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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습관과 인공지능

조회 수 753 추천 수 1 2016.06.22 13: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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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습관과 자동주행

시간에 쫓겨 급히 차를 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유난히도 천천히 가는 답답한 차 한 대가 내 앞을 가로 막는다. 화가 날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그 차를 기여이 추월하고야 말았다. 추월하면서 그 운전자의 얼굴을 꼭 한 번 쳐다봐야 한다. 그도 나를 본다. 그가 공격적 성향이라 그런지 나를 바라보는 표정에서 나를 협박자로 인식하는 그를 느낄수 있다. 만약 착한 감성의 소유자라면 내 시선을 애써 외면하거나 아님 손 한 번 들어주어서 나의 마음을 가라앉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그 운전자가 정신없이 휴대폰에 빠져 만면의 웃음을 쏟아 내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면 정말 짜증 제대로 폭발한다. 저 운전자의 전화통화로 인해 나와 내 뒤에 따라오는 모든 차들은 자전거를 따라가는 스포츠카의 심정이 된다. 그 웃고 있는 표정 자체가 오히려 화를 더 불러 일으킨다. 그 운전자가 너무나 한심해 보인다. 다양한 저속한 표현들이 내 도덕성을 강하게 유혹한다. 

답답한 교통 상황만 아니라면 즐겁게 통화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보는 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수 있다. 나와 친한 사람이 그렇게 즐거운 표정으로 나와 통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생각은 완전히 달라진다. 나의 급한 상황, 나의 개인적 삶의 다급함이 즐거운 그 상황을 전혀 즐겁지 않은 분노의 상황으로 변화시킨다. 

이런 면에서 행복은 객관적이기 보다는 주관적이다. 상대방의 얼굴 표정은 내 감정에 따라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론 내가 반대의 입장에 서게 된다. 나에게 강의를 주는 학장으로부터 운전중 전화를 받게 되었다. 나의 목소리 톤과 얼굴 표정은 서로 일체를 이루며 공손함괴 겸손함으로 가득찬다. 나도 모르게 차의 속도를 줄이게 된다. 아마도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운전자들이 나를 추월하며, 전화하며 웃고 있었던 내 모습에 저속한 표현을 퍼부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웃어야만 했다. 나의 수입이 결정되는 그 순간을 난 결코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천히 운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다 알 수는 없지만 현실은 웃고 있는 그로 인해 내가 분노하게 되며, 또 웃고 있는 나로 인해 남을 분노하게 만든다. 모두에게 있어서 삶은, 개인의 간절함과 치열함이 항상 타인에 대한 이해와 용납을 앞서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이제는 태도를 바꿔보려 한다. 나의 다급한 현실과 용납의 절묘한 조화를 시도해 보려 한다. 

너무 천천히 가는 차를 추월은 하지만 오히려 내가 손을 들어 주는 것이다. 손을 들어도 통화에 빠져있는 그가 나를 보지 못할 수도 있고, 손 들어주는 그것이 능사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내 마음이 강퍅해 지는 것을 막을 순 있다. 혹 올라간 내 손을 본 그에게도 나름의 훈풍효과는 있을 것이다. 몰아부치고 추월해서 미안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 말이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가 문제이다. 내 자신이 전화통화에 빠지게 되면 주변을 인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운전 중엔 전화를 아예 안 받거나,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고 전화를 받으면 되지만 그것이 상황에 따라 어려울 때가 있다. 생각같아선, 운전 중 전화를 받게 되면 자동으로 차 뒷 유리창에 "전화 중이니 저를 추월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라는 자동장치를 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그 기술은 이미 상당부분 실용화 단계에 와 있다. 그건 '뒷유리창' 처럼 우스꽝스러운 것도 아니다. 모든 자동차와 아이티 회사가 사활을 걸고 개발중인 자동인식주행 자동차이다. 안전모드로 설정한 뒤, 운전자가 안심하고 차안에서 다른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그간의 모든 고민들을 재밌었던 옛추억으로 날려보낼 수 있다. "옛날엔 그랬지" 하면서 말이다.

