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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의 대명사라 불릴 수 있는 이름 동방삭(東方朔)
동방삭(東方朔)은 중국 전한 시대의 문인(BC 1542~93?)으로 해학과 말재주가 좋고 직언을 잘하여 이름을 떨쳤던 실제 인물이다. 속설에 불사약을 가진 선녀인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먹고 오래 장수했다고 하여 ‘삼천갑자(三千甲子) 동방삭(東方朔)’으로 알려져 있다. 동방삭은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의고 형 밑에서 독학을 한 수재로서 언변에 능했는데, 특히 회춘의 비법을 조언하여 한무제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삽천갑자(三千甲子)란 갑자가 60에 3000을 곱하면 18만 년을 넘게 살았다는 뜻이니 동방삭은 그만큼 오래 살았다는 말이 된다. 이는 중국인들 특유의 부풀리기 잘하는 과장이라는 생각이 들고 다른 계산법으로 해석하여 천(千)이 아닌 옮길 천(遷)으로 갑자를 3번 옮겼다고 치면 3에 60을 곱해, 180살을 살았을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차라리 이 계산이 낫다.
동방삭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장수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었고 우리나라로 건너와서 설화 속의 인물이 되었다. 1969년부터 근 20년간을 웃겼던 MBC TV의 전신인 동양방송(TBC)의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코미디 프로에서 귀한 집 외동아들을 오래 살게 하려고 이름을 길게 지었는데 전체 이름을 모두 부르지 않으면 제 명(命)에 살지 못한다고 하여 항상 이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야 했다. 그 아들의 이름은 <서수한무 거북이와 다루미 삼천갑자 동박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였다.
1970년대 중반, 지금의 JTBC의 전신인 동양방송(TBC)에서 ‘웃으면 복이 와요’는 서영춘과 임희춘 콤비가 주역을 맡아 연기했던 코미디로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대략 스토리는 명문가이나 대대로 손이 귀한 집안의 서대감(서영춘)이 간신히 본 5대 독자(임희춘)의 장수를 기원하는 이름을 지으려고 유명한 점쟁이를 찾아갔고 그 점쟁이가 좋은 의미의 이름이나 단어는 다 갖다 붙이는 통에 전 세계를 아우르는 작명 감각이 돋보이는 이름이 탄생했다. 이 이름의 뜻을 보자.
수한무(壽限無): 수명이 무한함
거북이와 두루미: 십장생
삼천갑자 동방삭: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중국의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아프리카의 최장수자라는 설정의 가상 인물
워리워리 세브리깡: 위 인물이 복용했다는 약초
무두셀라: 므두셀라, 향년 969세로 성경 인물 중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
구름이 허리케인 담벼락 서생원 고양이 바둑이: '쥐의 사위 삼기' 설화에 나오는 사위 후보들이다. 이야기가 무한 루프로 이어지는 점에 착안한 이름
돌돌이: 그 동네에서 제일 힘센 개 이름 또는 위의 바둑이 이름
이렇게 점쟁이가 이름을 지어주면서 빠뜨리면 죽는다고 경고를 한다. 서대감은 이 경고를 아들의 이름을 말할 때 한 글자라도 빠뜨리면 죽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아들 이름을 부를 때 중간에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완전 풀네임으로 아들을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서대감의 독자가 우물에 빠지자 기겁한 하인이 서대감에게 “마님!! 글쎄 서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도련님이 우물에 빠졌어요!"라고 보고했고, 대감도 크게 놀라 "아니 우리 오대 독자 서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가 우물에 빠졌다고? 그럼 빨리 서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를 구하러 가야지!"라며 이름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불러대는 사이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다. 어찌나 이름이 길었던지 이름만 부르다가 결국 외동아들을 잃고 만다는 코미디극이었다.
이 이름의 맨 앞에 나오는 김수한무(金壽限無)는 고(故) 구봉서의 실제 외아들 이름으로 작명가가 성은 김(金)이요 수명에 한계가 없이 오래오래 살라는 뜻에서 지어줬다는 웃지 못할 사실이다.
