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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산티아고 지리산 둘레길 3차(끝)

조회 수 1745 추천 수 0 2021.10.28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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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3차 여정

 

 

첫째 날(2021. 10.21() 맑음)

지리산둘레길 3-1일차 (15~17구간 :35km)
경남하동 가탄~ 전남구례 송정마을~ 구례 오미마을~구례 방광마을

05:25 하동 가탄마을 15구간 시작 (15구간:가탄~송정10.6km)

06:10 작은재 305m

07:30 휴식,간식

07:50 출발

08:50 목아재 370m 스템프

09:00 출발

10:15 송정마을 도착 (16구간: 송정~오미10.4km)

10:15 16구간 오미로 출발

11:50 편백나무숲

13:15~14:15 취침 (너무 졸림)

15:27 오미슈퍼 간식(라면,)

15:27~15:55 오미슈퍼 라면.

16:00 오미16구간 도착

16:00 17구간 방광으로 출발 (17구간:오미~방광12.3km)

17:58 화엄사입구

19:10 방광마을 17구간 도착 완료

 

지리산 둘레길 2차 여정이 끝난 지 일주일도 안 지나서 3차 여정이 시작됩니다. 4차 여정으로 가지 않기 위해 3차에서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완주할 목표를 세웁니다. 보통 지리산 둘레길이 21구간인데, 저는 19구간으로 끝납니다. 지리산 원형으로 도는데 불필요한 꼬리 부분의 하동 대축~서당마을 1구간, 오미~난동 1구간은 과감히 뺍니다. 저에게 주어진 진행 일정에 지장이 있어서요, 때론 불필요한 것을 생략하는 것이 일정에 더 편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청주에서 출발하기 전에 전날 야근 후, 몇 시간 수면을 취하고 개인 볼일 본 다음 조치원역으로 갑니다. 코로나 때문에 열차 시간이 조정되어서, 저녁 11시경 여수행 출발하는 것이 막차입니다. 다음날 첫차는 오전 7시경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무박으로 이동합니다. 구례구역까지 3시간 조금 넘는데, 잠이 쉽사리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눈 감고 갑니다. 새벽 2시경에 도착해서 택시기사님과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합니다. 너무 어두운 것도 있고, 마을을 지나면 개들의 짖어 민폐가 되어서요. 구례구역 안의 의자에 기대어 잠을 청하지만 어디까지나 제 마음일 뿐. 새벽 430분이 돼서야 정신 차리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풉니다. 새벽 5시가 되어 택시를 타고 하동 화개재의 가탄마을로 이동합니다(택시비 25천원, 소요시간 25)

 

현재 시각 새벽 525. 섬진강의 새벽 안개가 짙습니다. 몸이 시리고 귀가 조금 시리네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새벽달이 보입니다. 둥그런 달이 저를 비추어 줍니다. 가탄마을에서 시작해서 화개 중학교를 지나 법하마을을 지납니다. 개 한 마리가 짖어 마을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작은재는 하동과 구례의 경계선입니다. 작은재를 지나면서 이틀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졸음이 몰려옵니다. 계속해서 저 자신을 자극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한참 동안 자신을 자극하니 간신히 잠을 이겨 냅니다. 생으로 커피믹스를 뜯어 그냥 가루채 입에 넣고 물을 마셨습니다. 졸음에 발걸음이 가볍지 않습니다. 이번 3차 여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 3구간을 무조건 돌아야 내일 2구간만 하면 지리산 둘레길 완주가 끝납니다. 지리산 둘레길을 하다 보면 이순장군님의 백의종군 길과 많이 겹칩니다. 16구간 지나서 편백나무 숲을 지나는데 졸음이 계속 몰려와, 송정 계곡의 백의종군길 평상에 신문지를 펼친 다음 자켓을 입고 한 시간 정도 잠을 청합니다. 그나마 한 숨자니 좀 괜찮네요. 산바람을 맞으며 자는 정취도 꽤 괜찮네요. 은근히 바람이 쌀쌀 합니다. 오고 만나는 사람 없는 지리산 둘레길, 이번 구간도 밥 사 먹을 집도 없습니다. 그나마 청주에서 사 온 떡으로 아침과 저녁을 때웁니다. 여기에 하동 녹차 막걸리로 힘을 냅니다.

