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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알렉산더 "나는 천국을 보았다" 를 읽고

조회 수 10008 추천 수 0 2013.06.26 13: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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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평소에 죽음 이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어릴 때는 펄시 콜레 박사의 "내가 본 천국" 이라는 책을 아주 감명 깊게 읽었었다... "냉동권사" 의 간증 - 죽어서, 시체실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천국을 본 이야기를 하던 간증 - 도 가슴을 졸이며 두 손 모으고 들었던 적이 있다... 다 사기로 판명이 났었지만...

 

그러다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의 "사후생" 이라는 책을 보면서 제대로 된 임사체험에 대해서 맛을 보았지만, 그래도 아쉬웠던 것은 임사체험이라는 것이 죽음 직전의 경험이지 죽음을 넘어선, 소위 요단강을 넘어간 체험은 아니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번에 읽은 이븐 알렉산더의 "Proof of heaven" 도 어쩌면 그런 류일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를 무릅쓰고 읽었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면 "대박" 이었다...

 

알렉산더라는 사람은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뇌 과학자로, 1000만명 중에 한 명이 발병한다는 급성 대장균성 뇌막염에 걸려서 7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된다. (급성 대장균성 뇌막염은 생존률이 아주 낮은데다가 대체로 인간들의 고차원적인 의식을 주관하는 대뇌 신피질의 기능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저자는 혼수상태였던 그 7일간 아주 뚜렷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다시 의식이 돌아온 저자는 그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지만, 그 이미지는 너무나 또렷했다고 이야기 한다.

 

그를 치료했던 의사들, 전문가들은 알렉산더가 혼수상태에 있던 동안은 대뇌의 신피질이 도저히 작동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므로 가능성은 한 가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의식이라는 것이 대뇌에 의존적이라 뇌가 죽으면 우리의 의식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라는 것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참의식(확장된 의식)” 은 뇌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참의식은 "영혼"의 다른 이름이다... (알렉산더는 죽음 체험 후에 우리가 소위 말하는 “의식” 이라는 것은 우리의 확장된 의식이 뇌의 의해서 단순화 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즉 뇌는 우리가 살아가기에 적절하도록 정보들을 심플하게 만드는 처리 기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참의식, 즉 육체라는 한계를 벗어난 확장된 의식인 영혼이 죽음 이후를 경험한 것이다.

 

그가 경험한 것을 그의 진술에 따라 간단하게 묘사를 해보면 이렇다...

 

“내 육체에서 벗어나 있던 동안에 나는 거칠고 추악한 지렁이 시야의 세계에 속한 진창같이 어두운 지역에서부터, 푸르게 빛나는 목가적 분위기의 관문을 지나, 경이로운 천국의 중심근원에까지 이르기를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천사로 생각되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동행한다. 그녀가 그에게 보여준 많은 것들은 결국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함이다.

 

“그대는 사랑받고 있고 소중히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대는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대가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은 없습니다.”

 

그는 이를 간단히 정리하여 “그대는 사랑받고 있습니다.”로 표현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그 어떤 어휘도 구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그 메시지는 바람처럼 그를 통과했고 그는 그것이 진실임을 즉시 깨달았을 뿐이다. 이심전심을 이를 두고 말하는 것 같다.

 

책에는 알렉산더의 출생의 비밀, 그리고 입양되기 전 친부모와의 재회와 관계 회복, 그가 7일간의 혼수상태를 경험하는 동안 가족들이 그를 향해 보여준 애틋하고 헌신적이었던 사랑의 이야기들이 구구절절하게 나오지만 이 글은 그의 7일간의 체험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일단 그는 죽음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 땅의 3차원적인 시공간성에서 벗어난다.

 