동방삭이 오래 살게 된 계기에 관한 3가지의 전설이 있다. 1) 한 아이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가 30살밖에 살 수 없다는 얘기를 스님으로부터 듣고 오래 살게 할 방법이 없냐고 묻자 저승사자의 명부를 고치면 가능하다고 말을 해 줬다. 어머니는 졸고 있는 저승사자의 명부를 슬쩍 빼내서 30(三十)년을 3천(三千) 년으로 고쳤다고 하는 것과 2) 불사약인 복숭아를 가진 서왕모(西王母)가 복숭아를 한무제에게 선물하였는데, 이를 본 동방삭이 훔쳐먹어 버렸다는 것과 3) 한무제에게 오래 살도록 선물로 바친 영생주를 동방삭이 살펴보다가 홀딱 마셔버렸고 이에 화가 난 한무제가 동방삭을 죽이려고 하자 “저를 죽인다면 술이 가짜라는 것이니 저를 죽일 필요가 없고 술이 진짜라면 저를 죽여도 안 죽을 것입니다”하는 특유의 재치를 발휘하여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동방삭에 관한 우리나라의 설화는 또 내용이 다르다. 옛날 두 사람이 위아래에서 논에 농사를 짓고 살았다. 윗논 주인은 소경이고 아랫 논은 30대 총각이었다. 하루는 총각이 소경의 윗논에서 자신의 아랫논으로 물을 몰래 끓여 들었다. 말라버린 논바닥을 손으로 더듬던 소경은 논두렁에 구멍 하나가 뚫려있는 것을 알고는 “아~ 이놈이 30살도 못 살고 죽을 놈이양심까지 삐뚤어져서 내 논에서 물을 다 빼갔네?”라고 하였다. 소경의 말을 듣고 총각은 그게 무슨 말인지 물었다. 하도 졸라대자 소경은 오래 살려면 집에 가서 음식을 지게에 가득 가져와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음식을 가득 지고 오던 총각은 비가 억수같이 퍼붓자 다리 아래로 비를 피해 들어가 쉬고 있는데, 저승사자가 셋이 나타났다. 총각은 저승사자들에게 음식을 배불리 먹이고 노잣돈까지 챙겨주자 저승사자들은 총각을 잡으러 왔다가 어찌할지를 논의했고 명부에 점 하나를 찍고 사라졌다. 총각은 이로 인해 죽음을 피하고 오래 살게 되었는데 이름이 삼천갑자 동방삭이었다.
이를 알게 된 염라대왕이 대장 저승사자인 강림도령에게 동방삭을 잡아 오라는 명을 내렸다. 꾀가 많은 동방삭을 잡기 위해 강림도령은 냇가에 가서 열심히 숯을 씻고 있었다. 사람들이 “뭘 하느냐?”라고 물으면 “숯을 씻어서 하얗게 만들려고 한다.”라고 대답했다. 하루는 지나던 동방삭이 묻자 역시 같은 대답을 하였더니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라고 하자 강림도령은 금세 동방삭임을 알고 잡아서 저승으로 데리고 갔다는 우리 설화의 내용이다. 그 후 숯을 씻었던 이 하천을 탄천(炭川: 숯내, 검내)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탄천은 현재 성남시의 중심을 지나 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몇 년 전부터 성남시는 <삼천갑자 동방삭과 탄천 이야기>로 동화책을 제작했고 탄천 종합예술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결국, 오래 살았던 동방삭도 순간적인 말 한마디 실수하여 저승사자에게 잡혀 객사(?)한 셈이다. 비록 전설이라 해도 우리 선조들의 해학과 재치가 놀라울 뿐이다.
‘삼천갑자 동방삭도 저 죽을 날을 몰랐다’라는 속담은 제아무리 현명해도 자기 운명은 모르며 한마디 말실수는 자신을 죽일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말일 뿐만 아니라 사람은 영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ㅎㅎ 읽으면서 한참 웃었습니다.
정치 뉴스 보는 거보다는 브니엘남님 글을 읽는 게
건강 수명이 늘어나는 데 훨씬 유익할 거 같군요.
2월 마지막날, 평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