실시간 정확한 교통체증을 읽어내고, 이미 입력된 탑승자의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간파하고, 그에 따르는 도착 소요 시간을 출발 순서대로 공정분배 형식으로 정확하게 시행하는 시스템이 공적 혹은 사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휴대폰도 문명이고 자동주행도 문명이다. 휴대폰의 간편성 뒤에 숨겨진 부작용으로 인해 우리는 그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문명은 진일보한다.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문명의 헛점은 종종 문명으로 해결된다. 


자동주행과 인공지능

그러나 부정적 상황도 충분히 예측된다. 그 시스템의 운영권을 쥐고 있는 소수자는 자신의 차를 남들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개인적 특혜를 누리려 할 것이며, 여러 회사가 자신의 시스템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과정 중에 돈을 더 지불하는 부유층을 위해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퍼스트 클래스" 를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더 빨리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는 반듯이 누군가는 더 늦게 목적지에 도착되기 때문이다. 

문명의 헛점이 종종 문명으로 해결되기는 하지만, 그 문명을 운영하는 운영자는 늘 "인간"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자와 운영자의 이기심을 막기위해, 주관적 가동 범위를 벗어나는 인공지능에 대한 필요가 또다른 문명적 대안으로 떠오르며 인류는 이 개발에 박차를 더 할 것이다. 이건 단지 교통체제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회적 시스템이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에게 이런 일을 맡기면 이것이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과연 오차없이 항상 공평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한 번 작동된 인공지능은 과연 개발자와 운영자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민감해야 한다. 인류가 핵융합 에너지 개발에 성공하고 이런 행융합 에너지를 향 후 1억년 동안 인간의 도움없이 스스로 생성시킬 수 있는 완전 자가발전체제를 구축한 인공지능을 성공리에 가동시켰다고 가정할지라도, 이런 고도의 문명이 인간의 이기심을 완벽히 상쇄시키고 완전 공정사회로 우리의 미래를 옯겨다 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 인공지능은 입력된 인간의 공평가치를 판단의 근간으로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윤리적 과학적 기준들을 업데이트해가며 새로운 가치창출로 나아가려 할 것이다. 입력된 자료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인류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할 때, 향후 인류 역사를 예측하기에는 가장 확률이 높은 고도 문명 장치임에는 틀림 없으나, 인간 자체에 내재된 모순과 이기심을 그대로 반영한 그 장치가 스스로 물질적 방어체제를 구축하게 되버린다면, 이것은 바로 영화 매트릭스의 주제가 돼버린다.  

아마도 인류는 예측된 이런 파멸을 염두해 두고 이 장치를 끌 수 있는 안전장치를 항상 손아귀에 쥐고 있을 것이다. 마치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수장들이 항상 핵미사일 점화 장치를 가방에 담고 다녔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안전장치에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기득권에 다가선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회적 시스템이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게 되면, 이 시스템의 개발과 운영권에 대한 공정과 공평성이 인류에게 새로운 도전으로서 역사는 요구할 것이다.

이미 인간은 고대사회와 비교하여 모든 고대의 국가들을  한 개인이 파멸시킬 수 있을 만큼 초인적인 문명의 힘을 소유하였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 사이에서는 누가 더 그 초인적 힘을 더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공평성이 항상 문제가 된다. 미래에는 구체적으로, 그 인공지능의 활용성을 얼마나 많이 개인의 신체화로 융화시켰는가 하는 "장치의 신체화" 가 교육의 본질을 두고 수많은 논쟁을 일으킬 것이다.    

"장치의 신체화" 조금은 무서운 단어이다. 계시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문명은 과연 인류를 어느 수준까지 초인으로 성장하게 할 것이며, 이 초인의 삶이 내세의 삶에 대한 그리움을 얼마나 희석시킬지는...

여러분의 상상과 믿음에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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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4]웃음

2016.06.22 19:15:17
*.195.198.250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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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예베슈

2016.06.24 00:41:21
*.219.239.174

웃음님 잘 지내시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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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6.06.22 22:16:30
*.164.153.48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군요.

딱딱한 내용을 물이 흐르듯이

유연하게 글로 풀어내시네요.

위 글을 읽고

완전 자동주행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 나름으로 내릴 수 있는 단서를 찾았습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현실화되기 전에

내가 죽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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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예베슈

2016.06.24 13:11:11
*.219.239.174

목사님 오래 계셔서 좋은 말씀을 계속 나눠 주셔야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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