 

오후 4시경 오미마을에 입구 도착하니 마을 슈퍼가 있습니다. 아주머니에게 부탁하니 라면과 밥을 주십니다. 정말 할렐루야가 절로 나왔습니다. 오늘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힘을 얻습니다. 다시 오늘 마지막 구간인 방광마을로 이동합니다. 역시 밥을 먹으니 하늘과 땅이 보이고 주렁주렁 익어가는 감과 노랗게 익은 벼가 느껴집니다. 어두워질 무렵 화엄사 입구를 지납니다. 조금만 더 가면 종착지가 보입니다. 저녁 7시경에 방광마을에 도착하여 주위 민박을 알아보는데 가격이 좀 비싸네요. 이럴 바엔 택시 타고 구례읍 내에서 자는 것이 나을성싶습니다. 오늘 새벽에 이용한 택시기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택시를 기다리며 노고단 쪽으로 서서히 떠오르는 달님이 보입니다. 둥근 달님의 광경이 황홀합니다. 순간 숨이 멈춥니다. 달님이 너무 이뻐서요.

 

택시를 타고 구례읍에 도착해 (택시비 만원) 정통순대백화점(T061-781-2800)집에 왔습니다. , 맛집입니다. 파김치를 순대국밥에 잔뜩 넣어 가위로 쓴 다음 먹습니다. 파김치도 일품이고 부부 사장님의 인심도 넉넉합니다. 구례에 놀러 오신 분들은 드셔봐요, 최곱니다. 사장님이 초행길이라고 인근 모텔까지 자기 차로 안내 해주십니다. 무한 감격 ㅆ.

 

 

둘째 날(2021. 10. 22() 맑음)

 

지리산둘레길3-2일차 (18구간 ~19구간: 30km)

전남구례 방광마을~ 산동(18구간)~ 전북남원 주천(19구간)

07:15 방광마을에서 산동으로 출발 (18구간 방광~산동:13Km)

08:08 예술인 마을

09:42 구리재 467 m

11:00 18구간 산동 도착,출발 (19구간 산동~주천: 15.9Km)

11:30 산수유마을

11:35 산수유마을 저수지 정자 휴식

11:55 출발

12:30~13:00 계척마을 극락사 차 한잔

13:12 계척마을 경로당에서 달팽이님 만남

14:03 계척마을 출발

14:40 계척리 편백나무 숲

15:27 상동 밤재 490 m

16:56 남원주천 안내소 도착.

(지리산 둘레길 총 285km완주- GPS측정: 305km)

 

17:20 안내소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정령치순환버스 탑승

17:40 남원역 도착

19:19 용산행 탑승

22:03 조치원역 도착

22:15, 502번 버스 탑승

22:55 청주 사직4거리 도착

23:10 집도착

 

모텔에서 일어나 30분 정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여정을 준비합니다. 어제 갔던 정통순대백화점에 가려고 하니 못 찾겠네요. 이러다가 시간이 늦을 것 같아 포기하고, 다시 모텔 근처의 아침식사 되는 곳에서 식사합니다. 음식이 정갈하네요, 미술 갤러리와 같이 하시는 분 같습니다. 손이 조금은 느립니다. 택시를 타고 다시 방광마을로 도착해 시작합니다.

 

주렁주렁 열려 있는 감들을 바라보며, 하늘과 땅에 순종한 벼 이삭들에게 감동합니다. 조금은 이질적인 예술인 마을을 지나, 난동 마을에 들어서는데 둘레길 길목의 집에 멈춥니다. 풍경소리가 너무 이뻐서, 장독대의 항아리가 이뻐서, 마당 건너다보이는 (천마산)들이 너무 이뻐서요.

 

저도 모르게 풍경소리에 취해 안치환의 풍경을달다(정호승)을 불러 봅니다. 감격에 취해 사진 한 컷을 찍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나오시면서 놀라십니다. 바로 사과를 드리고, 처마 끝에 풍경소리가 이뻐서 찍었다고 말씀드리니 웃으면서 커피 한 잔을 주시네요. 넉넉한 인심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구리재를 넘어서면서 왼쪽 발꿈치가 인대가 아파 일회용-밴드로 부칩니다. 구리재에서 얼마안가 18구간 산동에 도착했습니다. 산동 면사소가 종착지입니다. 근데 코로나 영향인지 주변 가게들이 다 닫았습니다. , 밥을 못 먹네요. .ㅠ 포기하고 마지막 19구간인 남원 주천으로 그냥 진행합니다.

