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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지방자치와 지역공동체

조회 수 599 추천 수 0 2017.01.09 22: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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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에 쓴 칼럼입니다. 이런 시국에 지방자치 운운하느냐고 핀잔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중앙정치 못지않게 지역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경험을 토대로 썼는데, 글이 편하게 읽어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ㅎ  


[변화된 지방자치와 지역공동체]

# 발터벤야민은 하나의 비극적 파국을 보여주는 천사의 그림을 갖고 다녔다. 천사는 부서진 파편을 모으려고 하나 불어오는 세찬 폭풍에 꼼짝 달싹 하지 못하고 미래를 향해 그 잔해들을 흩어 버린다. 이 폭풍을 우리는 진보라고 부른다고 했다.


 1992년 말, 지역혁신에 관심을 갖고 고향인 포항에 정착할 당시에는 기대와 꿈에 부풀었다. 막 기초의회가 태동되어 지방자치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시골에서 농사 짓던 청년들도 주민들의 표만 얻으면 시의원이 될 수 있다는 말에 흥분했다. 이들은 더 이상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권력자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나서서 ‘멋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열정이 도시를 휩쓸고 있었다.


이처럼 지역사회 진보에 대한 낙관적 열망은 1995년 민선시장체제가 출범하면서 더욱 고조되어 중앙정부는 변화된 상황에 긴장했다. 당시 일본 이즈모 시장이었던 이와쿠니 데쓴도의 ‘지방의 도전’이라는 책은 지방의 반란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필독서였다. 지방자치가 한국사회와 정치에 근본적인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교리처럼 굳게 믿었다. 그 시기의 지자체 공무원들과 시의원들은 이러한 지방자치적 이상주의와 장밋빛 미래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열심히 뛰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정작 한국 지방자치는 이제 막 걸음을 떼는 수준이었다. 권한과 재정을 이양받기 위해 지방정부는 지역을 넘나들며 연합하고 힘을 모았지만, 권한을 순순히 넘겨주지 않았다. 도리어 중앙정부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미끼로 하여 지역연합을 분리통치(divide and rule) 정책으로 반격했다.


중앙정부와 대립의 절정은 일차적으로 소위 지역주의 폐해의 수혜로 집권한 노무현 정부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추진한 야심찬 지역균형‧분권 제도개혁은 그 이후의 변화된 정치 환경에 의해 ‘돈 빼먹는 프로젝트형’ 분배정치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언젠가부터 지역은 제한적이지만 웬만한 일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힘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역의 권한과 자율성이 점차 증대될수록 포항은 과거에 비해 도리어 활력이 떨어지고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시도들이 힘겨워 보인다. 각종 개발 프로젝트로 도시의 인프라는 확충되었고 토지개발은 확대되었지만, 도심에 사람들이 줄어들고, 청년들은 떠나가고, 가장 버팀목이었던 포스코 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그 많은 정책과 예산으로 번듯한 기업, 공공 성과물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현실인식은 지방자치에 기대를 가졌던 이들에게 허탈과 역량의 한계를 절감하게 한다. ‘그 많고, 좋았던 기회를 다 놓치고...'
25년 전, 뜨거웠던 지방자치에 대한 낙관적 열정은 누구 말대로 ‘이것 하려고 그 고생을 했는가? 라는 우울함을 안겨주고 있다.

 

막스베버는 정치란 “단단한 판자에 강하고 그리고 천천히 구멍을 뚫는 일”이라고 했던가, 지방자치의 실험을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아무리 변하지 않는 현실이라고 해도 노예화된 과거로 투항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세계의 선진 지방자치도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그들도 갈등과 대립, 무능과 무책임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지난 실패의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협력과 관용, 효율과 실용적 경영으로 좋은 지방자치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지역시민들의 공동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능력을 기르고 지역발전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적 덕목과 실천이 없는 곳에서 성공적인 지방자치나 경제적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다.
여전히 지역과 지방자치 발전을 지향하려는 사람들은 과거의 공허한 시간을 배회하거나 사라진 진보라는 미래에 낙심하지 않고,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현재를 희망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새해는 건강한 시민공동체를 만드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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