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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즉 탈은폐

조회 수 967 추천 수 1 2021.05.26 12: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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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즉 탈은폐


“진리를 따르는 자는 빛으로 오나니 이는 그 행위가 하나님 안에서 행한 것임을 나타내려 함이라 하시니라.”(요 3:21)라고 말한다.

요한복음에는 철학적인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요한복음이 기록된 시대가 헬라 철학의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한복음만이 아니라 모든 신약성경이 그런 시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신약성경의 언어가 헬라어라는 사실이 그 단적인 증거다. 예수를 비롯하여 제자들이 아람어를 사용하던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신약성경이 헬라어로 기록되었다는 사실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신약성경의 독자들이 헬라어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헬라어로 기록될 수밖에 없었고, 헬라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그들이 헬라 철학의 범주 안에서 살았다는 의미다. 요한복음은 헬라철학의 영향을 다른 성경보다 더 많이 받았다.

위 구절에 나오는 ‘진리’는 헬라 철학이 추구하던 것이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찾았다. 진리로 번역된 헬라어는 알레테이아다. 알레테이아(alētheia)는 은폐를 가리키는 레테(lēthē)에 박탈이라는 의미의 접두사 a가 붙은 단어다. 어원적으로 진리는 은폐와 가상을 드러내는 탈(脫)은폐다.

헬라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려면 다섯 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강은 고통의 강으로써 ‘아케론(Acheron)’이라고 한다. 망자는 그 강을 건너면서 죽음의 고통을 씻어낸다. 두 번째 강은 비탄과 통곡의 강으로써 ‘코키토스(cocytos)’라고 한다. 얼음보다 더 차가운 코키토스를 건너면서 모든 비탄과 통곡을 내려놓아야 한다. 세 번째 강은 불의 강으로써 ‘플레게톤(phlegethon)’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망자는 분노와 감정의 찌꺼기를 다 태워버려야 한다. 네 번째 강은 두려움과 증오의 강으로써 ‘스틱스(styx)’라고 하는데, 이 강을 건너면서 망자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강은 망각의 강인 ‘레테(lethe)’이다. 망자는 레테 강물을 마시고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게 된다. 망자가 건너야 할 이 다섯 개의 강 이야기는 신화적인 형식을 통한 인생살이를 가리킨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고통, 비탄, 분노, 증오, 망각을 겪으면서 산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 단계가 망각, 즉 레테이다. 인공지능에게는 망각이 없다.


망각은 이중적이다. 한편으로 망각은 구원의 길이다. 사랑하던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분이 있을 수 있다. 사기를 당해서 금전적인 큰 손해를 받은 분도 있다. 참척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것처럼 자식을 먼저 보낸 분도 있다. 망각의 강이 없다면 우리는 삶을 견뎌내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 망각은 삶을 파괴하는 요소이다. 잘못된 것을 기억해야 하는데 망각에 의해서 잘못이 반복된다. 국가가 기념일을 기리는 것도 망각의 어리석음에 떨어지지 말자는 뜻이다. 기독교 신앙도 기본적으로 기억이다. 성찬예식도 역시 예수님에게 일어난 구원 사건을 망각하지 말자는 거룩한 의식이다. 신명기의 주제가 바로 출애굽을 통하여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리지 말고 기억하라는 것이다. 기억과 망각은 중요하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사람에게는 육장육부가 있는데 서양의학에 없는 두 장부가 더 있다. 기억을 주관하는 심포(心包)와 망각을 주관하는 삼초(三焦)이다. 망각은 뭔가를 감추는 것이다. 망각으로 인해서 당연히 드러나야 할 어떤 것들이 은폐된다. 그래서 헬라 사람들은 진리를 가리켜 알레테이아, 즉 탈(脫)은폐 사건이라고 본 것이다.


알레테이아, 즉 탈(脫)은폐 사건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하여 세 가지 이야기를 보자.

 

첫 번째 이야기: 보물 창고 찾기

어떤 사람이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보물창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오랜 세월 그곳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리하여 결국 찾아냈으나 이번엔 창고의 열쇠가 없었다. 그는 또 오랜 세월 끝에 상인방에 나 있는 쥐구멍에서 그 열쇠를 찾아냈다. 하지만 커다란 기대와 함께 창고를 열었던 그는 그 안에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다시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후에야 그는 깨달았다. 알고 보니 그 창고가 바로 보물로 지어진 창고였다는 것을.


두 번째 이야기: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

나무꾼의 두 어린 남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꿈을 꾼다. 꿈속에 나타난 요술쟁이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남매는 요정들과 함께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멀리 여행의 길을 떠난다. 죽음의 나라를 두루 살피고, 또 과거의 나라를 빙 돌아다니고, 남매는 그렇게 세상을 누빈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그들은 파랑새를 찾지 못한다. 그러다가 자기 집에 돌아와 집 문에 매달린 새장 안에서 그 파랑새를 발견한다는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 ‘알레테이아’(aletheia)

헬라어로 진리를 ‘알레테이아’(aletheia)라고 한다. 어느 유명한 철학자가 설명한 것처럼 이 단어는 부정을 뜻하는 ‘아’(a)에 감춰진 것 또는 망각을 의미하는 ‘레테’(letho)를 결합하여 만든 단어다. 즉 진리란 감춰진 것을 들추어내고 잊힌 것을 일깨우는 것을 뜻한다. 없는 것을 애써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으나 단지 감추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진리를 찾는 길이라는 말이다. 눈에 가려진 것을 없애는 것이 진리를 발견하는 길이다.


세 이야기의 공통점은 전 생애를 걸고 얻고자 애쓰는 가장 귀한 것,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는 가려져 있으나 이미 그 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인도 말로는 타트바(tattva)와 사티야(satya)가 있다고 한다. 타트바는 문자적으로 ‘그것이다.’로서 사물의 본질을 가리키고, 사티야는 ‘반드시 실현된다.’는 의미에서 진리를 가리킨다.

요한복음 기자는 예수님을 진리라고 본다. 진리는 어둠이 아니라 빛이기에 진리를 따르는 자는 당연히 빛을 향할 수밖에 없다. 예수님을 진리라고 본 이유는 예수님에게서 생명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것들은 생명을 주지 못한다. 유한한 피조물에 더 예속시킨다. 당시의 로마 정치 이데올로기는 가장 세상적인 것이었다. 표면적으로 화려하지만 거기서 생명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요한복음 기자는 알고 있었다. 생명을 얻지 못한다는 말은 영혼의 만족을 누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로마의 권력과 재물과 명예도 영혼의 만족에서는 무능력했다. 요한복음 기자를 비롯해서 초기 제자들과 예수 추종자들은 십자가에 달렸던 예수님을 ‘살아있는 자’로 경험했다. 그것이 부활 경험이다. 그 경험에 근거하여 그들은 예수님이야말로 생명을 주는 진리라고 믿을 수 있었다.

신앙은 무엇을 얻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이미 얻은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불안 가운데 도움을 위해 드리는 기도 역시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모든 일이 선을 이루기 위한 과정 안에 있음을 알기 위한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 안에서 생명을 얻음으로 세상적인 어떤 것으로부터 생명을 얻지 못하는 진리를 얻었다. 그것이 바로 탈은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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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1.05.26 20:42:02
*.182.156.93

예,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브니엘남 님의 글을 잘 읽었고,

많이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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