지렁이 시야의 세계에 속한 진창같이 어두운 지역이라고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첫 번째 경험은 마치 일반적인 임사체험자들의 증언의 경우와 같이 처음에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경험과 비슷하다. 이때는 나의 자의식이 점점 사라지면서 왠지 모를 불쾌감, 곧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두려움과 그리고 심지어는 기대감까지 느끼게 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푸르게 빛나는 관문 - 출입구(gateway) - 으로 상징되는 두 번째 경험은 어두운 터널의 끝에서 너무나 밝고 환한 빛을 경험하는 임사체험과 일치한다. 그는 그 경험을 마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경치가 좋은 목가적인 풍경으로 기억한다. 여기서부터는 자신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자의식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경험하는데 그는 심지어 자신이 인간이었다는 사실 조차도 망각한 의식으로 존재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을 이끌어주던 천사와 - 이름 모를 여인... 그 여인은 자신이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죽은 누이였다 - 말의 한계를 넘어서 의미로 대화를 하게 된다. 그녀를 통해서 그가 배우게 되는 것은 모든 것이 완전하며 자신이 어떤 거대한 사랑에 의해 완전히 용납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자신을 이끌어 주던 천사를 따라간 천국의 중심 근원에서 “신성한 어둠”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중심 근원은 더 없이 밝으면서도 또한 더 없이 어두운 아주 묘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도덕경에서 道의 玄妙함을 이야기 할 때 이 “玄” 자가 바로 신비한 어두움을 이야기하며, 반야심경에서도 ‘그 “한 빔” 속에는 어두움이라고는 전혀 없지만, 어두움이 다하여 없는 것도 아니고’ (空中... 無無明 亦無無明盡) 라는 표현과도 묘하게 와 닿는다. 암튼 저자는 그 중심 근원의 신성한 어둠 속에서 오히려 빛을 발견하며 끝없이 용납해주는 사랑과 완전한 앎을 경험한다.

 

중요한 것은 앞의 두 번째 경험까지는 일반적인 임사체험자들이 말하는 것인데, 마지막 세 번 째 경험은 임사체험자들이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는 점이다. (즉 임사체험이란 것이 죽음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경험이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죽음 경험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알렉산더의 체험은 아주 독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알렉산더의 체험이라는 것이 신비영성가들의 체험과도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아의 죽음을 경험하는 무시무시한 영혼의 깊은 밤을 거쳐서 밝은 빛을 경험하고 그 빛을 따라서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체험 말이다.

 

알렉산더가 경험한 죽음과 영성가들의 신비체험의 공통점은, 우리의 영혼이 경험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뇌와 우리의 오감 수준의 체험이 아니란 점이다.

 

저자는 우리의 영혼은 직관의 통로라고 이야기 한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문학이든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머리가 아닌 영혼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 예술가들은 자신의 영혼을 통하여 그 궁극의 힌트를 보는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그들도 또 다른 영성가들이다.

 

그리고 어떤 큰 깨달음과 발견 또한 직관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뇌는 그런 면에서 그러한 직관을 논리적으로 프로세싱하는 컴퓨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몸은 영혼의 감옥이라고 했는데,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뇌야말로 영혼의 감옥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경험이 성서 속의 이야기들과도 묘하게 일치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두개인들이 부활의 허구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형이 죽고 난 후 형수와 결혼한 나머지 동생들의 예를 들면서 결국 그 형수는 부활하면 누구의 아내가 되겠느냐는 지극히 현세적인 질문을 했을 때, 예수는 부활해서는 결혼하는 일이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와 같아진다는 대답을 하셨다.

 

그는 또한 하나님은 죽은 이들의 하나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의 하나님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을 이야기 한다. 결국 사람이 죽고 새로운 삶의 단계로 접어들 때 현세와는 다른 차원을 경험하게 된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그 때 인간들은 하나님의 일치 속에서 개별성을 넘어선 존재가 됨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린도전서 15장의 이야기에서도 부활을 이야기할 때, 종말의 마지막 때에 하나님께서 세상의 모든 악을 없애버리시고 모든 피조물들을 당신 안에서 하나로 완성하시는 역사를 이야기 하며 종국에는 그리스도 또한 하나님 앞에 굴복하여 만물이 하나가 되는 역사에 참여하게 된다는 진술까지 나온다.

 

또한 바울은 삼층천 - 그리스인들은 천체를 땅은 둥글고 땅 속에는 음부(하데스), 땅 위에는 하늘(우라노스)이 있는 3층의 구조로 이해했고 삼층천, 즉 하늘은 철학적으로 이 땅을 넘어선 세계, 은폐된 세계를 의미했다 - 의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 삼층천의 경험을 간직한 바울은 하나님의 품으로 가는 것이든 이 땅에서 사는 것이든 어느 것도 다 유익함을 이야기 한다. 마찬가지로 알렉산더도 죽음 이후를 경험하고 난 후, 이 땅의 삶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된다. 마치 텁텁한 고기가 시즈닝을 통해서 풍미가 넘치는 요리가 되듯이...

 

이 지점에서 신앙에 대해서 힌트를 얻게 된다.

 

신앙이란 죽음 이후, 더 정확히 말하면 종말에 있을 완성의 미래를 현재로 끌어들여 “지금 여기”의 삶을 의미로 가득한, 즉 사랑과 자유와 정의로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라고 예수께서 기도하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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