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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교회를 찾아서>를 읽고

조회 수 1303 추천 수 0 2018.12.23 21:55:50
관련링크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1342279 

  독후감을 권하기에 쓴 글을 올립니다.^^



  레이첼 에반스의 <교회를 찾아서/ Searching for Sunday>를 추천받았을 때 나도 같은 처지-였거나, 이거나-인 터라 읽고 싶었다. 저자의 여정은 어떠하였는 지, 나와 공감이 어느 정도 될 지, 비법은 있는 지, 또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지 등이 궁금하였다. 
  저자는 복음주의 교회에서 성장하여 지금은 성공회 교회에 출석 중이다. 책의 구성은 개신교도의 입장에서는 낯선 7성사sacrament로 구성되었다. 성사가 예배의 예전liturgy를 뜻하나 싶었는데, 어떤 물성을 은총의 통로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하였다. 교회를 떠났던 저자를 부른 것이 성사라고 하였다. 늘 가까이 있어서 익숙한 성사의 상징에서 그 풍성함을 깊이 알게 되고 이 의미의 시작과 반복이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홀로일 수 없음을, 교회가 필요함을 말한다. 이 책이 가톨릭 및 정교회의 성사에 따른 진행이지만 성사 하나하나가 신앙에 중요한 요소들이기에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에반스는 복음주의 교회에서 자라 한 교회에 머물러 있지 않았고, 크고 작은 교회에 속하였고 일꾼이자 방관자였다. 그녀는 자신이 거쳐온 교회들을 '길가의 교회'라고 하였다. 나 역시 같은 여정을 걷고 있기에 공감하였다. 복음주의 교회에서 의문을 표시하기 힘들고 그 해법은 동일하다는 점과 반드시 어떤 것에 대한 즉각적인 답이 내려진다는 것은 어느 곳이나 비슷한가 보다. 이는 교회가 인간과 시대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내가 표현하는 것과 같은 점들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그녀는 '내 신앙의 서랍'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나도 쓰는 표현이다. 나는 그 서랍에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가득 차고 넘쳤을 때 그 교회를 떠난 것 같다. 어느 곳에 속하였을 때 접어 넣어두는 것이 있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 서랍에 단념하고 접어서 넣어 두는 것들이 생긴다. 
  저자가 지인들과 빈손으로 작은 교회를 시작하고 기쁨과 열정으로 나아갔지만 1년만에 문을 닫게 되었을 때 가슴 아팠다. 비슷한 기억들이 떠올랐고 그러나 그 때들이 지금과 앞으로의 자양분임을 의심치 않는다. 
  또한 평신도 뿐 아니라 '처참히 실패한 목회자'들이 '잘 나가는' 목회자들이 참석한 대회에서 '더 잘 나가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성공담에 무력한 모습을 다루는 대목을 읽을 때는 목회자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동급 '양'이라는 생각이 절실하였다. 그리고 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부분은 의견이 많이 엇갈릴 수 있으나 이 책이 그 부분을 돕고 있다. 대면해 보시라. 
  에반스는 머물렀던 교회들을 여정으로 간주하여 '길가의 교회'라고 표현하였는데, 그녀 내부의 신앙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을 표면적으로 교회의 이동으로 서술한 것 같다. 그래서 훨씬 자연스럽다. 
  나는 이런 면을 건축적으로 자주 상상한다. 처음을 알 수 없는 때부터 동굴과 같은 곳에서 그 건축은 시작되었는데 점점 확장되고 새로와지는 건축물에 우리는 살고있다. 나는 어느 때에 태어나 한참 동안이나 닫혀있는 한 방에서 살다가 그 문을 열고 나와서 그 웅대한 건축물을 걷는 것이다. 그 고대로부터 시작된 근원을 알고 싶고 지금의 우리와 많이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으며, 그 깊이에 놀란다. 또한 1500년을 함께 하였던 형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우리는 500년 전에 루터와 함께 이 땅에 출현한 낙하산인 것이다.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의 너그러운 말을 좋아한다. '가톨릭적 넓이 안에 개신교적 중심을 두자.' 지금도 건축물은 보수 확장 중이다. 전후좌우로 걸어다닐 것이고, 겁이 많아서 감리가 끝나지 않은 신축 구역은 돌다리를 두드리 듯 대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언급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는 가장 거대한 갈망은 우리가 온전히 알려지는 것, 그리하여 온전히 사랑받는 것이다.' 라는 부분은 근래에 내가 생각하고 적어둔 부분과 비슷하다. 온전히 사랑받는 것까지는 솔직히 바라지 않지만 '우리(내)가 온전히 알려지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위에 언급한 건축 작업도 긴 시간동안 하나님을 알고 받아들이려는 인간의 몸짓인 것이다. 
  저자는 교회를 나와, 교회의 존재 의미를 말하며, 함께 교회를 찾아나서기에 초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르고 같게 저자와 여정을 나누며, 한 동류로부터 이해와 격려를 받은 기분이다. 그녀가 평신도임이 자랑스럽고, 군데군데 영감을 주는 내용을 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도 흠결이 많은 자이기에 내가 한 교회에 속하면, 이미 그 교회가 불완전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힘이 남아서 교회를 찾아 걷고 있는데 내가 바라는 노후의 모습은, 최신 신학책을 읽으며 교회 마루에 방석을 깔고 졸며 기도하는 할매가 되는 것이다.
  덧붙여, 이 책의 제목을 <교회를 찾아서>라고 번역하였는데 원제는 <Searching for Sunday> 이다. 엄밀히 말하면 유태인 종교학자 요수아 아브라함 헤셸도 강조하였던 '하나님의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간'을 찾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저자를 비롯한 우리는 그 시간을 찾아서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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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은 약손, 네 배는 똥배... 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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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12.24 21:59:56
*.182.156.135

유니스 님의 품격 있고 잔향이 있으며 이성적이면서도 파토스가 곁들인 독후감을 읽으니

성탄절 전야의 고요하고 거룩한 느낌들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기쁜 성탄을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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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8.12.25 00:40:13
*.221.98.245

목사님께서 잘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글 중에서 제가 태어나서 한참 동안 한 방에 있었는데

그 문을 열어주시고 여기저기 걸어다니게 해주신 분이 목사님이십니다.

성탄의 기쁨이 가득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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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캔디

2018.12.25 11:40:43
*.193.160.217

엇그제 주일날 늦은밤에

너~무 오랫만에

유니스님의 글이 올라온것을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ㅎㅎ

어제도 읽고 오늘도 또 읽으며

저도 이책을 대면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튼

저는 지금

유니스님의 노후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최신 신학책을 읽으며 교회 마루에 방석을 깔고 졸며 기도하는 할매의 아름다운 모습을....ㅎㅎㅎ


해피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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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8.12.25 19:40:07
*.221.98.245

ㅎㅎㅎ

캔디님~ 행복한 성탄 보내셨지요?

저 어릴 적 교회마루 맨앞줄에 권사님들을 비롯한 조그마한 할머니들이

자리 찜해놓으시고 졸며 기도하며  

교회에서 사시다시피 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늘 있습니다.

방바닥도 뜨끈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그랬죠.

요즘은 보기 힘든 광경이어서 아쉽습니다.

사실 메시아 탄생을 열망하던 안나 할매도 그런 분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신 신학책은 트랜드에 뒤지지 않고, 

가오를 좀 잡으려면 들고 다니면서 목침으로도 사용하구요.

캔디님도 함께, 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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