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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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성복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디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며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아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먼 데서 생명을 충동질 하는 비소리가 흔들어 흔들어 깨웠습니다.
모든 분주함과 일상이 사라지고 홀로 이 아름다운 비오는 날, 생명의 충동질 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져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거이다.
.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올텐데
어린아이가 읍내 시장 가신 엄마를 대문 앞에서 기다리듯
그렇게 기다립니다,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