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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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을 얼마전에 보았습니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얼마 전 버스를 타고 가다 어떤 할아버지 두 분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기 때문입니다.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때 그런 영화 많이 봤잖아. 시네마 천국에서 주인공 여자 친구가 그 찐따 같은 넘이랑 결혼하는데. 그런 일 참 많아 심금을 울리더라고'
그래서 결말이 그렇게 되는가 보다 하고 시네마 천국을 봤습니다만.
그런 결말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전 그 할아버지가 영화를 잘못 보셨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감독판이 따로 있더군요.
감독판에선 토토가 알프레도의 장례식장에서 옛날 여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소녀를 만나서... 그녀가 예전 여자친구의 딸인 것을 알게 되고, 예전 여자친구를 만나죠.
안 봐서 정확한 내용은 모릅니다만.
시네마 천국을 안 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줄거리를 이야기해드리면.
영화를 사랑하는 꼬마 토토가 동네 극장의 영사기사 알프레도랑 친해지면서 영사기술을 배우고.
알프레도가 화재로 시력을 잃자 그를 대신하여 영사기사를 합니다.
그러다 한 소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두 사람 사이를 반대하여 토토는 군대를 가고, 그녀의 행적은 알 수 없게 되죠.
군대를 제대한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고향 마을을 떠나 로마로 가서 출세하라고 권하고,
토토는 로마에서 영화감독으로 성공해 이름을 날리지만 정작 사랑을 찾지 못해 공허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때 알프레도의 부음이 들려오고, 장례식에 돌아가기 위해 3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거기서 고향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알프레도가 남겨준 유품을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CF로도 패러디됐던 명장면)
이게 일반 상영판이고...
감독판은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옛날 여자 친구의 딸을 만나서, 여자 친구를 다시 만나고 그녀가 자신의 학창 시절 호구(잠깐 등장하는데 상당히 멍청하고 둔하지만 토토와 함께
그녀를 짝사랑합니다)와 결혼을 했으며, 토토에게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알프레도가 막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에게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금 다니는 교회 오기 전에,
모 대형 교회를 다니면서... 썸씽 같지 않은 썸싱이 있었죠.
하도 부끄러운 일이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잘 안 됐고... 상당히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도 교회에 남았으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는데...
교회를 떠났죠. 2년 전에.
그녀와의 일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로 기존 한국 교회에 절망하고 있었으니까요.(2년 전엔 샘물교회 사건과 대선이 있었죠)
그리고 며칠 전,
그때 그녀가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것도 그녀와 결혼한 당사자에게서.
그 친구는 제가 전 교회에 있을 때 같은 사역을 했기 때문에(셋은 같은 사역국 소속)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녀와의 일도 이야기했죠. 누구인지는 이야기 안 하고.
교회를 나온 이후에는 리스트에서 삭제하고 말을 나눈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약 2년 만에 말을 걸더군요.
그저께 부탁이 있다면서, 말하길 그녀가 작년에 자기와 결혼을 했다는군요..
전 교회에서 만난 사람들, 차단을 안 하고... 삭제만 했기 때문에 그 친구는 저에게 말을 걸 수 있고,
저는 그 친구에게 말을 걸 수 없는 상태였죠.
그리고 저에게 그녀한테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오래전부터
막연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교회 다니는 결혼 적령기 여성들은 대부분 교회에서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고...
교회의 사역이란 게 이런저런 고생을 같이 나누는 거다 보니 정이 쌓이다 보면 결혼까지 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그녀는 상당한 매력이 있는 여성이고...
그녀와 결혼한 친구도 성실하고 차분하고 말 잘들어주는 남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했죠.
하지만 직접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충격이 크긴 크네요.
제가 잘한 것은 전혀 없고...
오히려 찌질대기만 했기 때문에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두 사람에겐 미안할 뿐이죠.
하지만 미련이 남는 건
내가 그 교회, 그 사역국에 남아 있었더라면...
하는 거겠죠.
거기서 참고, 버티고, 맞춰 갔으면...
내가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그녀와 결혼할 수 있었을까?
참... 부질없이 찌찔한 미련이죠.
어차피 안 되는 거였는데...
가능성이라곤 없었는데...
그저 자기 위안 받으려고...
합리화하려고 하는 생각이죠.
그래도 절 그렇게 확 끌어 들였다가 제 발로 뛰쳐 나오게 만든 한국 교회가 참 미워지네요.
원망과 후회의 마음을 풀 길이 없어서 그런지...
한국 교회의 부조리와 모순들이 더 더욱 크게 느껴지고,
혐오스럽고, 분노가 치밀어서...
어떻게 해서든지 다 때려부수고 뒤집어엎고 싶다는 마음까지 듭니다. ㅎㅎㅎ
저에게 그럴 능력이나 역량이 눈곱만큼도 없지만요.
때마침 어제 본 만화 내용이 제 처지랑 조금 비슷하더라고요.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는 청년의 이야기인데요.
'밤비노'라고. 주인공이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 위해 시골인 후쿠오카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도쿄로 올라갑니다.
그때 여자 친구와 헤어지죠.
그리고 1년 만에 돌아와 보니...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와 결혼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그녀를 위해 파티를 열고 요리를 만들어주죠.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미스터 초밥왕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습니다.)
그래도 토토는 훌륭한 영화 감독이라도 됐는데...
'밤비노'의 주인공은 요리라도 만들어 줬는데...
난 무언가 생각하면 참...^^
그래도 이런 각오를 잊지 않고,
또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면...
언젠가 결실을 맺겠죠?
한국 교회의 개혁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겠죠?
난생 처음 혼자 노래방 가서
2시간 동안 실컷 노래 부르고 돌아온 다음날.
마음이 휑하네요.
그거 모르고 보았습니다.
너무 가슴 아픈 영화라서 딱 한번만 보았는데
또 TV에서 하길래 잠시 보는데 제가 아는 스토리와 틀리게 전개가 되더군요.
그래서 잘못 기억을 하고 있는줄 알았는데..
가슴 아프기는 마찬가지 스토리...
한편, 파란혜성님, 운명이니 뒤돌아보지 마시고 기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