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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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194-7.12】 그냥 앉아 있어야지
산책을 하는데 발산리 어느 허름한 집 마루에 할머니 한 분이 볕을 쬐고 앉아 계신다.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보니 거의 1시간이 지났는데도 똑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하고 생각해 보니...
나도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야지. 사람들이 보기에 어떤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근사할까? 나는 길가에 자그마한 <최용우 책방>을 만들고 밖에서 안이 잘 보이도록 개방을 해서 창가에 비스듬히 앉아 책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밖에는 <책 읽는 모습 사진으로 찍어도 좋아요>라고 작은 글씨로 써 붙일 것이다. 가끔 기도도 하고 다정한 사람들을 마주보면서 정담도 나눌 것이다. 창 밖에서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도록 모델이 되어 줄 것이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꾸미지는 않을 것이다. ⓒ최용우
【그냥일기】 나도 상위 1%
<복음과상황>을 만드시는 이광하 목사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알라딘 25주년 당신의 기록 영수증’을 보고 나도 알라딘에 들어가 나의 정보를 찾아봤다. 그러니까 나는 지난 25년 동안 알라딘을 통해 책 496권 약 477만원어치 책을 구입했다.
2천9백만원어치 책을 산 목사님과는 비교 자체가 안되지만 그래도 상위 1% 안에 들어갔으니 책을 꽤 많이 산 셈이다. 그런데 나는 알라딘에서는 ‘헌책’ 위주로 사고 새책은 주로 교보문고에서 산다. 교보문고에서도 이런 통계를 내준다면 아마 책값이 ‘알라딘’보다 더 많이 나올지도 모른다. 가장 많은 책을 산 저자는 토저 목사님 책으로 80권을 샀다. 일본의 이재익 목사님과 함께 토저 목사님 책읽기를 하면서 2권씩 샀더니 그렇게 많아졌다.
477만원이라고 하니까 많아 보이지만 이것을 20년으로 나누면 1년에 24만원, 한달에 2만원 정도 밖에 안된다. 교보문고까지 합쳐도 한달에 한 5만원 정도이니 나는 책을 많이 사는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최근 10년 동안은 세종도서관에서 거의 다 빌려다 보고 있다.
그나저나 아내가 책값을 보면 집 살 돈으로 책을 다 사버렸다며 까무러지것네. ⓒ최용우
【일기】최용우 서점
꿈을 잘 안 꾸는데, 어젯밤엔 생생한 꿈을 꾸었다. 큰딸이 카페를 하는 한쪽 구석에 <최용우 서점>이 생겼다. 그러니까 독립서점인데 서점만 가지고는 수지타산이 안 맞으니 딸이 카페 한쪽에 아빠의 책을 파는 작은 코너를 만들어 준 것이다.(꿈에서)
몇 년 전에도 <최용우 서점>에 대한 생각을 글로 쓴 적이 있었는데 그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다시 한번 방바닥에 책을 깔아 보았다. 약 70권의 책이 매트 하나에 꽉 찼다. 아직 책이 안 된 원고가 한 30권 정도 있으니 부지런히 책을 만들면 한 100권 정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책을 직접 보면 더 사고 싶어진다. 지금은 책을 만들어 서점에 나가도 기껏 보름 정도 매대에 올려주고 안 팔리면 바로 반품해 버리니 책을 보여줄 기회조차 없다. ⓒ최용우
【일기】 삼례책마을
아내가 “한 번도 안 가본 가까운 곳에 가고 싶어요” 라고 충청도식으로 말을 해서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머리를 굴렸다. 아마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곳에 가볍게 바람 쐬러가고 싶다는 뜻? 그래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삼례책마을’에 대한 신문 기사를 보고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다 해서 아내와 길을 나섰다.
삼례책마을은 문 닫은 폐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국내 최대의 고서점 헌책방, 북카페, 한국학문헌아카이브 전시실, 북갤러리, 책마을센터 모두 4동의 건물로 되어 있었다. 약 10만권의 헌책이 있으며 벼룩시장, 북페스티벌, 북페어 같은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한다. 작은 읍지역인데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게 부럽다.
딱히 사고 싶은 책은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독립서점’같은 특색있는 공간도 있었으면 뭐라도 한 권 들고 나왔을텐데. ⓒ최용우
【일기】 소장파
책 좋아하는 사람은 당장 안 읽어도 일단 필이 꽂히는 책은 구입하고 본다. 일명 소장파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돈도 없고 해서 소장파는 아니지만 아고고... 그때 살껄.. 사야 될 책을 놓치고 후회할 때가 많다. 책도 수명이 있어서 눈에 띌 때 안 사면 그만임.
내 책방에는 책꽂이에 꽂혀 보지도 못한 책들이 그냥 구석에 쌓여 있다. 장모님이 내 책방을 보더니 너무 놀라서.... 나도 심각성을 깨닫고 일주일에 최소한 한 박스씩 빼내려고 계획은 세워놓고 있지만 그게 잘 안된다.
방은 좁은데, 책은 자꾸 늘어나니... 진짜 책장에 들어갈 만큼만 남기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이 결심이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다. 나는 왜 책을 못 버릴까? 책이 잔뜩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최용우
【일기】 벌코프를 찾아라
작은딸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혹시 벌코프 조직신학이란 책 집에 있어요? 이번학기에 공부하는데 사야 해서요.”
“있지. 6권짜리인데 한번 찾아볼게.”
신학공부를 하면서 봤던 책이라 아마 책꽂이 맨 아래쪽 어딘가에 꽂아뒀던 생각이 나서 나는 오후 내내 벌코프를 찾아 책방을 발칵 뒤집었다. 마치 만리장성처럼 두 겹으로 쌓아놨던 책을 옮겨가며 책이 있는 곳으로 파고 들어갔다. 결국 찾아냈다. ‘벌코프 조직신학입문’이라는 책까지 덤으로 찾아냈다. 포르륵 넘겨 보았더니 하도 오래전에 책이라 색깔도 변해있고 문장도 ‘읍니다’체 였다.
“아빠, 그런데 교수님이 소개해준 책과 다른 것 같아... 6권이 아니고 엄청 두꺼운 한권짜리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새로 번역해서 가독성 높은 책 한권짜리로 깔끔하게 다시 나와 있었다.
결국 새 책을 사기로 했다. ⓒ최용우
사랑채가 한동안 조용한것 같아 군불때고 있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