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여유일기] 밥통한테 졌다 외....

조회 수 1401 추천 수 0 2022.11.21 19: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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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일기312】 양심을 버리십니까?

예전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양심을 마음속의 삼각형이라고 비유했다고 한다.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짓을 하면 이 삼각형이 돌아가며, 그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이걸 계속 돌리다 보면 모서리가 무뎌지면서 나중엔 원이 되어 아픔을 느끼지 않게 된다고…
내가 매일 산책 하는 용수천 뚝방길에 어떤 놈이 쓰레기 두 자루를 버리고 갔다. 처음엔 잠시 놓아두었다가 가져가는 것인 줄 알았는데 열흘이 지나도록 그대로 있다. 안을 살펴보니 담배갑이며 음식 시켜 먹은 스치로플 껍데기와 일반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 누구인지 참으로 양심이 똥골똥골 원이 되어 버린 놈이다. 
증자에 보면 ‘天知, 地知, 我知, 子知.’라 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안다.> 어떤 놈인지... 하늘이 안다고 했으니 ‘인공위성’이 다 찍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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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일기315】 눈 인사

용포천에서 해들교차로 올라가는 언덕에 등치가 큰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 산다. 항상 정자 옆 바위 위에 앉아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지 밥그릇이 정자 아래 놓여 있다.
나는 정자에 걸터앉아 고양이를 바라본다. 고양이도 날마다 보는 나를 경계하지 않는다. 살그머니 눈을 떠보곤 귀찮다는 듯 그냥 눈을 감아버린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던 말든 꼼짝도 안 한다. 아주 도통한 고양이다.
가끔 눈을 깜빡여주는데 그게 친한 사람에게 보내는 고양이의 ‘눈인사’라고 딸이 가르쳐 주었다. 나도 고양이와 똑같이 눈을 깜빡여준다. 그런데 멀리서 낯선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뭐야? 내가 있을때만 가만히 있었던거야? 이런... 
고양이가 나를 만만하게 본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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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일기320】 맛있는 홍시

장성에서 가져온 감을 여기저기 나누어주고 우리 먹을 것 남겨서 현관 시원한 곳에 두었는데 그새 홍시가 되었다. 아내가 잘 익은 홍시만 골라 채반에 담아놓고 열심히 드시라 한다. 열심히 먹는 건 좋은데 화장실에서 힘 좀 써야되는 것이 부담되네. 그렇잖아도 힘쓰다 변기 커버 고리가 부서져서 새로 사야 하는데...
감의 떫은맛을 내는 ‘타닌’은 폴리페놀 물질로 우리 몸에서 항산화작용을 하는 기능성 성분이다. 타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어 암, 고혈압, 뇌졸중 등을 예방하는데 유용한 성분이지만 위장에서 수분을 빨아들이는 작용을 해 대변이 딱딱해지게 한다. 
홍시에는 타닌 성분이 당으로 바뀌어 숨어있다.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한 개 이상은 안 된다. 홍시 하나를 꼭지 빼고 반으로 쫙 갈라 몰캉콜캉한 즙을 쪽 빨아 먹으니 너무 달작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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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일기321】 잘 듣는 것

나:“당신은 말을 참 잘해요. 너무 과하지 않게 상황에 적절하게 맞춰서 잘하는 것 같아.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부러워.”
아내: “자기도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리고 자기는 말을 잘 들어주잖여. 말을 들어주는 것이 훨씬 더 힘든데...”
나는 말을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훨씬 편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만 보면 입이 터지는 사람들이 많다.
남의 말을 잘 듣고 상황에 맞추어 적절하게 사랑의 리엑션을 취해주는 것은 그들이 자기 속을 털어놓아 모두 비워내고 마음을 후련하도록 도와주는 ‘피정’사역의 한 분야이다.
하지만 가끔 ‘비움’의 말이 아닌 ‘자기 자랑’이나 ‘탐욕의 말’을 하는 사람은 그 말을 단호하게 차단시킨다. 그런 말은 오히려 듣는 사람을 말로 때리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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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일기324】 밥통한테 졌다

“설교를 할 때는 최소한 한번 이상은 활짝 웃게 만들지 않으면 그 설교는 맛없는 밥이다. 글을 쓸 때 최소한 한번 이상 빙긋 웃게 만들지 못하면 그 글은 죽은 글이다.” 라는 글을 오래전에 썼었고, 항상 그 원칙을 따르려고 애를 쓴다.
오늘은 ‘기뻐하려면’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는데, 나의 웃음 포인트를 너무 잘 아는 아내를 웃기기가 너무나 힘들다. 아내가 웃을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다 뒤집어진다.
몇 번 유머를 시도했다가 반응이 그저 그래서 포기했다. 하품이 나오는 그저 그런 설교를 하다가 “밥통이 밥 다 해 놓고 칙칙폭폭 합니다. 밥 다했다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모양입니다.”는 대목에서 아내가 빵 터졌다.(쿠쿠 밥솥은 스팀 빠질 때 칙칙폭폭 소리가 남) 
쩝, 자존심 상해.... 밥통한데 지다니...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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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2.11.22 20:06:19
*.201.3.226

최용우 님의 글에는 아내를 향한 지극한 사랑이 

차향이나 커피향처럼 은근하게 전달됩니다.

나는 배워야 할 게 아직도 너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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