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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학교 다른교육(능길학교이야기)

조회 수 1647 추천 수 0 2012.09.11 19: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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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에 대해 조사를 하며 새롭게 발견하게 된 사실이 있다.

물론 이런 사실은 이미 존재해 있었다.

다만 발견을 늦게 한 것뿐이라는 사실이 당혹스럽게 다가올 뿐이다.

그것은 초기에 출발했던 한국의 대표적 대안학교들이 결코 변혁적이지 않은 교육목표나 철학 등을 기초로 한 교육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대표적인 학교 중 가장 오래된 학교로 풀무학교의 경우 무척이나 근대적이거나 혹은 그것을 훨씬 거슬러 가는 내용이 매우 오래전에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런 철학이나 정신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오면서 ‘변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런 점에 대한 주목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주목이다.

변질이란 인간의 관점에서 못쓰게 되어버린 것이지 자연의 과정 속에서는 하나의 무위한 흐름일 뿐이다.

하나의 정신이 고정된 채 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시간에 따라 전혀 번하지 않고 흘러온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 풀무학교는 ‘재현’되는 교육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재현’은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를 판단하고, 동일성의 체계로부터 달아나는 모든 힘들에 대하여 극도로 히스테리칼 하게 반응한다.

닮게하라! 이것이 제현의 제1법칙이다.

이 닮음은 원본에 대한 닮음이다. 원본을 기준으로 닮았는가, 덜 닮았는가, 아니면 전혀 닮지 않았는가를 평가한다.

재현에서 원본이라는 배후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풀무학교의 홈페이지에서 우리들은 그러한 부분들을 매우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불변의 힘들이 학교를 유지하는 힘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체의 유지가 아닌 세상을 변화를 생각한다면 회의가들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대안’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아마도 ‘간디학교’로 보인다.

간디고등학교의 설립목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교육은 정부에 의해 주도되어왔고, 주입식 교육과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동안 이러한 교육이 국민의 계몽에 기여한 공로가 큰 것은 사실이나 최근에 들어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날로 심각한 양상의 학원폭력의 문제, 대학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들러리 인생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는 교육상황, 시대에 뒤떨어진 일률적 주입식 형태의 교육, 공교육에 대한 거부의 상징으로 나타나는 조기 유학 붐의 문제,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개방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 자녀들의 교육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는 예측 등은 이제 곧바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한 새로운 교육, 즉 대안이 될 수 있는 교육이 등장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것은 민과 관 어느 쪽에 책임이 돌아가는 문제 상황이 아니라, 민과 관이 마음을 열고 협력하지 않으면 결코 성과를 거둘 수 없는 매우 어렵고도 중대한 과제이다.

이와 같이 한국의 교육이 근본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97년 3월 간디학교가 탄생하였다. 비록 비인가로 출발했지만 그 의미는 제도권 바깥에 머물겠다는 뜻이 아니라 제도권의 폭을 보다 다양하게 보다 깊게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민의 결의이자 촉구로서 출발한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책임자들 또한 우리와 같은 관점에서 간디학교를 비롯한 많은 형태의 다양한 대안학교들이 탄생하여 한국의 교육을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획일적이고 주입식 위주의 교육에서 개성이 존중되는 교육으로 변혁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음은 매우 바람직하고 고무적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도움에 힘입어 간디학교는 비인가의 틀을 벗고 당당히 제도권 속에서 인가된 학교로 출발하였다.

간디학교는 앞으로 말로만 전인교육이 아닌 진정한 전인교육의 한 모델을 만들고자 모든 노력을 할 것이며 구체적으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입식이 아닌 창의적 지식교육의 방법 계발, 감성교육과 덕성교육을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다양한 교과의 배치와 계발을 꾸준히 해 나감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특성화학교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것이야 말로 제도권 학교, 제도권 교육의 부적응아들을 교육시켜 다시금 국민의 자리로 돌아 가도록 만들겠다는 선언문처럼 보이지 않는가?

판단의 기준은 인가냐 미인가냐가 아니다.

문제는 인가를 통해 포기하고 포획되는 것이다.

인가학교를 통해서도 제도권을 벗어날 수 있다는 유연한 사유를 할 수 있어야만 한다.

마치 뻐꾸기처럼 , 로마의 기독교 처럼 많은 사건들과 역사가 그것의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인가가 제도권내로 포획을 의도하지만 그것으로 부터 탈주하고자 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강제되지는 않는다.

물론 당초에 그들이 제도권교육으로 부터 탈주하고자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설립목적'은 화려한 언어적 치장에도 불구하고 대안학교는 국가의 통치가 다다르기 어려운 지점에서 제도를 벗어나는 아이들을 좀더 '인간적인'방법을 통해서 다시금 국가의 통치권의 영역인 제도교육 안으로 주워 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탈학교를 통하여 제도를 벗어나는, 국민으로 부터 탈주하는 아이들에 대한 히스테리칼한 온정주의가 깔려있을 뿐이다.

원본에 대한 전복이 없는 한 그것 또한 하나의 재현일 뿐이다.

즉 제도교육을 다른 형태를 통해 재현하는 것일 뿐이다.

대안교육의 현실이 이러함은 학교의 무의미함 마져 생각케 한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그것과 비교해서 다른 교육이나 학교를 생각하는 것 또한 다른 반대적 표상물을 만들어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마도 ‘대안교육’ 또한 ‘제도권교육’과 비교해서 스스로를 만들어 냈기에 이런 결과를 초래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다름’이란 ‘다름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즉 ‘다른학교 그 자체’ 라는 의미다.

이것은 존재론적 이야기이다.

들뢰즈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동일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이 말에 동의가 된다면 차이는 당연한 것이다. 사물이 동일하다고 보는 것은 오히려 ‘표상’에 사로잡힌 진부함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차이는 비교에 의해서 개념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그 ‘차이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교육 또한 국가교육이란 동일화의 포획 속에서 자리 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방의 능력 속에 배움이란 것으로 나타나며 이것을 통해 ‘차이의 반복’이 가능하게 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즉 교육이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선생의 능력을 학생이 모방하는 것이다. 이 모방은 원본을 그대로 따라하는 ‘재현’이 아니라 차이를 통해 반복되며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르침이란 ‘재현’의 강제일 수 있는 반면 배우는 것이란 능동적인 모방과 창조를 통한 ‘차이의 반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이 가르치는 행위가 되면 아이들은 자연히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그것은 유동하지 않는 고체의 세계이며 어딜 가든 제자리, 원본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다른학교’라는 말은 ‘다른’이란 말로 진청한 ‘다름’을 드러낼 수 없기에 데리다의 ‘차연(différance)'의 의미와 들뢰즈의 ‘차이 그 자체’의 의미를 통해 자리 잡는다.

늘 진행형이기에 완결된 의미가 영원히 불가능한 ‘다른교육’, 공간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텅 비어있는 공백(space)으로 ‘다른학교’로서 이것은 시간을 통해 변화하는 진행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무한한 잠재성을 지니고 있는 ‘다양체’로서의 ‘다른학교’이다.

이는 우리가 관습이나 개념의 틀로부터 벗어나 존재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자 할 때 드러나는 것이다.

‘학교’라는 개념, ‘대안’이라는 개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우리들은 비로소 교육의 잠재적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고 싶은 학교는 ‘다름 그 자체’로서의 ‘다른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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