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진료실 풍경

조회 수 1963 추천 수 0 2021.03.30 16: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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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웠던 겨울을 견디시고, 아직은 쌀쌀했던 며칠 전 봄날에 그 어머님은 친구 분과 함께 한의원을 오셨다.

 

병원에서 몇 개월 남았으니 마지막 준비를 하시라고,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거 드시라며 이야기한 지도 어언 2년이 다 되어간다.

 

어머님의 얼굴은 제법 창백하고 몸은 야위어 있으며, 온 몸엔 종양 덩어리가 퍼져서 몸으로도 불거져 나와서 보일 정도이지만 , 그 눈엔 여전히 총기가 돈다.

 

침을 맞으시고 - 사실 어머님은 침을 맞으러 오시는 게 아니다. 나 보러 오시는 것 ㅜ ㅜ - 집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님을 진료실로 불렀다. 사실 이 어머님께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이게 다다. 그리고 어머님도 항상 가시기 전에 나를 만나서 잠시라도 이야기 하고 가는 게, 자신에게는 빼먹어서는 안되는 ritual이 되었다.

 

"어머님 겨울 나기가 많이 힘드셨죠? 이제 봄이 되고 따뜻해지시면 어머님 몸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실 거에요"

 

"참 신기하게도 어떻게 두 해 봄을 났는데, 올해 봄도 날 수 있을까요? 갑자기 자신이 없어지네요."

 

"어머님은 잘 하고 계셔요. 봄이 더 따뜻해지면 친구분이랑 꽃놀이도 가고 맛있는 것도 드시고 그래야죠.

 

"항상 말이라도 고맙습니다. 나는 내 친구 때문에, 그리고 원장님 덕에 지금도 이렇게 살아있는 거 같아요."

 

옆에서 앉아 계시던 친구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고는 또 이런 저런 환담을 나누니 한 10분이 지나간다.

 

"원장님, 또 환자 봐야죠... 이제 우리는 일어나볼께요"

 

"어차피 점심 시간이라 괜찮아요. 오래 오래 뵈어요. 더 건강해지셔야 하구요"


어머님은 가실 때 항상 깍듯이 인사를 하신다. 수술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배가 땡겨서 고개를 제대로 숙이지 못하고 엉거주춤 인사를 드렸다. 어머님도 그 사정을 아시고 계셔서 나보고도 몸 조리 잘하라고 하신다.

 

항상 어머님을 보낼 때 나는 버릇처럼 하는 기도가 있다.

 

'이 번 만남이 마지막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1.03.30 21:57:08
*.181.143.51

첫날처럼 님, 오랜 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그분 이야기를 이전에도 한번 들은 거 같은데,

같은 분인지 다른 분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요.

원장 님과 대화하는 목적으로 내원하신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이 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에 저도 마음을 보탭니다.

그건 그렇고, 첫날처럼 님이 수술을 하셨다고요? 

아이쿠 그런 일이 있었군요. 

가족과 아이들이 걱정 많이 했겠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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