 

구례 산수유 마을 조금 지나면 저수지가 나옵니다. 저수지 옆의 정자에서 청주에 싸 온 찬 떡과 커피 그리고 남원 막걸리로 점심을 때웁니다. 이 옆 마을이 계척(桂尺) 마을로 들어서는데 한 스님이 걸어오시길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시더니 조금만 더 가면 토굴인데 차() 한잔하자고 하시길래 시간 때문에 망설이다가 이내 쫓아갑니다. 이런 기회도 흔하지 않을 같아서요. 원래 지점에서 300m 올라가니 계척 마을의 극락사 표지판이 보입니다. 혼자 기거하시는데 여기서 지리산 만복대와 노고단이 보입니다. 우와, 극락이 맞네요. 30년 된 보이차를 얻어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다가 산청의 달팽이님에게 전화 옵니다. 언제 못 만난 것이 서운해서 저보러 산수유 마을로 온다고 하기에 이쪽 위치를 알려 주었습니다. 스님과 정담을 여기서 끝내고 내려갑니다. 마을 초입의 경로당에서 달팽이님을 만납니다. 너무 감사하네요. 같은 연배이지만 저보다 마음 씀씀이와 생각의 깊이가 저보다 한 수 위입니다. 최근 읽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한 부분을 들려주는데 역시 그 영성의 깊이가 남다릅니다. 저처럼 장난기 많고 조금은 엉뚱한 성격의 사람과 확실히 다르네요. 이렇게 좋은 만남들과 이어지니 벌써 오후 2시입니다. 최종 목표지인 구례 계척마을 ~ 남원 주천까지 13km입니다. 이제부터 크게 호흡을 마시고 뿜으며 달려 봅니다.

 

산동면 개척마을 지나면 편백나무 숲을 지납니다. 청정한 산소에 힘을 얻습니다. 밤재 490m를 오르기까지 지침 없이 올라갑니다. 밤재가 구례와 남원의 경계선입니다. 그리고 이 밤재가 이순신 장군님의 백의종군 길과 겹치네요. 쉼 없이 내달립니다. 둘레길 첫 여정의 시작점이었고 둘레길의 종착지인 남원 주천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빠르게 걷다 보니 생각처럼 많은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하늘과 땅에 순종하며 고객 숙인 벼들과 풍성한 감들을 보았습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많은 묵상은 하지 못하고 각 지역의 막걸리 순례길이 돼버렸지만 고마운 지리산 둘레길입니다. 다시 또 할지는 모르겠지만 또 한다면 시기를 잘 선택해 비박하며 걷고 싶네요. 욕심 같아서는 이번 지리산 둘레길에서 이순신 장군님의 백의 종군 길과 몇 번 겹쳐서 걷고 싶습니다. 하나의 종착지는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합니다.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해 훨훨 다 털어버리고 내달리려 합니다. 바람이 일러준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렵니다.


지리산둘레길지도 정리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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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1.10.28 22:02:16
*.182.156.28

와, 유구무언!

새하늘 님의 경험이 고스란히 저에게 전달됩니다.

달팽이 님도 등장하는군요.

30년 된 보이차 맛이 어떨지 상상이 안 가네요.

저도 건강을 위해서 차를 좀더 열심히 마셔야겠습니다.

자세한 글과 사진만으로도 감동이 충분히 전달되었으나

'위드 코로나' 상황이 되면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를 들어야겠습니다.

내년 봄이 지나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새하늘 님 흉내를 내서 

짧은 거리나마 둘레길 걷기를 시도해보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작은재의 새벽달' 사진이 강렬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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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21.10.28 22:38:03
*.206.124.76

새하늘 님의 여정을 따라가며

저도 함께 느꼈습니다.

산행길에 먹는 밥, 커피, 차, 그리고 달빛...

어떤 맛인지 충분히 알 것 같구요.

그렇게 걸을 수 있는 새하늘님의 열정이 부럽습니다.

달팽이님 얼굴도 뵐 수 있어서 반가웠어요. 

계속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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