇宙)에 따라 그 길이 달라지며 사람에 따라 그 길이 달라진다. 따라서 도(道)는 인간에게서 잠시라도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덕(德)은 형이하학적인 의미로 쓰이고, 그 덕(德)도 도(道)와 마찬가지로 천지인 삼극지덕(天地人 三極之德: 하늘과 땅과 사람에 대한 덕)이 있다. 천(天: 하늘)은 햇빛과 비를 지(地: 땅)에 내려주는 것의 덕(德)이고, 지(地: 땅)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햇빛과 비의 덕(德)을 받아 종두득두 종과득과(種豆得豆 種瓜得瓜: 콩 심은 데 콩 내고, 팥 심은데 팥 내는 것)하는 것이 덕(德)이다. 그리고 사람의 덕(德)은 나라에 대하여는 충성하고, 부모에 대하여는 효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덕(德)은 도(道)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외형적인 것이다.
도덕(道德)을 성서에서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도(道)는 길(way)이고 덕(德)은 미덕(virtue)라고 말하고 있다. 도(道), 곧 길(way)은 하나님, 곧 생명에 이르는 길이고, 덕(德)은 미덕(virtue), 곧 아르테(arete: 탁월함(excellence)이나 칭찬(praise)받을 만한 성품)이다. 따라서 도(道), 곧 길(way), 즉 하나님, 곧 생명에 이르는 길에 들어선 사람은 덕(德), 즉 미덕(virtue), 곧 아르테(arete: 탁월함(excellence)이나 칭찬(praise)받을 만한 성품)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미덕의 발전은 지식과 자제와 인내와 경건과 형제 사랑과 신성한 사랑으로의 발전이다(벧후 1:5-7). 그 외에도 기쁨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인자와 선함과 신실함과 온유와 겸손과 옳음과 순결함과 경건함과 사랑스러움과 평판이 좋음과 염치와 정숙 등의 많은 미덕들이 있다(갈 5:22-23, 빌 4:8, 딤전 2:9).
그 다음은 도로(道路)이다. ‘도(道)’는 머리 수(首)와 쉬엄 쉬엄 갈 착(辶)의 합자이지만 ‘로(路)’는 다리 족(足)과 제각기 각(各)의 합자이다. 그러니 ‘로(路)’는 각자 자기의 다리로 가는 길이다. 사람은 머리로 하나님의 본성인 사랑과 빛과 거룩과 의라는 길에 들어서서 그것을 자신의 미덕으로 살아내고 그것을 발로 가서 삶 가운데 실천해야 한다.
그러므로 동양학적으로 ‘도(道)’는 길이며 삶이다. 동양학적인 전통에서 ‘도(道)’는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도(道)’는 삶의 원리요, 자연의 흐름이며, 우주를 관통하는 생명의 길이다. 노자는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는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붙일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공자는 “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고 말하였다. 이처럼 ‘도(道)’는 깨닫고, 따르며, 살아내는 길이다. 그 길은 인간과 자연과 하늘과 신이 하나되는 조화의 길이기도 하다.
‘로고스(logos)’와 ‘도(道)’ 두 은유의 차이를 보자.
로고스(logos, 말씀) 도(道, 길)
1. 철학적 뿌리 그리스 철학(플라톤, 스토아) 동양철학(노자, 공자)
2. 중심 개념 이성, 논리, 구조, 질서 흐름, 조화, 길, 삶
3. 신학적 접근 개념적, 교리 중심 통합적, 실천 중심
4. 예수 이해 말씀으로서 존재 삶의 길로서 존재
5. 신앙 방식 해석과 동의 실천과 동행
서구 신학은 ‘로고스(logos)’를 통해 예수를 해석하고, 동양철학은 ‘도(道)’를 통해 삶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동양철학의 전통 아래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이 둘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성경에 나타난 ‘도(道)’의 흔적들을 보자. 흥미롭게도 성경은 ‘도(道)’라는 개념을 이미 담고 있다. 기독교 신앙의 원형에는 이미 ‘도(道)’의 흔적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요한복음 1장 1절: 태초에 ‘도(道)’가 계셨다(초창기 한글 성경과 중국어 성경)
사도행전 9장 2절, 19장 9절, 22장 4절: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이 ‘도(道)’, 즉 길을 따르는 자들로 불렸다.
도마복음: ‘로고스(logos)’ 언급 없이 예수를 지혜의 길을 걷는 자로 묘사한다.
왜 ‘도(道)’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지금 필요한가?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교리는 알고 있지만 신앙의 삶, 즉 그리스도를 사는 삶을 살지 못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빌 1:21). 신앙이 머릿 속에 머무는 동안 길을 걷는 여정은 멈춰 있다. ‘도(道)’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앙은 안다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복음은 논리가 아니라 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 예수님은 우리의 길이시고 새롭고 살아 있는 길이시다(요 14:6, 히 10:20).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 즉 ‘로고스(logos)’이실 뿐만 아니라 우리와 함께 걷는 길, 즉 ‘도(道)’이시다. 그분은 고요히 흐르는 생명수의 강물처럼, 때로는 십자가의 고난을 향해 곧게 뻗은 좁은 길처럼, 우리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도(道)’로 오셨다(요 1:1, 7:38, 마 7:14). ‘도(道)’-그리스도론은 ‘로고스(logos)’-그리스도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길이 아니라 잊혀진 원래의 옛길을 다시 찾는 작업이다(렘 18:15).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이성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따르고, 조화롭게 살아내는 것을 배우게 된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 제목 '로고스 그리스도론과 도 그리스도론'으로
석사나 박사학위 논문을 써도 되겠습니다.
이미 그런 논문이 나왔을지도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