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극약처방!

조회 수 1018 추천 수 0 2019.09.18 16:01:34
관련링크 : http://cyw.kr 
1c5352ce3b259ee6a081a755d6754419.jpg  
                               지네 그림(인터넷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극약처방


으아아아아아악! 갑자기 아내가 한 밤중에 일어나 불을 켜고 파리채를 휙 휙 휘두르며 칼싸움을 한다. 한 참 방바닥을 두들겨 패면서 “무..물렀어.. 나 물렸어..” 파리채 밑에는 산산히 부서지고 조각조각 분해된 지네가 있었다.
나는 화장지로 지네를 싸서 밖에 내다 버렸다. 아내의 오른쪽 종아리에 마치 주사 자국처럼 물린 자국이 나 있었다. 오래된 집이다보니 가끔 겁도 없이 벌레들이 집안으로 들어와서 사람을 놀라게 한다. 전에 나도 지네에게 물린 적이 있다.
지네에게 물리면 소량의 독이 몸 안으로 투입되어 ‘극약처방’효과가 있다고 한다. 독의 양이 많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지만, 아주 작은 양은 오히려 몸속의 여러가지 통증을 없애 주는 약이 된다고 한다.
아내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더니 돈 안들이고 ‘극약처방’ 받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랜다. 물린 부분이 마치 뽀얗게 잘 익은 복숭아처럼 부풀어 올랐는데 너무 이쁜 복숭아여서 살짝 만져보고 싶었지만, 한대 맞을 것 같아서 꾹 참았다.


 f136e7fc4c812f442e3316331c4972fe.jpg  
산상기도 -주여! (사진: 함께 산에 간 다른분이 찍음)

수도사


가끔 누군가에게 내가 누구인지 소개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에 대해 작가이니 시인이니 전도사이니 이러쿵 저러쿵 소개를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나는 수도사(修道士)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차마 입에서 그 말이 나오질 않는다.
나는 고려수도원에서 여러 과정을 마치고 ‘재가수사’라는 직분을 정식으로 받았다. 그러나 과연 내가 날마다 수도를 하면서 진짜 수도사처럼 사는지 생각해 보면 차마 나를 수도사라고 부르기가 민망하다.
내가 수도자인 것을 자각할 때는 아침에 이불을 갤 때뿐인 것 같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이불을 네모 반듯하게 각을 잡아서 갠 다음 단정하게 정리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수도자가 하루 중 가장 먼저 몸으로 하는 수도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얼치기 수도사 흉내가 아니라 진짜 수도사가 되고 싶다.

 12f37dd819e97e5f7c30b244134f1191.jpg  
쿠우쿠우 초밥(사진:최용우)


가족식사


큰딸 생일이라 온 식구들이 쿠우쿠우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오래 전에 선배 목사님이 한 말씀이 잊혀지질 않는다.
“나는 평생 목회를 하면서 죽을 만큼 최선을 다 해서 후회가 없는데, 딱 한 가지는 정말 후회가 돼. 그것은 ‘가족 목회’를 실패했다는 거야. 어느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인들 심방하느라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왔는데 딸이 그러더라구. 아빠 저도 심방해 주세요.”  선배 목사님은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가족들끼리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간 기억도 없고 여행을 한 기억도 없고...
열심히 목회하느라 가족들을 챙기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목회 잘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아니었다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목사님 가정은 '역기능 가정'이 되어 있어 상담대학원에 들어가 늦은 나이에 공부를 했지만, 돌이킬수는 없었다고 한다.
“최전도사는 나처럼 후회하지 않으려면 가족들이랑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가족목회 잘 해... 나중에는 옆에 가족들 밖에 안남아..”
음... 열심히 가족들이랑 밥 먹어야겠군.
가족식사를 할 때마다 그 목사님의 슬픈 표정이 떠오른다. ⓒ최용우   http://cyw.kr


profile

[레벨:29]최용우

2019.09.18 16:06:39
*.77.43.205

거의 15년 넘게 감리교 무슨 신문에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 글을 쓰고 있는데 ...

ㅋㅋ 나는 장로교인....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9.09.18 20:57:59
*.182.156.135

수도사와 가족목회라, 생각할 게 많은 주제네요.

고 옥한흠 목사님 하관식 장면이 어딘가 기독교 인터넷 신문에 실렸습니다.

가족들이(아마 자녀들 중심) 영정사진을 가운데 두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옥 목사님이 목회에 바빠서 가족 사진 한장 남기지 않았다는군요. 음.

[레벨:18]은나라

2019.09.18 22:31:12
*.201.106.34

글을 읽으며 떠오르는 모습에..간만에 웃네요.^^
지네의 물린독이 극약처방 이라니..
진짜 수도사 맞는거 같아요.
그래도 병원에 가셔서 주사한방은 맞아야 될듯 싶은데요.
예전엔..우선순위라는 교회 가르침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못갖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지금도, 아직도 마찬가지로 사는이들이 무수히 많구요.

[레벨:12]들꽃처럼

2019.09.22 06:32:37
*.39.180.219

교회.. 신앙.. 삶의 여러 부분중에서 동일한 무게의 한 부분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듯...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7796 신앙의 역사를 찾아서: 한국천주교회사 이야기 file [레벨:15]흰구름 2023-02-20 892
7795 사리(舍利)와 사리(事理) [1] [레벨:23]브니엘남 2023-02-17 683
7794 카톡! [5] [레벨:100]정용섭 2023-02-15 1100
7793 신명기(申命記) [6] [레벨:23]브니엘남 2023-02-13 1474
7792 [깜짝 이벤트] 설교단편2 필요하신 교회나 모임 관계... [11] [레벨:26]은빛그림자 2023-02-09 1122
7791 유튜브 채널 개설 [2] [레벨:15]신학공부 2023-02-07 900
7790 소소한 일상 file [레벨:100]정용섭 2023-02-06 816
7789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넘어서 [레벨:15]신학공부 2023-02-04 976
7788 2023년 서울샘터교회 예배 안내 [10] [레벨:26]은빛그림자 2023-02-02 1578
7787 물러난다는 것 [레벨:15]신학공부 2023-01-21 1048
7786 토기장이의 집 곶감을 소개합니다. file [1] [레벨:18]카르디아 2023-01-17 695
7785 다비아 카운터 file [3] [레벨:100]정용섭 2023-01-12 1694
7784 한국교회 원로의 일침 [레벨:15]신학공부 2023-01-08 1073
7783 목사의 기원과 역사(2) [레벨:15]신학공부 2023-01-03 715
7782 목사의 기원과 역사(1) [레벨:15]신학공부 2023-01-03 739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