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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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들은둥 마는둥 하며 치킨을 계속 먹었습니다.
친구랑 저녁 대신에 치맥을 하기로 하고 갔더니 친구는 자기가 잘 아는 여자후배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녀는 치맥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아직 커가고 있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며
자신이 혼자 살면서 애들을 키우는 것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뜩
그녀는 6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나이가 그냥 먹어도 좋으니 6년만 눈깜짝할 사이에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6년은 자신의 둘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시간입니다.
자신이 늙어가는것은 중요하지 않고 지금 너무 힘들어서 아이가 성인이 되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이혼한 이야기며, 새로운 남친이 경제적인 도움을 크게는 못주고 있고, 재혼도 서로 입장이 어려워서 미뤄지고 있다고 하면서
6년이 빨리 갔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여러번 나누어서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그냥 치킨을 먹는척 했습니다.
뭐라고 그 말에 대꾸를 할 능력도 용기도 없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
허리를 삐끗해서 병원에 가서 누워 있는김에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상한 부분이 나와서 다시 확인해 보니 위암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위암판정을 받고 나와 전화 통화를 하고 싶었나 봅니다.
마침 회의를 하고 있어서 나중에 다시 전화 하마고 말하고 그날 전화를 하는것을 잊어버렸습니다.
다음날 카톡이 그녀의 마음을 전해줬습니다.
통화하고 싶다고...
그녀는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냥 덤덤하게 위암이라고 했습니다.
가수 알리의 노래 365일이 생각납니다. 이별을 말한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을때는 그녀의 마음은 편했습니다.
이제 삼일째 되는날입니다. 이제서야 온몸이 풀리고 가슴이 답답해 오는 모양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
그는 벌써 집에 들어가지 못한지 4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는 대리운전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가끔 아내를 보고만 오는 모양입니다. 아이들을 봐도 집에서 잠을 자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한번은 나도 궁금해서 그의 발목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의 발목에는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때 죄를 지었지만 법이 바뀌어서 처음 처벌과는 다르게 후에 발찌를 차게된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볼까봐서 집에서 잠을 자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그는 밖에 집이 있는것도 아닙니다. 대리운전기사를 하면서 가급적 원거리를 다닙니다. 그는 그 발찌만 없으면 더 잘 살겠다고 합니다. 시외로 탁송을 하고 나서도 모텔방은 비싸서 안들어가고 찜질방은 전자발찌때문에 못들어가고 그래서 PC방등에서 잠시 눈을 부친다고 합니다. 발찌만 없으면 찜질방에서 푹 자고 다음날 더 열심히 일할수 있을것 같은데 자는둥 마는둥 하다보니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일전에 발찌를 끊고 도주한 사람이 뉴스에 크게 나왔는데 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것 같다고 하더군요. 핸드폰 충전도 힘든데 그 발찌도 하루에 한두번씩 충전해 줘야 하니 너무 힘들다고 하네요. 나는 그가 보여주는 전자발찌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할만큼 미안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
"상규가? 잠시 기다리래이 00바꿔줄께.."
"행님 접니다. 00이요"
"잘 지내셨지요?" 씩씩한 그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직 살만한가 보다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는 무면허뺑소니로 구속되었으나, 젊은나이에 당뇨가 심해서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왔습니다. 6개월중에 절반이상을 살았으니 얼른 나머지를 살면 될텐데도 몸이 그걸 견딜수 없는 지경인 모양입니다. 아내와 이혼하고 홀어머니와 아이를 하나 키우면서 여러가지 일을 하는데 할때마다 잘 안되었던 모양입니다. 곰만한 덩치때문에 조직폭력배와 양아치 사이에서 얼쩡거리는 위치에 있지만, 눈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당뇨가 심했습니다. 늘상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살아야 하는 젊은날들을 어머니와 아이를 위해서 아무일이나 닥치는 대로 해 가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빠른 속도로 허물어져가는 몸때문에 앞날이 너무나 걱정되는 사람이지요. 조만간 그가 있는곳으로 가본다고 약속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누구나 삶을 살아내야 하며 자신들이 갇혀 있는 환경때문에 매우 피곤해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도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능력은 없습니다. 다 자신들이 살아내야 하지요.
더 많이 힘든 사람들도 많을 테지요. 그들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주고 싶지만 제가 연주할줄 아는 행진곡은 없습니다.
그들 나름대로 잘 알아서 행진곡을 불러야 할듯 싶습니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