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관련링크 : |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1400000285138 |
---|
저의 세번째 시집을 10년만에 한번 더 만들었습니다.
충청북도 보은의 어부동이라는 곳에서 5년동안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대청호 상류 지역이라 문만 열면 푸른 물이 넘실대는 호숫가였지요.
마당에는 학들이 어슬렁거리고 최소 100가지 정도 꽃이 피는 그림같은 동네였습니다.
그곳에 살면서 건진 시 150편을 모아 세번째 시집을 만들었었는데
다시한번 판갈이를 해서 교보문고에서 내게 되었습니다.
1. 호박
빈 공터만 보면
호박 올리면 좋겠다
말씀하시던 어머니 생각에
산 언덕 볕 좋은 곳에
호박순 놓았더니
어느새 눈부신 하늘
푸른색을 배경으로
초록의 덩굴손을 쑥쑥 내밀며
이 땅의 아들 딸을 닮은
호박꽃이 피었어라
비 온 뒤 무성해진
호박넝쿨 살며시 헤쳐보니
타조가 알을 낳아 숨겨 놓은 듯
복덩이 호박 하나
살그머니 앉아 있네.
2.개 도둑
간밤에
개를 도둑 맞았다.
대청호 구비구비 길
돌고 돌아 돌아 돌아 또 돌아
어디선가 돌아 온 도둑이
예리한 칼로 개 줄을 자르고
왔던 길 돌고 돌아 돌아 가 버렸다.
정말 돌아버리겠다.
복날에
개를 도둑 맞았다.
어젯밤 손님
온다는 연락도 없이 오더니
간다는 인사도 없이 갔구나
밤이슬 맞으며 갔구나
개랑 같이 갔구나.
정말 개같이 갔구나
3.들꽃
여기 저기
막 피어난
들꽃이라고
막 꺾지 마라
허리 꺾이면
흰 즙 한 방울
그건 피다
들꽃의 피다.
4.청량고추
텃밭의 고추 농사
풋고추는 따다가
된장 찍어 써억 베어먹고
연한 잎사귀 천렵 때 지져 먹고
오이냉국에 채 썰어 넣고
간장에 절여 짱아치 만들고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청 량 고 추
하~ 고놈!
더 독해지라고
햇볕에 말린다.
5.부스러기로도 배부릅니다
아버지, 오늘은 배부릅니다.
비워진 마음에 조금씩 고여지는 말씀
고요히 채워지는, 결코 고요하지 않는 말씀
때로는 충격으로 오늘은 혁명으로
출렁이는 말씀의 파도
아버지, 오늘은 충만합니다.
조금 마셨어도 목마르지 않고
다 퍼 주었어도 아직도 남아 있고
얼굴에는 만족이, 마음에는 평안이
부스러기로도 이렇게 가득 가득 합니다.
아버지, 오늘은 행복합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육신이 먹을 것에 눈이 어두워 욕심을 부리다
문득 내 영혼의 갈함을 깨닫고 돌이켜
말씀의 냉장고를 연 오늘은 행복합니다.
아버지, 오늘은 이렇게 살겠습니다.
육신의 배고픔 보다
영혼의 배고픔에 더욱 민감하고
육신을 위한 진수성찬보다
영혼을 위한 부스러기를 택하겠습니다.
6.홍시
확!
놓아 버려라
온몸이 빨개지도록
물러 터지도록
네가 움켜잡고 있는
그것이 무엇이더냐
퍽!
떨어져 버려라
온몸이 박살나도록
바닥을 피로 적셔라
죽어야 다시 산다 하신
주인 말씀을 잊었더냐
7.행복한 부자
행복이 별거냐
부자가 뭐냐
만족이란게
뭐 대단한 거냐
커피 한잔
가득 타 들고
향기 한번 맡으면
그거이 행복이지
덧없는 세상
뭘 더 소유하겠다고
커피한잔 넉넉하면
그거면 됐지.
8.내 머리 위에서 몇 명이나 똥을 누고 있을까?
설 명절을 처가에서 보냈습니다.
새벽에 배가 싸르르 아파
더듬더듬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졸면서 일을 보고 앉아 있으니
쏴아.... 내 머리 위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앉아 있는
내 궁뎅이 밑으로 7층이 있고
내 머리위로도 몇 층이 더 있습니다.
우~ 내 머리 위에 몇 명이나 똥을 누고 있으며
와~ 내 엉덩이 아래 몇 명이나 앉아 있을까?
참으로 위아래도 없는 세상.
생활속에 쓴시같아 더 정감가고 좋습니다.
마지막 시는 .. 뭔가 철학이 있는..ㅋ
책을 하나 사서 다른시도 읽어보고 싶으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